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안 mulu@kdlpnews.org
“의약분업 합의는 시민, 약사 모두의 승리입니다”. ‘의약분업출범을 위한 시민대책협의회 간사’의 말을 제목으로 뽑은 1999년 5월11일자 한겨레신문의 기사다.
실시하기로 한지 36년만에 시민사회단체의 주도로 의약분업모델에 관한 의약간 합의를 이뤄내 의보통합과 함께 보건의료개혁의 첫 출발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의약분업. 그러나 도입 2년이 지난 지금, 초유의 의사폐파업을 거쳐 건강보험재정파탄에 이르기까지 의약분업은 김대중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치부되고 있는 형편이다.
의약분업은 지난 2년간 제도 도입과 시행을 둘러싼 계층간 갈등으로 애초 목표인 사회보험강화, 국민의 알권리와 참여권 강화 등이 탈색돼 왔다. 여기에 정부와 병원, 제약자본, 의사협회, 약사회 등은 의약분업이 몇 차례 왜곡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특히 정부는 의약분업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미흡했을 뿐만 아니라 의약분업에 소요되는 재정 분석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 시행 이전인 1999년 11월, 의약분업의 목적으로 △의약품 오남용 방지 △약화사고 예방 △과잉투약 방지 △불필요한 의약품의 소비감소 △국민의료비용의 절감 등 5가지를 내세웠다. “의약분업을 하면 약제비가 줄어들고 국민부담도 작아진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정부는 의약분업 이전 병원·의원·약국에 할인·할증 등으로 뿌려지던 의약품 가격의 거품을 빼서 처방료·조제료로 돌리면 된다고 단순 계산, 약값을 30% 인하했으나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결국 정부는 의약분업 시행 이후 의료수가를 4차례나 인상하면서 정책 신뢰성에 스스로 상처를 내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제도 시행과정에서 정부가 의사나 약사 등 이해관계자의 집단이기주의에 휘둘리면서 국민부담만 늘어나게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마치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서 의사를 달래는 형국. 2000년 6월 의사폐업 이후 8월에 발표한 정부의 ‘의약분업 관련 보건의료 발전대책’은 의료계의 반발을 국민 부담으로 해결해보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제약계 또한 의약분업 이후 톡톡히 재미를 봤다. 특히 고가약이나 특허약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는 올해 매출액이 30%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시민단체들은 의료계와 제약사의 반발 역시 정부의 의료정책기조를 뒤흔들었던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주사제 의약분업 포함 여부를 둘러싼 의료계의 집단행동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 더욱이 의사협회는 2001년 들어 전경련, 자유시민센터, 경총, 한국노총과 더불어 의보통합반대에 나서는 등 보수세력 단결에 앞장서는 행보를 강화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는 수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재정파탄에 직면해 재정적자폭의 대부분을 환자본인부담금의 인상과 보험료인상, 보험혜택축소로 메꿨다. 건강보험재정적자 국면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의사협회와 정부의 밀월은 계속됐던 것이다.
[ 97호] 7.22 ~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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