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속 새로운 지역 권력 블록 부상

튀르키예 외무장관 하칸 피단(Hakan Fidan),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왕자(Prince Faisal bin Farhan), 이집트 외무장관 바드르 압델라티(Badr Abdelatty), 파키스탄 부총리 이샤크 다르(Ishaq Dar)가 3월 29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출처파키스탄 외무부

파키스탄 총리 셰바즈 샤리프(Shehbaz Sharif)는 4월 8일 새벽 미국과 이란 사이에 2주간의 휴전이 합의되었다고 발표했다양측 대표단은 금요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Islamabad)에서 열릴 추가 협상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발표는 파키스탄이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튀르키예와 함께 회담을 개최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당시 네 나라는 걸프 지역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이 회담은 이 네 국가를 테헤란과 워싱턴 사이의 주요 협상 채널로 자리매김 시켰으며전쟁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의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지역 질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전쟁이 2월 말에 시작되기 이전부터 이스라엘과 이란은 모두 이 지역에서 고립된 상태였다.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의 원래 목표였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관계 정상화는 이제 전혀 가능성이 없다이 협정은 이스라엘과 중동의 다른 국가들 사이의 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했다.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은 이 협정의 일환으로 이스라엘과 합의에 서명했다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이전에는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으며이는 2024년 이스라엘 의회의 표결로 사실상 배제되었다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과 그리스를 연결하는 광섬유 케이블의 경유 국가를 이스라엘 대신 시리아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튀르키예 역시 가자지구 분쟁을 이유로 2024년에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중단했다또한 이스라엘이 2025년 9월 도하에서 하마스 지도자들을 공격한 이후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만장일치 규탄을 받으면서 이스라엘과 카타르 간 관계도 악화되었다.

이란의 주요 동맹은 러시아이며그보다 훨씬 제한적인 수준에서 중국과 예멘의 후티 반군이 있다미국과 이스라엘과의 충돌이 시작된 이후 중국은 이란과 거리를 두고 있다후티 반군은 최근 이란을 지원하기 위해 전쟁에 개입했지만최근 몇 년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약화된 상태다.

3월 18일 이란의 미사일이 카타르의 주요 가스 시설인 라스 라판(Ras Laffan)을 타격한 이후카타르와 이란 사이의 견고했던 관계는 단절되었다또한 수년간의 적대 관계 끝에 2023년 중국의 중재로 이루어졌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부분적 화해 역시이란의 사우디 에너지 시설 공격 이후 사실상 붕괴되었다.

이처럼 이란과 이스라엘이 모두 지역에서 왕따 국가로 간주되는 상황 속에서파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이집트는 중동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왔다.

새로운 질서?

이 네 국가는 지역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지를 설명해 주는 몇 가지 공통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이들은 모두 미국과 정치·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도널드 트럼프의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구성원이다. 2026년에 설립된 이 위원회는 전 세계 분쟁을 해결하고 가자지구의 지속적인 평화와 재건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각국은 이 형성 중인 동맹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파키스탄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 매장량을 갖고 있으며이집트는 핵심 해상 통로인 수에즈 운하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고 있고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회원국이다이들 모두 비교적 발전된 방위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총인구는 5억 명에 이른다이들을 종합하면 세계에서 가장 정치적·군사적으로 영향력 있는 무슬림 다수 국가 집단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 네 나라는 반드시 자연스러운 동맹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며이들의 관계는 오랜 기간 여러 차례 흔들림을 겪어 왔다예를 들어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는 흔히 불편한 결혼으로 묘사되어 왔다이집트는 한때 세속적이고 통합된 아랍 정치 정체성을 지향하는 범아랍 민족주의의 중심 국가였다.

사우디 왕국은 역사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을 위협으로 간주해 왔다그러나 2014년 압델 파타 엘시시(Abdel Fattah el-Sisi)가 이집트 대통령으로 집권한 이후 양국 간 차이는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시시는 2015년 후티 반군에 대한 사우디 주도의 군사 작전에 정치적·군사적 지원을 제공했으며이후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방위 협력을 더욱 강화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의 지도 아래 특히 튀르키예는 지역의 지도자이자 문제 해결자로 자리매김해 왔다그러나 튀르키예 역시 다른 지역 강대국들과의 관계에서 냉각기를 겪은 바 있다앙카라와 카이로의 관계는 튀르키예의 가까운 동맹이었던 이집트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Mohammed Morsi)가 2013년 쿠데타로 축출된 이후 급격히 악화되었다.

마찬가지로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긴장은 2018년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가 살해된 사건 이후 특히 심화되었다. 2021년 미국 정보 보고서는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이 이 살해를 승인했다고 결론지었지만그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후 2022년에는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서, 2025년에는 튀르키예와 이집트 사이에서 관계 정상화가 진행되었다에르도안은 2026년 2월 카이로와 리야드를 방문했으며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기 위한 여러 지정경제 구상을 제안했다여기에는 아시아페르시아만유럽 간 경제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계획인 이른바 중동 회랑(Middle East Corridor)’이 포함된다.

한편 파키스탄은 현재 분쟁에서 이란의 공격을 받았음에도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이는 2025년 양국 간 전략적 상호 방위 협정이 체결되었음에도 나타난 모습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파키스탄튀르키예는 항상 이해관계를 같이해 온 것은 아니다그러나 이스라엘과 이란의 지역적 고립이 심화되는 가운데이들 간의 편의적 관계는 점점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고 있다.

[출처Pakistan, Turkey, Egypt and Saudi Arabia emerge as a new regional power bloc amid Iran war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나타샤 린드스테트(Natasha Lindstaedt)는 에식스 대학교(University of Essex) 정치학과 교수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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