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오는 6월 2일은 고 김충현 노동자 사망 1주기가 되는 날이다. 김충현은 발전소의 다단계 하청구조와 외주화된 위험, 고용 대책 없이 추진된 석탄발전소 폐쇄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 이후에도 발전소 2차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은 오히려 더 위험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투쟁은 적지 않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114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함께 김충현 대책위를 꾸렸고, 장례투쟁과 65일간의 노숙농성 끝에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를 통한 발전소 하청노동자 직접고용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합의 이행을 위한 노사전 협의체는 여전히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원청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는 멈춰 서 있다.
김충현 노동자 1주기를 맞아 우리는 다시 묻는다. 노동자의 죽음 이후 사회가 어렵게 만들어낸 약속은 왜 아직도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는가.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기 위한 합의는 왜 다시 미뤄지고 있는가.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의 고용·노동안전 현실을 바탕으로, 지난 1년의 투쟁과 변화, 남겨진 과제를 돌아보는 기고 5편을 연재한다.
지난해 7월 17일, 정철희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규탄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고 김충현 노동자와 관련한 허위사실을 언급하며,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이 제기해온 ‘위험의 외주화’ 문제의 본질을 왜곡했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형님, 저 왔습니다. 늘 회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시던 형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벌써 형님과 이별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형님의 이름을 다시 불러보니, 가슴 한구석이 먹먹하고 서글퍼집니다.
같은 회사에 있으면서도 서로 일하는 곳이 달랐고, 각자 눈앞의 일에 바쁘다는 핑계로 생전에 형님과 따뜻한 대화 한 번 제대로 나누지 못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생전에는 자주 부르지 못했던 형님의 이름을 그 잔인한 사고 이후에야 제 마음속에서 가장 자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7월 31일, 발전하청노동자 연쇄 사망사고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행진을 시도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또 다른 죽음을 막아달라고 외쳤지만, 경찰은 또다시 행진을 가로막았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그중에서도 사고가 나기 불과 며칠 전, 형님이 저에게 “밥 한번 먹자”고 하셨던 일이 자꾸만 눈에 밟힙니다. 제가 뭐가 그리 바빴는지 그걸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그날 형님의 다정한 제안을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쳤던 일이, 지난 1년 동안 제 마음에 큰 미안함으로 남아 불쑥불쑥 가슴을 찔렀습니다. 그때 미루지 말고 형님과 따뜻한 밥 한 끼 함께하며 이야기 나누었어야 했는데, 그게 참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형님.
그래도 형님은 가끔 마주칠 때마다, ‘자격증 공부해라’ ‘늘 공부해라’ 하시며 늘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셨지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어도, 형님이 툭툭 던지듯 건네주시던 그 애정 어린 잔소리가 저를 생각해주시는 형님만의 따뜻한 방식이었다는 걸 이제는 잘 압니다. 형님이 남겨주신 그 말씀 가슴 깊이 새기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며 살아가겠습니다. 꼭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형님께 보답하겠습니다.
지난 1월 29일,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 회의를 앞두고 노동자들과 연대 단위들이 아침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누군가는 밤샘 농성 뒤 곧바로 달려왔고, 누군가는 출근 전 잠시 시간을 내 함께했다. 그렇게 이어진 연대가 협의체를 움직였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형님, 이제는 그곳에서 무겁고 고된 짐 모두 내려놓으시고, 거친 현장의 걱정 없이 그저 평안하게만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살아생전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저를 챙겨주셨던 형님의 마음은 오래도록 제 가슴속에 깊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부끄럽지 않은 동생이자 동료로 열심히 살아가다가, 훗날 다시 만나는 날에는 생전에 못다 한 이야기 나누며 제가 먼저 반갑게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때는 미루지 않고, 제가 꼭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겠습니다.
참 많이 보고 싶습니다, 충현이 형님. 부디 하늘에서는 아픔 없이 편히 쉬십시오.
2026년 5월
형님의 평안을 빌며, 동생이자 동료
정철희 올림
지난 2월 10일,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 김선수 위원장이 합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노동자들과 연대 단위들은 긴 투쟁 끝에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냈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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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희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로,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