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북은 미국과 일본의 안전보장에 관한 인식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진은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이종국/도쿄대학 법학부 객원연구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의 이번 방북은 일본이 그동안 추구하고자 했던 자주외교의 측면인가? 일본이 그동안 추구해온 미일공조체재에 새로운 문제제기를 한 것인가?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한미일 공조체제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인가? 지난 17일 고이즈미 일본총리의 방북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은 여러 가지 의문을 촉발시켰다.
미국에서 이라크 공격을 둘러싼 논의가 절정에 달한 시기,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북결정이 이뤄졌다. 미국은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문제에 “수상의 외교노력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백악관의 짧은 성명으로 입장을 밝혔다. 일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미국·일본은 북한에 대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염려를 공유하고 있다. 아세안(ASEAN)회의 때, 북한의 백남순 외상과 회담에서 미국의 파월 국무장관은 대북한 정책 4가지를 정리했다. 그것은 △대량파괴무기나 미사일 개발·매각 포기 △국민의 기아대책 △통상병력 축소와 한국과의 신뢰양성조치 실시 △핵사찰의 실현 등이다. 이러한 입장을 두 나라는 견지하면서 협력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미일간에는 방북문제와 안전보장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미국 내부에서도 강경·온건파간의 이견이 존재한다.
8월 하순 북일 외무성국장급회의가 끝나갈 무렵, 미 국무성 아미티지 부장관이 방일해 북한과 대화의 길을 모색하는 파월 장관을 지지했다. 다른 한편으로, 볼튼 차관은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경계심을 갖고 있으며 북한과의 대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견제했다.
미국 국내 정치상황의 실례를 간단히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강경파라고 할 수 있는 전 주한미국대사 제임스 릴리는 “기본적으로 북한이라는 잔혹하고 형편없는 국가를 상대로 교섭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문하고 “공동선언에서 경제협력문제가 제시됐지만, 지원에는 감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비에 충당될 염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강경파는 “혹시 일본이 수뇌회담 전후로 밀약을 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일본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교섭에서도 강하게 나가도 좋다”고 인식하고 있다.
다음으로 온건파의 반응으로는, 전 국무성 북한 담당관 조엘 윗트는 “납치문제에서 사과를 끌어내는 것, 미사일 발사실험을 동결·연장 약속하는 것 등은 평가할 만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일본정부는 교섭에 더해, 공동선언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논의하는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의 외교 교섭은 시작됐다. 고이즈미 총리의 결단이 미국의 강경·온건 두 집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북한이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에 응한 것은, 부시정권의 강력한 의지를‘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일 사이에는 협조와 마찰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 동맹관계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안전보장에 관한 인식의 차이, 테러대책 특별조치법, 북한의 미사일 문제 등은 앞으로 두 나라가 인식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우리 한반도에게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또한 일본이 진행한 북일정상회담과 앞으로 있을 국교정상화 교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미국내의 동향이 강경파가 강하면 강할수록, 일본의 외교적 입장은 증대되고, 북한의 외교적인 카드는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일본은 교섭에 강한 태도로 임할 것이며, 한국은 연말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미국은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 북한의 추이를 살필 것이다.
[ 105호] 9.30 ~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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