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육중한 철문을 열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하이닉스 총력결사 투쟁 선포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제116주년 노동절대회를 통해 “5-6월 충북지역 총력결사투쟁으로 기필코 하이닉스투쟁을 승리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5월 1일 대전충북지역 1,170명의 노동자들이 집결한 가운데 개최된 이날 노동절 대회에서는 1년 6개월 동안 장기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하이닉스-매그나칩 투쟁을 다시금 지역의 투쟁으로 받아 안아 5-6월 총력 결사투쟁을 선포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2005년 하반기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된 ‘하이닉스 사태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가 구성되어지고, 2006년 초 이원종 충북도지사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노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짙은 안개 속을 헤매는 것처럼 해결방안은 요원하기만 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충북지역 노동절 대회는 2005년 주유소를 배수진으로 친 화염 투쟁을 비롯한 결사투쟁 1주년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구사대를 물리치고 옥상에 오르다

이날 모인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노동자들은 사다리를 이용해 정문 경비실 옥상으로 올라갔다. 옛날 행주대첩처럼 하이닉스의 높은 성곽을 사다리로 돌파하겠다는 전술이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사측의 구사대가 미리 준비한 재설 장비용 눈치우기 막대기와 판자를 이용해 옥상으로 진입하는 하이닉스 지회 동지들을 막아섰지만, 삼삼오오 조직적으로 옥상으로 올라가는 지회 동지들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지회동지들은 삽시간에 사측 구사대를 제압하고 경비실 옥상 진입에 성공했다.

다급해진 경찰은 소화전을 이용해 물대포를 쏘아 댔지만, 지회 동지들의 연탄재 투척에 속수무책으로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

  무자비하게 물대포를 쏘는 경찰

한편, 지상에서는 2억원을 들여 설치했다는 육중한 철문을 굵은 동아줄을 이용해 굳게 닫힌 철문을 열어젖히기 위한 투쟁에 돌입했다. 지역 동지들이 여러 줄의 동아줄에 매달려 ‘영차영차’하며 철문을 열어젖히기 시작했다. 철문 설치 후 1년간 한 치의 요동도 없던 철문이 수차례에 걸친 당기기 끝에 마침내 열리고 말았다. 일순 대오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정문이 열리자 경찰은 곧바로 하이닉스 자본이 제공한 물대포를 쏘며 대오 해산을 시도했지만, 대오는 흔들리지 않고 계란투척, 소화기 분말 살포, 연탄재 투척, 만장용 대나무를 이용한 공격 등을 통해 응전했다. 화급해진 경찰이 대오 중앙을 침탈하면서 곳곳에서 육박전이 벌어졌다. 대오는 육박전을 전개한 이후 작년 주유소 투쟁처럼 공단오거리로 이동했다.

  닫힌 철문을 열었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2005년 선혈이 낭자했던 하이닉스 정문 앞과 공단오거리 투쟁을 상기하며, 하이닉스 자본을 끝장내기 위한 5-6월 지역 총력 결사투쟁을 선포한 바 있다. 이날 투쟁은 이러한 투쟁의 시발점이 될 예정이다. 한편, 장기투쟁으로 생계가 어려운 하이닉스 지회의 생계비 마련을 위한 각 단위노조의 자발적인 생계후원금 모금도 5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말

김기연 씨는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조직부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