현장플러스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이야기

피플파워  / 2008년07월11일 14시20분

하주영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하주영입니다. 요즘 주가와 환율은 요동을 치고 있고, 물가폭등은 정말 살기힘들다는 말만 되풀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듯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의 흐름은 그 기세가 꺽일줄 모르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촛불집회 횟수를 줄이자면서 사실상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정부는 현재의 물가폭등의 문제를 촛불집회가 원인이라며 역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참 답답한 상황인데요, 60일간 이어진 촛불의 향방과 정부의 대응을 세상보기 시간에 알아봅니다.


오늘 현장플러스에서는 사람이 살고는 있지만 존재를 부정당하는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어떤 이야긴지 영상부터 만나보겠습니다.




하주영/ 함께 얘기 나눌 분은 주거권실현을위한비닐하우스주민연합 이원호 사무국장입니다. (인사)


이원호/ 인사


하주영/ 집값 비싸기로 악명 높은 서울, 그것도 강남의 금싸라기 땅에 비닐하우스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게 참 놀라운데요, 어떤 과정으로 지금까지 온 것입니까? ①


이원호/ 비닐하우스촌에 대한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그런 문제인데요. 실상은 비닐하우스촌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 니라, 이미 2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어 온 문제입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한적한 농촌마을이었던 강남의 개발 열풍이 시작되고, 특히 영동지구 구획정리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업비를 대려고 강남 곳곳에 체비지를 남겨두게 됩니다. 결국 하나의 개발이 또 다른 개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형성된 빈 터에 갈 곳 없는 도시 빈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후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으로 산동네들이 철거되면서,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한 체비지, 공원부지, 미개간 농지 등에 집단 주거지를 형성한 것입니다.


히주영/ 주민들의 사연을 직접 들어보기도 했습니다만, 대개 어떤 분들이 어떤 과정으로 비닐하우스촌에 정착하게 된 건가요? ②


비닐하우스촌, 서울과 수도권에만 1만여 세대


이원호/ 비닐하우스촌에 대한 실태가 정확하게 없는 것이 현실인데, 이것이 바로 정부에서 이들을 정책대상으로 보고 있는 않다는 반증입니다. 민간단체에서 몇 년 전 조사한 것에 의하면, 서울과 서울인근 수도권에 1만여 세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주민들의 유입형태는 흔히 유입 시기별로 1세대, 2세대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1세대들은 강남개발과 이후 달동네 철거 등 각종 도시 개발사업으로 인해 쫓겨난 사람들이 계속 저렴한 철거촌을 전전하다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이 비닐하우스촌이었습니다. 그리고 2세대라고 일컬어지는 분들은 주로 IMF이 후 사업에 실패하신 분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비교적 용이한 강남지역의 비닐하우스촌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비닐하우스촌, ‘빈곤가정의 마지막 잠자리’
비닐하우스촌을 흔히 ‘빈곤가정의 마지막 잠자리’라고 표현하는데, 전통적 가족이라는 개념의 구성원들이 거주하는 최후의 주거지라는 것입니다.
작년 정부조사에 의하면, 거주민들의 평균연령이 52세이고, 실업비율이 40%에 이르며, 주로 강남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일자리인 빌딩청소나 식당주방일 그리고 건설일용직으로 일하고 계시고 평균 소득이 120만원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평균지출이 122만원으로 주로, 교육, 부채상환, 의료비의 지출이 많은 편입니다.


하주영/ 한 가지 또 궁금한 게, 부족하나마 다른 주거형태들도 있을 텐데 주민들이 굳이 비닐하우스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③


이원호/ 우선 이곳의 주민들은 기존 주택시장에 편입될 수 없으신 분들입니다. 이분들 중에 그나마 일정한 소득이 있으신 분들도 기존 주택시장에서 거주할 때 주거비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하시고요.


비닐하우스촌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비닐하우스촌의 형태가 두 가지인데, 사실 엄밀하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돔형태의 비닐하우스는 경기도 일대에 화훼농을 겸하면서 거주하는 비닐하우스촌이고, 강남서초에는 옛말로 판자촌이라고 하는 형태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입니다. 이들을 보면 판자로 얼기설기 지어서, 보온을 위한 비닐을 씌운 것이기에 초기 부담도 적고, 이후 어쨌든 무허가지만 자가의 형태이니까, 주거비 부담이 적은 거지요.


하주영/ 비닐하우스를 집으로 삼고 살아간다는 게, 실제로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참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일 텐데요, 주민들이 겪는 생활의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④


이원호/ 가장 큰 어려움 중에 하나가 생존의 위협이라고도 할 수 있는 ‘화재’위험이지요. 일 년에 한 번 씩은 어디에서든 비닐하우스촌 화재가 발생하거든요. 때론 지주에 의한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기시설 자체가 부실(무허가 건축물이라 개별 전기를 설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해서 늘상 화재의 위험에 놓여있고, 집의 구조물과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을의 형태도 작은 불이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요인이 됩니다.




잦은 화재 위험, 상하수도 시설 미비 등 열악한 주거환경
그 외에도 상하수도의 문제와 공동화장실 등의 열악한 주거환경의 문제들이 존재하는 데, 이 경우 주민자치회가 구성된 마을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들과, 관공서에 집단적 문제제기를 통해 해결하기도 하는데, 자치회조차 없는 곳은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니까 행정당국의 방치 속에서 그냥 감수하며 오염된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거나 하는 일들이 아직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주영/ 무엇보다 주소지가 없어서 겪는 불편이 이만저만 아닐 듯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⑤


이원호/ 주소지가 없다는 것은 사실 일반사람들로서는 별다른 불편이 있겠나 싶으실 텐데, 그게 그만큼 공기처럼 당연한 권리로 누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실상 당연한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은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말로다 할 수없는 고통을 당하셨습니다.


불가피한 위장전입, 그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
작년에 주소지 문제로 주민들을 인터뷰해 보았는데, 스스로를 국가가 만든 위장전입자라고 표현하십니다. 주소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 아는 사람을 통해 다른 곳에 위장전입을 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특히 강남서초일대는 투기로 인해 집주인들이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민등록 말소를 수시로 겪기도 합니다. 주민들 중에 말소 한 번 겪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또한 초등학생 아이들이 5분 거리 학교를 놔두고, 위장전입된 주소지로 학교배정을 받아 1시간씩 차를 갈아타면서 다니기도 하고, 이런 것 때문에 부모들은 학교에 각서까지 써야했습니다. 그리고 각종 고지서를 제대로 수령하지 못해 가난한 이들에게 오히려 벌과금이 누적되기도 하고요. 뿐만 아니라, 주소지 주택을 근거로 한 의료보험료 책정으로, 현 주거형태와 동떨어진 비싼 보험표가 책정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좀 개선되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초수급대상자로 지정되지도 못했고요.
결국 주소가 없다는 것은 살고 있는 지역의 주민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고, 이는 관할 지자체의 정책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지요.




하주영/ 올해를 ‘주소지 찾기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주민들에게 이 운동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⑥


이원호/ 저희가 이 운동을 전개하면서 행정소송과 마을별 집단전입신고행동, 거리 서명 운동 등을 펼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주민들의 생각은 10~20년간 빼앗긴 기본 권리를 되찾자는 의지가 강하십니다.


주소지 없이 수년을 살아오면서 자녀들도 이미 성장했고,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하셨기에, 당장의 주소지 획득이 그동안의 불편을 크게 해소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적습니다. 그것보다는 그동안 그저 가난한 무허가 위장전입자라는 자괴감속에 자신들의 권리 침해마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던 것에 대한 자각운동이자, 빼앗긴 권리찾기의 운동이고, 당당한 삶의 선언 운동이라는 성격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주영/ 실제 행정소송으로 주소지를 찾은 사례가 있습니까? ⑦


이원호/ 주소지찾기운동은 2000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송파지역 비닐하우스촌인 화훼마을과 개미마을의 주민들이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공익소송을 진행하였고, 2차심까지 승소하자 송파구에서 상고를 포기했었습니다. 결국 2001년에 송파지역 비닐하우스촌들이 주소지를 획득하게 되었고요.
이후 2004년에는 (구)행자부(현 행안부)가 거주사실확인 후 전입을 수리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2006년에는 국가인권위에서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권고를 권고일 뿐이라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전입신고 거부는 위법하다는 판결에 지자체들 항소 제기
그래서 다시 2007년에 강남, 서초, 경기과천 지역의 수정,잔디,꿀벌마을이 참여연대,민변,공감을 통해 공익소송을 진행 중이고, 현재 강남과 과천은 1차 승소를, 서초는 2차 승소를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지자체들이 항소를 제기한 상태고, 지난달에 2차 승소한 서초 잔디마을은 서초구가 대법원 상고를 한 상태고요.
1,2차 재판에서도 드러났지만 재판부들은 전입신고거부는 지자체가 주민들을 불법자로 만들고, 공공복지에서도 소외시키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저희는 지자체들의 항소와 상고는 자신들의 불법을 덮기 위해 주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을 불법자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하주영/ 주소지를 찾고 합리적인 주거의 형태를 갖춰가는 것이 급히 해결되어야 할 일로 보이는데요, 그 외에 또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⑧


변상금, 강남서초 비닐하우스촌 거주민들의 족쇄
이원호/ 강남과 서초의 경우 시유지인 체비지에 살고 있는데, 여기 에 부과되는 벌과금의 형태로 ‘체비지 변상금’이 매겨집니다. 그런데 이것이 점유면적 지가의 120%로 결정되는데, 강남서초의 땅값이 좀 비쌉니까. 때문에 주민들이 낼 수 있는 형편이 못되고, 그래서 강남 수정마을의 경우 60가구가 사는데 총 약 70억 원, 서초구 잔디마을은 40가구가 약 50억 원의 체비지 변상금이 누적돼 있습니다. 가구당 1억 정도씩의 벌금을 이고 살고 있는 것이지요. 이것은 결국 비닐하우스촌을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족쇄와도 같습니다.


개발, 강제철거 위기가 주민들을 불안하게 해
그리고 과천의 꿀벌마을 같은 경우는 사유지인데, 불모지를 개간해서 지주들에게 정당한 토지세를 납부하며 살고 있었는데, 최근 주변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기획부동산들이 땅을 쪼개서 팔아버렸고, 수십 명의 지주가 도지세도 거부하면서 명도소송을 진행하여, 강제 철거를 당할 위기에 있기도 합니다.
또한 당장 내년부터 서울시는 강남서초지역의 시유지인 비닐하우스촌을 철거하고, 그곳이 살고 있던 주민들이 살 수 있는 저렴 임대주택이 아닌, 강남서초지역 전세가의 80%인 장기전세주택(SHFT)를 건설하겠다고 하여,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주영/ 주거권은 인권이지요, 국제인권조약 비준국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요? ⑨


비닐하우스촌 주거대책, 보완대책 없으면 현실성도 없어
이원호/ 기존까지의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비닐하우스촌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였습니다. 때문에 전혀 정책적 대상으로 삼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주민들은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사람이 살고 있다”를 외쳐대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하반기에 비닐하우스촌 주거대책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전세임대주택 자금 대출과 1회에 한한 임대아파트 입주자격이 그 골자입니다. 주민들은 우선 그동안 공식적인 정책대상으로 삼지 않다가, 그래도 사람으로 인정받았다며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당장 불나면 갈 곳이 없었는데, 이제는 임대아파트 공가라도 들어갈 수 있게 되었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 전세임대로 이주해서 최장 6년 안에 임대아파트로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는 주민들은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보완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현실성 없는 그림의 떡일 뿐이지요.


비닐하우스촌 주거대책, 주소지 인정부터 시작해야
게다가 정부는 2010년까지 비닐하우스촌을 해소하겠다면서 그러한 정책을 내 놓았는데, 사실 이 부분이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이주할 수 없는 대책을 만들어놓고, 할 만큼 했다면서 2010년까지 모두 철거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결국 정책적으로 일부만 포용하고 나머지는 배제하는 기존의 빈민대상 정책과 맥을 달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주소지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비닐하우스촌에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주거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지요. 때문에 주소지 부여로 주민들을 정당한 주거복지정책의 대상자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기위해서는 정확한 실태조사도 필요하고요. 그리고 그것을 근거로 각 마을별 상황별 여건을 고려해서 각 비닐하우스촌에 대한 해소대책과 주거대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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