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반복되는 관세 정책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을 해임하겠다는 위협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혼란이 커졌고, 이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물론 이러한 혼란은 실제로 비용을 발생시키지만, 지금까지의 문제는 다소 과장되었다.
트럼프의 행동은 아마도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2~0.3%포인트 정도 높였다. 이는 결코 사소한 변화는 아니지만, 이 정도 규모의 금리 변동은 흔히 발생한다. 대체로 이런 변동은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하루나 이틀 만에 일어나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또한 세계 최고의 기축통화를 보유함으로써 낮은 금리를 누릴 수 있다는 이점을 고려하더라도, 그 이득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현재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27%이고, 호주와 뉴질랜드 국채 수익률은 각각 4.17%와 4.54%다. 이 두 나라는 기축통화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
비슷하게, 금융 위기 동안 달러 가치는 급격히 하락하여 유로화와 기타 주요 통화 대비 약 8% 떨어졌다. 이는 눈에 띄는 타격이지만 결코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다. 더 큰 가치 변동도 종종 별 주목을 받지 않고 지나간다.
예를 들어, 조 바이든의 경기 부양 패키지가 통과된 이후 달러 가치는 약 15% 상승했다. 당시 일부 비관론자들(예: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과도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달러 가치가 급락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달러가 크게 올랐다. 이 상승은 언론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실제로 최근 달러 가치가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바이든이 경기 부양책을 통과시키기 전보다 높다. 물론 이틀 만에 급락하면 더 큰 이슈가 되지만, 현재 하락의 영향은 치명적이지 않다.
명확히 하자면, 트럼프가 실제로 파월을 해임하거나 ‘보복 관세’를 부활시키는 등 더 큰 금융시장 충격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피해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진지하게 주장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트럼프는 반복적인 관세 정책과 자신이 정치적 적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송이나 조사를 위협하면서 미국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주고, 자신이 적대시하는 사람들을 국가 권력을 이용해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이는 향후 투자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떤 기업이 미국에 공장이나 연구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 하겠는가? 트럼프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수익을 내는 사업 운영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기업들은 당연히 유럽, 일본, 한국 같은 법치주의가 존중되는 지역을 선택하려 할 것이다. 어쩌면 중국조차도 고려할 수 있다.
중국은 법치주의를 잘 지키는 국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트럼프가 집권한 첫 100일 동안 보여준 것보다는 낫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 지도자는 매주 180도 정책을 뒤집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하지는 않는다.
미국 경제는 금융시장 변동보다 기업들이 정부가 법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믿게 되는 것에서 훨씬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기업들은 여전히 미국에 투자할 수 있겠지만, 푸틴 하의 러시아에 투자할 때처럼 추가 위험을 보상받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익을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 투자에 추가한 거대한 위험은 그가 퇴임한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정치 시스템은 언제든 법치를 경멸하는 또 다른 대통령을 등장시킬 수 있다.
또한 많은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는 척하는 대대적인 쇼를 벌일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리얼리티 TV 쇼 스타인 트럼프는 쇼를 연출하는 데 전문가다. 많은 쇼가 사실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트럼프는 바이든 집권기에 일어난 투자를 자신이 이룬 업적으로 포장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선거 전에 언론이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전례 없는 공장 건설 붐이 있었는데, 이는 바이든의 인프라 법안,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덕분이었다. 트럼프는 이 세 가지 모두를 ‘재앙’이라고 부르면서도, 공장이 완공되고 근로자를 채용할 때 자신이 성과를 낸 것처럼 행동할 것이 확실하다.
트럼프는 또한 수많은 기업과 함께 막대한 신규 투자를 발표하는 쇼를 열겠지만, 실제로 투자나 일자리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모델은 대만 기업 폭스콘(Foxconn)이다. 폭스콘은 위스콘신에 100억 달러 투자와 1만 3천 개 일자리를 약속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실현되지 않았다. 트럼프와 그가 편애하는 기업 모두에게 거짓말을 할 인센티브는 크고, 거짓말을 해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 2기에는 이런 거짓말이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사실은 스스로를 말해줄 것이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때 제조업 일자리 붐을 만들어내지 못했듯이, 두 번째 임기에서도 약속했던 제조업 일자리 붐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대신 그는 미국 투자에 러시아식 위험 프리미엄을 덧씌우게 될 것이다.
[출처] The Cost of Trump Craziness: Turning America into Russia – CEPR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
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