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통 계약직 해산에 자유로울수 있는가?

눈물로 노조 깃발 사수하자 했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노조해산, 비정규직 투쟁 바라보는 노동자와 사회세력 모두의 책임

돈 몇푼 받으려고 500일 싸운 것 아니다.
"찬성 105명, 반대 35명으로 노동조합 조건부 해산건이....." 해산이 결정되고 그것을 공표하던 이춘하 직무대행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이 직대가 등을 돌리고 눈물을 흘릴 때 많은 조합원들도 소리없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 조합원은 그 자리에서 투쟁조끼를 찢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밖에 나가 담배를 물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서러운 눈물이었다. 한통 투쟁에 연대해 왔던 한 여성활동가는 운동장 건너편의 나무 밑에 앉아 조합원들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밖에 나와 있던 조합원들은 "우리가 도저히 깃발을 세울 수 없다면 적어도 다음주에 홍준표 위원장님이 출소 할 때까지 만이라도 깃발을 지킵시다"라며 결정을 유보하자고 까지 했지만, 해산에 대한 찬성표가 잠정합의안 찬성보다 더 많은 숫자가 나왔다는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찬성에 표를 던진 조합원들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조합원들에게 닥친 현실의 어깨가 너무 무거웠던 것이다.

조합원들은 스스로가 내린 결정에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미 합의안이 가결된 순간 노조 해산은 뻔한 것이었다. 합의안에 반대를 주장했던 조합원들은 합의안 찬성이 노조 해산으로 직결되었기 때문에 "현실의 어깨는 무거워도 노동조합을 해산 할 수는 없다"는 입장으로 부결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합원들 앞에 놓인 벌금, 채무, 채권, 수배, 가정 파탄 등 수많은 현실은 자본앞에 자신의 무기인 노조를 던져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한 조합원은 "지금 현안으로 닥친 현실을 넘어 더 이상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노조 해산에 찬성을 던질 수밖에 없는 비참한 심정을 토로했다.

조합원들 앞의 현실은 똑같았지만 서로 다른 길을 가야 하는 것이 500일이 넘는 싸움 앞에 놓여 있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조직의 분열입니다. 투쟁에서 남겨야 할 것은 동지입니다. 찬성이건 부결이건 이후 조직적으로 갈 수 있는 고민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고민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라는 총회 시작전 남병준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 집행위원장의 말은 무엇보다 지도부가 준비한 총회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지도부들은 총회 내내 가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현정권에서 정부를 상대로
*죽여 밟아 묻어 시발 개새끼야/ 비록 노조 해산을 결정 했지만 한통 계약직 투쟁은 민주노조 운동 진영의 전면적인 평가가 진행되었을때 만이 신화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 비정규직 투쟁의 이정표로 자리 잡아 나갈 것이다.
싸워 이겼던 노조가 있었는가?"라며 "조직의 한계를 많이 느꼈고, 적들이 사기업이었다면 우리 투쟁이 길게 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 말한 이춘하 직무 대행의 말에는 잠정합의안을 가결시키고 계약직 투쟁을 접어야 한다는 판단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남 집행위원장이 지적한 것처럼 찬성과 반대를 넘어 총회이후에 조직적인 계획은 논의되지 않았다. 청산위원회라는 한시적인 조직틀을 남겨 두었지만 청산위원회는 도급 현장으로 돌아간 조합원들에 대한 현장 탄압조차 함께 대응 할 수 있는 조직 체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총회가 끝나고 한 조합원은 "투쟁하지 않던 사람들이 끝까지 싸우려던 사람들의 발목을 잡았다"며 "돈 몇푼 받으려고 500일이 넘게 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 영하 20도가 넘은 분당 본사 앞에서 사측이 도급으로 가라 했어도 우리는 어렵게 세운 깃발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며 "무슨 면목으로 홍위원장을 본단 말이냐"고 개탄하기도 했다.

끝까지 싸우자던 ㅇ씨는 "홍위원장이 나온다면 처음 노조를 시작하던 순수한 마음을 듣고 싶다"며 "청산위원회는 현장탄압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들은 현재 강릉 교도소에 있는 홍준표 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다. 그래서 26일 출소 예정인 홍위원장이 "다시 싸우자고 한다면 싸울 것"이라고 했다. 조합원들에게는 분당 본사앞 노숙투쟁 당시 홍위원장이 "여러분 죽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말이 아직도 선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첫눈이 내리는 가운데 열린 한통계약직 투쟁승리를 위한 천인실천단 제3차 결의대회 및 대국민 선전전

"노조해산, 2선 지도부만의 문제도 찬성한 조합원들만의 문제도 아닌"
적극적으로 잠정합의안 부결을 주장했던 조합원들은 "2선 지도부가 너무 타협적이었다"고 했다. "작년 노동자 대회 당시 우리는 다시 한번 목동전화국 점거이상의 투쟁을 준비했지만 사측의 농간과 2선 지도부의 타협적인 모습으로 우리는 시기를 놓쳤다"며 "이번 총회 역시 2선들은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작업만 했다"는 말로 2선 지도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총회의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2선 지도부만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무리가 있다. 강태봉 지도위원은 "많은 사회단체들을 돌아다니며 고립된 싸움이니 도와 달라 했지만 계속 연대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런 과정에서 단체들 떨어져 나갔다"며 "상급단체 간부들 역시 개인적으로 이 싸움 접자고 했다"고 밝혔다.

대구 지역에서 공투위 활동에 결합했던 '노동자의 미래는 열어가는 현장연대' 서창호씨는 "이번 총회 결과는 노조만의 책임이 아니라 한국의 비정규직 투쟁을 보는 모든 노동자와 사회세력의 공동 책임"이라 밝혔다. 또한 "한통 투쟁의 한계 및 성과는 민주노총, 공공연맹, 연대단위들이 같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이 투쟁은 전국적인 평가를 진행해 한통만의 평가가 아니라 정규직, 비정규직, 지역, 서울을 아우르는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총회 결정에 대해 어느 단위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4월 6일 한강대교 고공시위
500일동안 남은 것은 세상을 보는 눈, 새로운 투쟁의 불씨는 남아
500일이 넘는 투쟁 과정에서 한통 계약직은 수많은 투쟁을 했다. 한강대교 고공농성, 목동전화국 점거투쟁, 분당본사 노숙농성, 광케이블 고공시위, 국회의원회관 옥상농성, 국회의사당 진입시위, 세종문화회관 옥상시위, 그리고 지난 4월6일 폭우속 한강대교 고공농성까지. 또한 한통 계약직노동자들은 수많은 연대 투쟁의 현장에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500일이라는 시간은 어디를 가도 다시는 순순히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남아 있었다. 처음 계약직 노조를 조직하면서 끝까지 투쟁 대열에 남아 있던 한 조합원은 "500여일 동안의 민주노조 투쟁의 결과는 합의안에 찬성해 도급에 들어간 누군가 먼저 투쟁을 시작하면 거기 참여하면서 나타나야 합니다. 어디로 가든 누군가 하나 일어서면 모든 걸 다 버리고 일어나 싸울 수 있는 동지들이 된다면 좋겠다"는 말로 500일의 투쟁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그는 또 "연맹과 총연맹의 위에 있는 집행부들이 얼마나 주도 하느냐에 따라서 비정규직 싸움은 깨질 수도 커질 수도 있으나 현실 동지들이 욕할 건 못된다"며 "더 이상 힘이 없었던 것이 지금 현실이라면 그 현실을 깨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본에 물들어 그 입맛을 알아버린 임금인상 투쟁 밖에 하지 않는 대공장 중심의 투쟁은 전노협의 정신을 살릴수 없다"며 "생존을 위한 투쟁에 나선 비정규직, 장애, 이주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불안정 노동 철폐 연대' 유현경씨는 "한통계약직 투쟁 평가는 정말 중요하다"며 "지금부터 평가 투쟁을 해 나가면서 한통 투쟁의 의의를 평가하고 정규직 노조의 외면 속에서 외롭고 힘들었던 싸움을 해 나갔던 것을 알려 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현경씨의 말처럼 지난한 평가의 과정 속에서 비정규직 투쟁의 새로운 발판을 만들어 갔을 때 진정한 승리를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목동 전화국 점거투쟁

*국회의사당 진입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