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기후위기, 폭염과 재난이 일상이 된 지금,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전환 방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다시 물어야 할 때다. 지금의 에너지 전환은 민간 투자와 시장 논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 결과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면서도 소유와 통제권은 민간에 집중되고, 비용은 사회 전체로 전가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와 저조한 민간 투자는 에너지 전환 속도마저 뒤처지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투자와 소유, 통제권의 귀속, 그리고 일자리와 사회적 배분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전환이다. 특히 2050년까지 약 1,550조 원에 이르는 투자 규모는 이 전환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가를 결정짓는 핵심 쟁점이다. 본 연재는 에너지 전환의 공공적 경로를 밝히기 위해 발전공기업 통합부터 해상풍력, 지역분산에너지, 태양광, 그린수소 및 녹색공공은행 설립까지, 에너지 공공성을 노동자와 시민의 손으로 되찾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
한편, 이 글은 2023년 발간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에 이어, 전력과 가스 등 에너지 체계 전반에서 통합적인 공공적 경로를 구상한 연구보고서 <에너지 전환의 공공적 경로>(사회공공연구원 외, 2026)를 요약·소개하는 글이다.
출처: Unsplash
전쟁과 지정학적 긴장이 길어지면서 에너지 위기 혹은 에너지 안보라는 단어가 다시 우리 일상에 들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겪은 에너지 가격 급등은 “에너지 문제”가 곧 생계비의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이번 사태로 다시금 겪고있는 이러한 충격은 단지 일시적인 사건으로 끝날 것인가? 여전히 화석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오늘날 이와 같은 에너지 위기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위험이지 않을까?
따라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불과 몇 해전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주요국들은 러시아산 화석연료 공급망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수단으로서 재생에너지와 수소에 주목했다. 이 중에서 특히 수소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배출하지 않으며, 재생에너지가 생산하는 전기를 저장하는 역할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더 나아가 화석연료의 대안 연료로서 철강 등 직접 전기화가 어려운 산업 공정을 탈탄소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찍부터 주목받아왔다. 이에 유럽연합, 일본 등의 주요 국가들은 다양한 정책을 통해 대규모 수소 생산·수입 목표를 설정하며 수소를 전략 자산으로 개발해왔다. 국내 역시 에너지 위기가 직접적 계기는 아니었지만,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 수소법 제정 이후 발전용 연료전지, 수소·암모니아 혼소발전, 수소차 등을 중심으로 수소의 생산과 활용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각국의 야심 찬 목표와 정책을 그저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수소의 장점과 그것에 대한 높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수소경제를 전환의 핵심 축으로 삼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전기로 생산되어 가장 청정하다는 그린수소를 보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수소를 활용한다면 탄소배출이 적은 그린수소가 가장 적절한 경로로 거론된다. 그러나 그린수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생산을 위해 추가적인 재생에너지 설비와 인프라가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해 전력시장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는 과정에서 기존의 저배출 전력을 잠식하고, 화석발전 가동 증가로 이어져 다른 부문의 탈탄소화를 저해할 수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설비와 수소 생산 설비를 대규모로 구축하는 과정은 넓은 토지와 해역이 필요하며, 지역사회의 수용성 갈등을 동반하기 쉽다. 나아가 주요 국가들은 수소를 해외에서 조달하기 위해 남반구 지역을 대규모 재생에너지 및 수소 생산기지로 개발하고 있는데, 이는 자원 수탈, 지역 파괴 등을 동반하는 '녹색 식민주의' 논란까지 일고 있다. 그리고 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다량의 물과 이리듐 같은 희소 금속의 공급 제약 등을 고려하면 수소 생산으로 인한 환경적 부담 역시간과하기 어렵다.
그린수소가 여전히 비싼 상황에서 ‘가교’로 거론되는 것이 블루수소다. 블루수소는 기존의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방식에 탄소포집(CCS) 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그러나 탄소포집 기술의 실효성이 기대만큼 확보되지 않거나, 천연가스 채굴·운송 과정에서의 메탄 누출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블루수소의 기후적 이점은 약화 수 있다. 더욱이 가교 역할에 대한 적절한 공적 통제 없이 블루수소 확대가 추진될 경우, 가스발전소를 비롯한 설비, CCS 인프라 등 화석연료 자산을 고착시켜, 화석연료 메이저들의 기득권을 유지 줄 위험도 상존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러한 한계를 시장 논리로 돌파하려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이다. 유럽과 일본, 한국 등에서 수소경제의 실제 사업 추진은 대체로 민간 기업의 투자와 프로젝트에 의해 전개되고, 정부는 보조금·보증·가격지지 등으로 민간의 위험을 낮추는 방식으로 시장 형성을 뒷받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처럼 정책의 초점이 민간 투자를 성사시키는 것에 과도하게 맞춰질 경우, 수소 전환의 기준이 기후적 효과나 공공성보다는 금융권이 선호하는 수익성과 사업 안정성에 기울 위험이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 보조금에 기대는 방식의 수소 확산이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고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LNG 개질 기반 발전용 연료전지와 수소·암모니아 혼소발전은 전력구매비 증가 및 그로 인한 부담 전가 우려와 함께, 실제 감축 효과의 한계를 둘러싼 비판이 제기되었다.
결국 수소는 어디에나 무한정 적용할 수 있는 만능 해법이 아니다. 보조금 확대나 기업의 수익성 논리에만 의존한다면 비용 부담과 자원 낭비가 커지고, 화석연료 기반 인프라가 우회적으로 연장될 위험도 커진다. 수소가 기후 해법으로 기능하려면 민간 주도의 시장 형성에만 기대기보다, 공공성에 기반한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에너지 전환과 탈탄소화를 위해 “수소를 얼마나 생산해 어떻게 유통하고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공공적 계획이 필요하다. 이 중 수소 활용과 관련해서는 ‘수소사다리론’을 활용해, 직접 전기화라는 저렴한 대안이 있는 곳은 낭비적 활용을 억제하고 대체 수단이 없는 필수 영역에 수소를 우선 배분하는 방향성을 모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그린수소는 그린전력, 즉 추가적인 재생에너지 전력과 결합하지 않으면 기후 해법이 되기 어렵다. 즉 그린 수소 생산설비인 전해조 보급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계통 운영 전략 속에서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다만 수익성 중심의 민간 투자에만 의존할 경우, 필요한 규모만큼 재생에너지 설비가 적기에 추가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그린수소 확대는 전력망 혼잡을 막고 실질적인 배출 감축을 달성할 수 있도록 공공이 재생에너지 확충을 계획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식과 결합해야 한다
셋째, 수소 인프라는 ‘누가, 어떻게 소유·운영할 것인가’라는 공공성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수소경제가 작동하려면 생산뿐 아니라 운송·저장 인프라가 필수인데, 파이프라인과 대규모 저장 시설은 투자 규모가 크고 수명이 길어 한 번 구축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입지와 구축 순서가 제대로 계획되지 않은 채 설비만 확대되면, 계통 비용 상승이나 좌초자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수소 관련 인프라는 민간의 수익사업에만 맡기기보다 전략적 예비자원으로서 공적 계획과 공공적 소유·운영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 과도기적으로 블루수소를 가교 역할로서 병행하더라도, 그린수소로의 전환 시점과 성능 기준, 화석가스 사용 종료 조건을 사전에 명문화하고 공적으로 집행해 ‘전환’이 ‘연장’으로 바뀌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결국 쟁점은 수소 그 자체가 아니라, 전환의 비용과 위험을 누가 부담하고 어떤 우선순위로 자원을 배분할 것인가이다. 수소경제가 기후위기 대응의 도구가 되려면, 시장의 기대가 아니라 공공성의 원칙이 정책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 덧붙이는 말
-
류승민은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의 연구위원이다.






![[클린룸을 오가는 사람들: 가스감지기 작업자 임한결 이야기] ①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클린룸 지하공간을 아십니까](/data/article/12/260415b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