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이후부터 빛이 태어나기까지 우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우주는 빅뱅 직후 지수적으로 팽창했다출처NASA Image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의 탄생과약 38만 년 뒤 빛을 방출하기 시작한 시점 사이에서 우주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우리는 현재로서는 그 먼 시기를 직접 측정할 수 없어서 이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이러한 한계 앞에서 초기 우주의 첫 순간들을 설명하는 데 가장 유용한 도구는 인플레이션 이론이다.

이 이론은 우주가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양성자 크기에서 태양계만큼 큰 규모로 팽창했다고 제안한다어떤 메커니즘이 우주의 팽창을 이처럼 가속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다만 제안된 일부 메커니즘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에서 은하 분포를 통해 측정할 수 있는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암흑에너지 분광기(DESI, 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와 우주망원경 유클리드(Euclid)와 같은 여러 국제 협력 연구는 우주 지도를 작성하고 있다우리는 수치 시뮬레이션의 도움을 받아 이러한 지도들을 통해 어떤 인플레이션 이론이 타당한지 탐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유클리드(Euclid) 우주망원경의 개념도다ESA/C. Carreau/Wikimedia Commons

현재 우리는 컴퓨터로 구현한 우주인 UNIT를 사용할 수 있다우리는 물질 분포를 통해 초기 우주를 연구하기 위해 이러한 수치 시뮬레이션을 구축했다우리의 연구는 우주의 나이를 138억 년으로 추정할 때그 절반 이후의 시기에 초점을 맞춘다.

인플레이션 이론과 우주 구조의 성장

오늘날 우리가 보유한 우주론적 관측은 우주가 거의 평탄한 기하 구조를 가지며매우 큰 규모에서는 균질하고 등방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이는 우주가 모든 방향에서 동일한 성질을 가진다는 뜻이다이러한 균질성은 오늘날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영역들이 과거에는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을 때만 가능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이론물리학자 앨런 구스(Alan Guth)를 포함한 여러 연구자들이 인플레이션 이론을 제안했다이 이론은 빅뱅 직후 극히 짧은 순간 동안 우주가 가속 팽창을 겪었다고 가정한다.

우주의 초기 순간에는 에너지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빠르게 변화했다이러한 초기 양자 요동은 가속 팽창과 함께 우주적 규모로 늘어났다그 결과 우리는 오늘날 관측하는 것과 같은거의 평탄한 기하 구조를 지닌 균질한 우주가 형성됐다.

우주 인플레이션은 서로 다른 이론 모델들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이러한 모델들은 기본 입자를 기술하는 데 사용되는 것과 같은 하나 이상의 양자장의 존재를 가정한다.

단일 인플레이션 장을 포함하는 가장 단순한 모델은 초기 요동이 정규분포즉 가우시안 분포를 따른다고 예측한다가우시안 분포는 종 모양의 대칭 곡선을 가진 연속 확률 분포로대부분의 값이 중심 평균 근처에 모인다.

여러 개의 인플레이션 장을 포함하는 모델은 원시 비가우시안성의 존재를 예측한다이는 물질 분포가 사람의 키와 같은 자연 현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사건의 빈도를 설명하는 수학적 표현으로는 기술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가 관측하는 대규모 구조는 초기 우주의 양자 요동에서 비롯됐다시간이 지나면서 초기 우주에서 더 높은 밀도를 가졌던 영역들은 중력 효과로 더 강하게 서로를 끌어당기며 질량을 증가시켰다따라서 우리는 서로 다른 우주 시점에서 은하 분포를 측정함으로써 초기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

우주 지도 작성의 고유한 특성은 관측된 은하 분포에 관측적 효과를 도입할 수 있다따라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는 이론 모델과 이러한 관측 효과를 구분하기 위해 수치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슈퍼컴퓨터 속의 우주

DESI와 유클리드와 같은 현재의 우주 지도 프로젝트는 약 125 기가파섹(Gpc)³에 이르는 거대한 부피를 지도화하고 있다. 125 Gpc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인 천문단위(AU)의 약 25조 배에 해당한다.

우리는 계산 실험을 수행하기 위해 관측된 것과 비교 가능한 부피를 확보해야 한다이는 스페인 슈퍼컴퓨팅 네트워크와 같은 고성능 슈퍼컴퓨터의 계산 능력 덕분에만 가능하다.

우리는 가우시안 및 비가우시안 초기 조건을 갖는 UNIT 우주를 생성했다이를 위해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 센터(Barcelona Supercomputing Center)의 마레노스트룸 4와 5(MareNostrum 4, 5), 그리고 갈리시아 슈퍼컴퓨팅 센터(CESGA)의 피니스테라(Finisterrae)를 사용해 계산 시간을 확보했다이 프로젝트는 스페인 가정 약 15가구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해당하는 전력을 필요로 했다.

마레노스트룸 5(MareNostrum 5) 슈퍼컴퓨터다출처스티브 저벳슨/Wkimedia 커먼스, CC BY

초기 우주를 연구하기 위한 초기 조건

N체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따라 컴퓨터에서 우주를 생성하려면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먼저 우리는 우리 우주에 포함될 암흑물질암흑에너지그리고 일반 물질의 양을 결정해야 한다.

그다음 우리는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계산 요소의 질량과 전체 시뮬레이션 부피를 결정해야 한다이상적으로는 작은 계산 요소로 가능한 한 큰 부피를 다루고자 한다이렇게 하면 별에서부터 관측할 수 있는 우주 전체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의 스케일을 포괄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모든 계산 요소 사이의 중력 상호작용을 계산해야 한다요소의 수가 많을수록 필요한 계산도 많아진다. UNIT 우주에서 각 계산 요소는 우리 은하인 은하수보다 약간 작은 은하에 해당한다우리는 거대한 부피를 다루어야 한다는 필요성과 마레노스트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한된 계산 시간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러한 크기를 선택했다.

우리는 각 계산 요소를 배치해 물질 분포가 정규분포즉 가우시안 분포를 따르도록 했다또한 특정 인플레이션 모델이 예측하는 원시 비가우시안 분포에 따라 변위를 추가했다이러한 변이는 우리의 계산 우주의 진화를 변화시킨다.

원시 비가우시안 분포를 포함한 초기 조건을 갖는 완전한 N체 시뮬레이션 연구는 많지 않다그래서 우리 연구팀은 이러한 비표준 시뮬레이션 결과에 편향이 생기지 않도록 초기 조건을 설정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UNIT 계산 우주다왼쪽한 변의 길이가 2조 천문단위(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인 정육면체 영역에서의 가우시안 초기 물질 분포다가운데왼쪽과 동일한 영역이지만원시 비가우시안성을 가진 물질 분포다오른쪽원시 비가우시안성을 가진 우주에서우주 나이가 현재의 약 절반일 때의 물질 분포다출처저자 작성

초기 우주 효과를 포함한 최대 규모 시뮬레이션

2023년에 마드리드 자치대학교와 바르셀로나 고에너지 물리 연구소(Institut de Física d’Altes Energies) 소속 연구진은 비가우시안 초기 조건을 포함한 가장 큰 규모의 계산 우주를 생성했다이는 초기 우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하는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모델들이 예측하는 효과다우리는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DESI가 우주의 초기 단계에서 팽창 가속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양자장이 필요한 인플레이션 모델 계열을 아마도 수용하거나 배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현재 UNIT 우주는 과학정보 포털(PIC, Port d’Informació Científica)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이곳에는 DESI의 유럽 미러도 구축되어 있다우리는 약 3.4테라바이트(TB)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PIC에 저장했으며이는 약 1,000편의 영화에 해당하는 양이다. PIC에서는 다양한 우주 시점과 서로 다른 실현에 대해 계산 요소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일부 계산 실험은 DESI와 유클리드 국제 협력 연구에서 이미 생성되어 활용됐다우리의 다음 연구 단계는 계산 우주의 부피를 확장하고 은하를 포함하는 것이다이를 통해 DESI에서 사용될 측정 기법을 검증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비가우시안 우주에서 은하 형성과 관련된 매개변수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이 매개변수는 시뮬레이션에서만 측정할 수 있으며이것이 없으면 DESI는 인플레이션 모델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는 이 매개변수를 측정하는 것을 목표로 UNIT 우주를 설계했으며이를 통해 DESI 협력 연구가 우주의 초기 순간을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지도록 돕는다.

[출처] ¿Qué le ocurrió al universo desde el Big Bang hasta que nació la luz?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비올레타 곤살레스 페레스(Violeta González Pérez)는 마드리드 자치대학교(Universidad Autónoma de Madrid) 이론물리학과 상근 교수다. 아드리안 구티에레스 아다메(Adrián Gutiérrez Adame)는 빈 대학교(Universität Wien) 천체물리 데이터 과학 분야 박사후 연구원이다. 산티아고 아빌라(Santiago Avila)는 에너지·환경·기술 연구센터(CIEMAT, Centro de Investigaciones Energéticas, Medioambientales y Tecnológicas) 우주론 분야 라몬 이 카할 연구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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