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신문 기획특집]3-월드컵과 철거민 - 이동수 상암동 철거민대책위 위원장

"월드컵 볼모로 노동자 파업 막을 쏘냐?"

▲ 이동수 씨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어, 인터뷰사진을 찍지 못해 자료사진을 이용했습니다

월드컵 기간, '붉은 악마'만 빨간 티셔츠를 입는 것은 아니다. 한진관광 노조 면세점 지부 노동자들은 지난달 1일 대한항공의 용역업체인 한진관광이 '직장 이전'을 통보한 날부터 빨간 티셔츠를 입고 서울 시내를 누비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진관광 노조 박진회 씨는 "빨간 옷 입으니까 붉은 악마인 줄만 아나 봐요. 우리가 농성 중이라는 줄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요"라고 말한다. 거리를 누비며 유인물을 돌리고 한진관광과 대한항공의 처사를 비판하고 다니면서 박진회 씨가 가장 많이 해야 하는 말은 "우리는 붉은 악마가 아니예요"라고 한다.
언론과 정부가 월드컵 기간 중 파업을 '노동자 이기주의'로 몰아가고 국민들조차 월드컵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현실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은 묻혀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작년 이맘때도 '가뭄에 웬 파업이냐'며 사회악처럼 떠들더니 이번에는 월드컵 그럼 내년에는 무엇으로 파업을 막으려 하는지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며 "언론과 정부가 월드컵을 볼모로 노동자 파업을 막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월드컵 개막식을 치르고 난 지난 1일(토), 전국민중연대(준)은 '월드컵을 빙자한 부정비리 은폐, 민중운동 탄압 김대중 정권 심판, 민중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민중탄압 월드컵 반대'를 주장했다. 이날 백순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 위원장은 "국제 노동단체에서 평화월드컵 이면에 숨겨진 대한민국의 노동운동 탄압에 대한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빠른 시일 내에 노동운동 탄압 등 현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드컵을 볼모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게 아니라, 되레 정부가 월드컵을 볼모로 노동자 파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의 사례를 보면, 4년 전 프랑스 월드컵 때는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에어포스 항공사 조종사들이 전면파업을 단행했고 프랑스 철도기관사 노조가 파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월드컵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인 '집회의 자유'도 침해되고 있다. 대우자동차판매노동조합은 월드컵 기간 중 경기장, 선수단 숙소 주변 등 전국 67곳에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가 모두 금지통고를 받았다. 정부가 지난달 21일(화) 월드컵 경기장 반경 1킬로미터, 선수단 숙소 주변 및 보조경기장 반경 6백 미터 이내 지역을 특별치안구역으로 설정, 집회 및 시위를 일절 불허하기로 밝힌 것이다. 결국 월드컵이라고 발목을 잡힌 것은 정부도 사용자도 아닌 노동자인 셈이다.

대학생신문 김조영혜 기자 kimjoeda@e-uni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