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수십 년 동안 브랑코 밀라노비치 교수의 주장처럼 아시아의 부상은 산업혁명 이후 전 세계 소득 구조에서 두 번째로 큰 재편을 이뤘다. 레이건과 대처가 서방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추진한 신자유주의는 예상치 못하게 새로운 글로벌 엘리트를 만들어냈고, 이는 서구 중산층의 불만을 키웠다. 이러한 변화는 상당한 정치적 혼란과 불만을 촉발했고, 시진핑, 푸틴, 트럼프와 같은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이를 자신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신자유주의의 두드러진 특징은 그 자체의 쇠퇴를 가속하는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차이나 포커스>(China Focus)는 밀라노비치 교수와 그의 신간 『거대한 세계적 전환: 다극 세계에서의 국가 시장 자유주의』(The Great Global Transformation)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베오그라드 대학교(University of Belgrade)에서 유고슬라비아의 소득 불평등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1987년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세계은행 연구부에서 약 20년 동안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으며, 이후 『월즈 어파트』(Worlds Apart)(2005)를 집필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그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 연구원을 지냈고,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강의했다. 현재 그는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센터의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밀라노비치의 주요 연구 분야는 국가 내 및 세계적 소득 불평등이다. 그는 주요 학술지에 폭넓게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저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The Haves and the Have-Nots)(2011)는 <더 글로벌리스트>(The Globalist)가 선정한 올해의 책으로 뽑혔고, 『글로벌 불평등』(Global Inequality)(2016)은 주요 국제상을 받았다. 그의 신간 『거대한 세계적 전환』(The Great Global Transformation)은 2025년에 출간됐으며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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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류(Alice Liu): 교수님은 신간에서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두 가지 핵심 경제 변화를 강조했다. 그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달라.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 나는 두 가지 핵심 변화가 서로 다른 분석 수준에서 나타난다고 본다.
첫 번째 핵심 변화는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이 크게 확대되고, 경제 활동의 중심이 그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약 30~40년 전의 경제 활동 지도를 현재와 겹쳐 보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과 같은 국가에서 경제 활동이 40년 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확대됐다.
중국은 대표적인 사례다.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가 됐다. 현재 중국 경제는 세계 GDP의 22%를 생산하고, 미국 경제는 16%를 생산한다. 또 다른 사례로 인도를 들 수 있다. 현재 인도는 세계 생산의 9%를 차지하는 반면, 영국은 2%를 차지한다. 그러나 30년 전에는 두 나라 모두 각각 3%를 차지했다.
두 번째 큰 변화는 이러한 이동의 결과로 나타났으며 개인 소득 수준에서 발생했다. 중국이 부유해지면서 중국인들도 함께 부유해졌다. 그들은 세계 소득 분포에서 상위로 이동했고, 부유한 국가의 하위 계층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이는 예를 들어 미국, 독일, 이탈리아의 하위 중산층이 지난 200년 동안 처음으로 아시아의 상당수 사람들보다 뒤처지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자신이 그 순위에서 누구보다 앞서 있는지 뒤처져 있는지를 항상 인식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국제 가격으로 거래되는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을 통해 이를 체감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 상위 계층이 중산층과 노동계층보다 훨씬 더 빠르게 부를 축적하면서 정치적 불안정이 더 커졌다.
결국 서로 다른 두 수준에서 두 가지 큰 변화가 나타났다. 국가 차원에서는 아시아의 경제적·정치적 중요성이 크게 확대됐다. 개인 소득 차원에서는 서구 중산층의 상대적 쇠퇴가 나타났다.
앨리스 류: 좋다. 아시아의 부상이 세계 경제와 소득 분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더 듣고 싶다. 이 변화가 단순한 글로벌 경제 변화의 한 단계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독특한 이유는 무엇인가? 왜 우리가 이것에 주목해야 하는가?
브랑코 밀라노비치: 우선 이 변화가 매우 크기 때문에 주목해야 한다. 인도와 중국만 보더라도 28억 명, 즉 전 세계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규모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규모가 크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 동시에, 이 변화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독특하므로 극적이다.
1300년, 1500년, 또는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유라시아 대륙의 경제 활동 분포를 살펴보면, 네덜란드나 이탈리아 도시국가와 같은 유럽의 발전된 지역과 중국의 발전된 지역 간 소득 수준이 매우 비슷했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모두 가난했지만, 이 두 지역 간 소득 격차는 크지 않았다.
이 상황은 산업혁명으로 바뀌었다. 산업혁명은 세계 GDP를 증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산업화를 선도한 국가들, 즉 영국, 프랑스, 북유럽, 이후 미국,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본에 사는 사람들을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부유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더 부유해지면서 기술적으로도 앞서고 군사적으로도 더 강해졌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는 이 흐름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도전을 목격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단순히 따라잡는 수준을 넘어 일부 분야에서는 서구 국가들을 기술적으로 추월하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이 이들 국가의 인구도 세계 소득 분포에서 상위로 이동하고 있다. 그래서 이 변화는 역사적으로 중요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결과를 되돌리며 아시아를 다시 유럽과 같은 수준으로 올려놓고 있다.
앨리스 류: 감사하다. 역사적 유사성을 말하자면, 최근 중국과 서구 정치권 사이의 새로운 냉전에 대한 논의가 많다. 이번 냉전은 과거와 무엇이 다른가?
브랑코 밀라노비치: 나는 이번 냉전이 과거와 다르다고 본다. 무엇보다 이 냉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주요 특징을 설명해보겠다.
과거 미국-소련(US-USSR) 냉전은 이념 경쟁에 기반했다. 나는 1960년대에 『평화와 전쟁』(Peace and War)을 쓴 레몽 아롱(Raymond Aron)의 분석을 인용하겠다. 그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패권국을 설명하면서 이 체제를 ‘이질적 체제’라고 불렀다. 이는 두 체제, 즉 소련 체제와 미국 체제가 정당성을 확보하는 기반이 서로 달랐다는 의미다. 동시에 이 두 체제 내부에는 상대 체제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는 소련과 이념적으로 연계된 강력한 공산당이 있었다. 반대로 동유럽과 소련 내부에도 서구와 이념적으로 가까운 자유주의 성향의 사람들이 존재했지만, 그들은 공개적으로 활동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는 같은 종류의 경쟁을 보기 어렵다. 현재의 경쟁은 훨씬 더 경제적 성격이 강하다. 중국은 소련보다 훨씬 더 강한 경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념적으로는 중국이 다른 나라들이 쉽게 모방할 수 있는 경제·정치 체제를 제시하지 못했다. 반면 소련은 그런 체제를 제시할 수 있었다.
앨리스 류: 그렇다면 중국은 소련에 비해 이념적 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인가?
브랑코 밀라노비치: 기본적으로 그렇다. 중국은 이념적 매력이 부족하다. 소련은 자신의 이념을 사실상 전 세계에 수출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쿠바처럼 성공적으로 공산화된 사례뿐 아니라, 인도처럼 계획경제를 도입한 국가들, 앙골라, 알제리, 이집트, 수하르토 이전의 인도네시아,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여러 국가에서도 소련의 영향력은 매우 강했다. 이는 단지 소련 경제가 강하다고 여겼기 때문만이 아니라, 해방, 사회주의, 평등이라는 이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반면 오늘날 중국이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이념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는 중국의 성공이 매우 복잡하고 특수한 조건 아래에서 다양한 정책 결정이 결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국가들이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규칙 체계를 만들기 어렵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제적 성공은 마오이즘(Maoism)의 유산 위에서 형성됐을 뿐 아니라, 경제특구 설립이나 향진기업과 같은 특정한 정책적 조건에 의존했다. 반면 소련은 모든 기업을 국유화하고 중앙계획을 수립하며 무엇을 생산할지 중앙 계획자가 결정하는 방식을 다른 국가들에 제시했다. 중국의 경험은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잠비아나 아르헨티나와 같은 국가에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다. 각국의 조건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앨리스 류: 이제 미국과 중국으로 넘어가 보자. 한편으로는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동시에 중국의 1인당 GDP는 여전히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미국 쇠퇴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인가? 중국이 완전히 따라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보는가?
브랑코 밀라노비치: 매우 복잡한 문제다. 이를 나눠서 설명해보겠다. 우선 중국의 1인당 소득은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 보더라도 여전히 미국보다 상당히 낮고, 환율 기준으로 보면 그 격차는 더 크다. 여기서는 실제 생활 수준을 더 잘 반영하는 PPP 기준으로 보겠다.
현재, 이 격차는 미국이 유리한 약 3대 1에서 3.5대 1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이 현재와 같은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이 격차는 줄어들 것이다. 40년 전에는 이 격차가 20대 1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3대 1 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엄청난 변화가 이미 일어났다. 만약 중국이 미국보다 2~3% 높은 성장률을 계속 유지한다면, 한 세대 안에, 늦어도 두 세대 안에는 중국에서 미국 중위소득을 넘는 인구가 미국인 수와 같아질 것이다.
그다음 질문은 중국의 1인당 GDP가 언제 미국과 같아질 것인가이다. 이는 아마 50년에서 70년 사이에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점이 되면, 그리고 그런 수준에 도달하면, 중국은 인구가 미국보다 약 4배 많으므로 양국을 단순히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훨씬 강력한 국가가 된다.
만약 1인당 소득이 같아지는 시점을 진정한 추격의 기준으로 본다면, 그 과정은 매우 오래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중국은 규모 자체가 훨씬 크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는 이미 미국보다 더 강력해질 수 있다.
앨리스 류: 무역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은 전쟁과 갈등의 위험을 줄이는가, 아니면 오히려 높이는가?
브랑코 밀라노비치: 이 문제에 관해 나는 책의 두 번째 장에서 다양한 견해를 다뤘다. 학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합의가 없다.
약 1750년경의 프랑스 철학자 몽테스키외는 상업과 무역이 사람들을 상호 의존적으로 만든다고 보았다. 그는 우리가 서로 사고파는 관계에 있고 상호 의존적일수록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더 우호적으로 행동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즉 상업은 평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더 나은 행동을 유도한다고 본 것이다. 이것이 한쪽 극단이다.
반대 극단은 19세기 말 영국 경제학자 존 홉슨에서 시작해 이후 공산주의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와 레닌이 발전시킨 이론이다. 이들은 대규모 자본을 가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내부 수요 부족 문제에 직면한다고 보았다. 사람들의 소득이 낮고 불평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 국가는 해외로 진출해 자원을 확보하고, 새로운 시장과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야 한다. 여러 자본주의 국가가 동시에 이를 추구하면 덜 발전한 지역을 놓고 경쟁하게 되고 결국 충돌하게 된다. 이 경우 무역은 갈등으로 이어진다. 제1차 세계대전은 이러한 논리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 중간에 있는 견해로 애덤 스미스의 관점이 있다. 이는 흥미롭지만 자주 언급되지는 않는다. 1776년에 글을 쓴 그는 당시 유럽이 기술과 군사력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세계 여러 지역을 정복하고 불의를 저지를 수 있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유럽이 다른 지역과 계속 교역하면, 그 지역들도 유럽으로부터 배우며 기술과 군사력에서 따라잡게 된다. 결국 양측의 힘이 비슷해지면 서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고, 힘의 균형이 평화를 유지하게 된다.
이렇게 세 가지 이론이 존재하며, 이를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적용할 수 있다. 낙관적 관점은 무역이 평화를 가져온다고 본다. 애덤 스미스는 무역이 힘의 균형을 만들어 평화를 유지한다고 본다. 홉슨-룩셈부르크-레닌의 이론은 강대국들이 세계 지배를 놓고 경쟁하면서 전쟁에 이른다고 본다. 나는 이 세 가지 이론을 1970년대 이후 미중 관계의 변화에 적용해 분석했다.
앨리스 류: 이 세 가지 이론 중에서 교수님의 입장은 무엇인가? 미중 관계에 가장 잘 적용되는 이론은 무엇이라고 보나?
브랑코 밀라노비치: 특정 조건과 무관하게 하나의 이론만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는 세 가지 이론이 모두 미중 관계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무역과 미중 관계가 미국 관점에서 두 가지 이유로 긍정적이었다. 첫째, 소련에 맞서 중국을 미국 진영에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했고, 중국의 개방은 정치적으로 그런 맥락에서 이해됐다. 둘째,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 투자하고 거대한 시장을 확보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기를 원했다. 중국으로서도 이는 필수 조건이었다. 미국 시장과 기술이 없었다면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무역은 몽테스키외가 말한 것처럼 상호 의존과 협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현재를 보면 애덤 스미스의 이론도 적용된다. 지금은 중국과 미국의 기술력이 매우 비슷해졌기 때문에 양측 모두 전쟁이 재앙이 될 것이라고 인식하며 상호 두려움 속에서 평화를 유지한다.
또한 홉슨·룩셈부르크·레닌의 이론도 드러난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중국과 미국이 시장과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에서 국제 경쟁의 초기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이론이 모든 진실을 설명하지는 못하고, 각각이 서로 다른 시기와 측면에서 적용된다.
앨리스 류: 앞서 ‘세계 소득의 대규모 재편’을 간단히 설명했다. 이를 더 깊이 살펴보자. 이 변화로 누가 이익을 얻었고 누가 손해를 봤는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브랑코 밀라노비치: 간단히 말하면 세계화는 부유한 국가의 상위 계층에 큰 이익을 안겨줬고, 동시에 중국,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와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거의 모든 계층이 큰 혜택을 받았다.
누가 손해를 봤는지를 말하기는 어렵다. 실제 소득이 감소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위치가 하락한 집단은 선진국의 중산층과 노동계층이다. 이들은 자국의 상위 1% 또는 상위 5%와 비교할 때 소득 증가율이 훨씬 낮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또한 아시아 중산층과 비교해도 뒤처졌다. 따라서 이는 절대적으로 가난해졌다는 의미의 손실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뒤처졌다는 의미의 손실이다.
앨리스 류: 당신은 새로운 글로벌 엘리트 계층이 전체 부가 증가한 국가 내부에서도 빠르게 정치적 반발의 대상이 됐다고 썼다. 왜 이 새로운 엘리트는 그렇게 빨리 정당성을 잃었는가? 왜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쉬운가?
브랑코 밀라노비치: 부유한 국가에서는 노동계층과 중산층과 같은 상당수 인구가 비교적 미미한 성장 경험을 했다. 이들은 30년 동안 연평균 약 1% 수준의 성장에 그쳤다. 이는 세계화가 처음 제시될 때 기대했던 결과와는 달랐다.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를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이 세계화를 추진할 때는 부유한 국가의 중산층이 크게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 이를 설명했다. 중국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부유한 국가의 중산층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경험했다. 동시에 자신들보다 훨씬 부유했던 사람들이 더 큰 부를 축적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에 따라 새로운 엘리트가 자신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고 느끼게 됐다. 이 엘리트는 공장을 미국에서 미얀마로 이전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며, 지역 사회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여겼다.
결국 전반적인 환멸이 확산했다. 세계화의 수혜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생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충분히 개선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는 경제적 측면이지만, 동시에 문화적·도덕적 측면도 존재한다. 엘리트가 자신들을 능력주의적 정당성을 가진 집단이라고 믿는 태도는 이러한 갈등을 더 심화시켰다. 그러나 상위 계층에 속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서구 사회 내부에서 큰 인식의 괴리가 발생했다.
여기에 더해 여러 유럽 국가에서는 이민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상위 계층에게 이민은 더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익이 된다. 그러나 프랑스 노동자가 아프리카 출신 이민 노동자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긍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앨리스 류: 중국은 세계화의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촉진한 존재라고 말했다. 하나의 체제에서 만들어지면서 동시에 그 체제를 흔든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 의미를 설명해달라.
브랑코 밀라노비치: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세계화에서 엄청난 이익을 얻었다. 미국 시장의 개방, 서방 국가로부터의 기술 이전, 수출 확대, 그리고 이를 통한 국민 소득의 대폭적인 향상이 그 사례다.
그러나 바로 그 규모와 성공 때문에 중국은 미국에 위협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지정학적 이유로 미국과 서방은 세계화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아이러니하게도 세계화는 특히 아시아 국가들, 그중에서도 중국에 큰 성공을 안겨줬지만, 바로 그 성공이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을 만들어냈다. 중국은 막대한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기존 세계화 체제가 지속되기 어렵게 만들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지정학적 질서 안에서 더 이상 수용하거나 조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앨리스 류: 당신은 ‘국가 시장 자유주의(national market liberalism)’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이것이 신자유주의를 대체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쉽게 설명해달라.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와 무엇이 다른가?
브랑코 밀라노비치: 다소 큰 개념이다. 나는 이를 줄여 ‘국가 자유주의’라고도 부른다. 간단히 설명하면 자유주의 또는 신자유주의 원칙을 국내 영역과 국제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국제적으로는 변동환율, 낮은 관세, 자본·기술·재화, 그리고 어느 정도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의미한다. 반면 국내적으로는 부유층에 대한 낮은 세율, 노동 대비 자본에 대한 낮은 과세, 규제 완화, 민영화, 그리고 사회보장제도의 민영화를 포함한다.
현재 세계에서는 신자유주의의 국제적 측면이 거부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뿐 아니라 유럽연합에서도 나타난다. 각국은 관세를 부과하고, 노동 이동을 강하게 제한하며, 경제적 압박 수단을 광범위하게 쓴다. 국제적 신자유주의는 약화하고 중상주의 정책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적으로는 미국에서 신자유주의 원칙이 여전히 강하게 유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더 강한 규제 완화, 부유층 감세, 자본에 대한 낮은 과세를 추진했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존재하지만, 국가 내부에 한정된 형태로 남아 있다. 즉 국제적 요소가 제거된 신자유주의다.
앨리스 류: 국가 시장 자유주의는 장기간 지속될 체제인가, 아니면 과도기적 단계인가?
브랑코 밀라노비치: 나는 이 체제가 3~5년 안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는 세계 경제와 정치 권력의 구조적 재편과 함께 자유무역에서 제로섬적 사고로의 이념적 전환을 반영한다. 이러한 변화는 매우 크다.
따라서 이를 단순한 과도기적 단계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 무엇으로 전환되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를 대체할 새로운 모델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 체제는 특정 지도자 한 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논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수십 년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앨리스 류: 시진핑, 트럼프, 푸틴이 동일한 구조적 긴장에 대해 서로 다른 대응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이 서로 대립하는 지도자들을 연결하는 공통된 논리는 무엇인가?
브랑코 밀라노비치: 세 지도자 모두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결과나 과잉에 불만을 가진 집단의 지지를 바탕으로 권력을 잡았다는 점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특히 2007~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화에서 소외됐다고 느낀 중산층과 노동계층의 불만을 기반으로 지지를 얻었다. 그래서 7,700만 명이 그에게 투표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의 지지가 주로 공산당 내부에서 나왔다. 특히 부유한 엘리트의 부상이 정치 권력을 위협한다고 본 집단이 그를 지지했다. 중국에서 새롭게 등장한 억만장자와 백만장자에 대응해 시진핑은 정치와 자본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 권력은 당 내부에 있어야 한다고 봤고, 반부패 정책을 추진하며 권력을 강화했다.
러시아의 경우 푸틴은 1990년대 혼란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했다. 옐친이 추진한 민영화는 과두 지배 체제를 만들었고, 이는 국가를 사실상 내전 직전까지 몰아넣었다. 푸틴은 경제 엘리트가 정치 권력에 도전하지 않는 한 그들을 용인하는 통치를 했다.
이처럼 세 지도자는 모두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과잉에 대한 대응을 제시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앨리스 류: 흥미롭다. 이어서 묻고 싶다. 현재 중국의 정치·경제 엘리트는 누구인가? 이들은 미국의 엘리트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브랑코 밀라노비치: 가계조사 데이터를 검토하면서 나는 1988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도시 인구 상위 5%를 분석했다. 1988년에는 이 상위 집단이 주로 국유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구성됐다. 엔지니어, 관리자, 그리고 정부 관료와 공산당 간부들이 여기에 포함됐다. 전문관리직 계층은 매우 미미했고, 소규모든 대규모든 자본가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3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집단의 약 3분의 2가 민간 부문에서 소득을 얻는다. 일부는 대기업 자본가이고, 일부는 소규모 자본가이며, 또 일부는 자영업자나 민간 기업 종사자다. 여기에 더해 상당수는 전문관리직 계층(PMC)에 속하며, 주로 대형 민간 기업이나 투자은행과 같은 곳에서 일한다. 나머지 약 3분의 1은 여전히 국유기업, 정부 기관, 당 조직 등 국가 부문에 의존한다.
이처럼 경제와 엘리트의 사회적 구조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나는 정치 지도자의 관점에서 이 새로운 엘리트를 보면 잠재적 위험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상위 5%는 대부분 민간 부문에서 형성됐기 때문에 정치 지도자 선출과 정책 결정에 더 큰 영향력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처럼 부유층이 정책을 좌우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면 대응 방식은 경제 권력과 정치 권력을 분리하는 것이다. 시진핑이 바로 이 방식을 취했다. 부유층이 계속 경제적 권력을 축적하고 행사할 수는 있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정치적 결정, 심지어 경제 정책도 중국 전체에 이익이 되는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며, 반드시 경제 엘리트의 이익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앨리스 류: 서구 정치권은 아시아의 부상과 중국의 부상이 가져온 결과를 어떻게 오해하고 있는가?
브랑코 밀라노비치(BM): 서구 정치권은 처음에는 지정학적 이유로 중국의 개방을 지지했다. 특히 소련을 견제하고 중국과 소련의 분열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중국의 거대한 시장에 접근하려는 경제적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중국에서 나타난 결과에 대한 실망을 설명하면서, 서구 정치권은 세계화를 통해 중국이 민주화되기를 기대했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설명이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중국이 민주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계화에 실망했다는 주장은 사후적으로 만들어낸 논리이며 성실하지 않다고 본다.
진짜 오해는 구조적인 것이었다. 서구 정책 입안자들은 세계화의 성공이 세계 경제 권력 구조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추진한 체제가 결국 자신들의 상대적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지 못했다.
앨리스 류: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세계 질서가 형성될 것으로 보나? 우리는 더 큰 분열로 나아가는가, 협력으로 나아가는가, 아니면 전혀 다른 방향인가?
브랑코 밀라노비치: 현재 우리는 분명히 ‘글로벌 무질서’ 상태에 있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이는 일시적인 정치적 혼란이며, 나는 대규모 전쟁 없이 각국의 상대적 힘을 더 잘 반영하는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기를 바란다.
나는 우리가 다극 체제로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 이는 단순히 여러 개의 비슷한 강대국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기존 체제보다 오늘날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국제 질서를 의미한다. 이는 개혁된 유엔일 수도 있고, 새로운 국제기구일 수도 있다. 현재 체제에는 비합리적인 요소가 많다. 예를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부 작은 유럽 국가가 인도나 인도네시아보다 더 큰 투표권을 가진다는 점은 인구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비합리적이다. 새로운 체제는 현재의 힘의 분포를 반영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먼저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이 유럽과 미국과 함께 축을 이루는 다극 세계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궁극적으로는 주요 강대국들이 지금보다 더 큰 역할과 책임을 갖는 더 공정한 국제 질서를 구축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Asia’s Rise and the Self-Undermining Logic of Neoliberalism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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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는 경제학자로 불평등과 경제정의 문제를 연구한다. 룩셈부르크 소득연구센터(LIS)의 선임 학자이며 뉴욕시립대학교(CUNY) 대학원의 객원석좌교수다. 세계은행(World Bank) 연구소 수석 경제학자로 활동한 바 있으며, 메릴랜드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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