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해고된 신명자 씨 가슴의 칼

사용자 처벌은커녕 유예로 피할 구멍만 만들어 준 정부·정치권

38세 신명자 씨. 그녀는 보훈병원 영양실에서 환자들의 식사를 만들고 나누어주는 일을 2년 7개월 동안 했다. 그녀는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렇듯이 2년이 지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꿨다. 그리고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렇듯이 꿈에서 깼다. 6월 30일자로 계약해지 되었다. 그녀와 같이 계약해지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영양실에서만 12명이다.

“결혼하고 나니 할 수 있는 일이 보험이나 판매 같은 것이더라구요. 외판을 잠깐 했었는데 성격에도 안 맞고... 이 일을 소개 받고 좋았어요. 2년이 지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도 하고 정말 열심히 일했죠. 작년에 8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도 했거든요”


매일 아침이면 3학년, 5학년에 된 아이들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출근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영양실로 출근할 수 없다.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맘 붙이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없다는 것이 슬퍼요. 다른 데로 가도 2년 후에는 또 해고될 거잖아요”

이명박 정부며 한나라당이 보호해 주겠다고 말하던 비정규직이 바로 그녀다. 정부여당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기간을 연장하거나 사용기간 조항을 유예해야 한다고 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죠. 이번 위기만 넘기자는 거잖아요. 아무런 도움이 안 되요. 2년 더 기다리면 정규직 된다는 약속도 없는데 누가 그 말을 믿겠어요. 지금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키라고 하세요. 2년 지난 사람들 모두 정규직화 하라고, 사용자가 안 지키면 벌주면 되잖아요. 법대로 말이죠”

노동자들이 이제 법대로 해보자고 한다. 법 대로라면 그녀는 오늘(1일)부터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어야 한다. 대신 그녀는 이날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형편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는 서울대병원에서, 산재의료원에서, KBS에서 일하다 계약기간이 2년이 되었다는 이유로 해고 위기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비정규법의 제정 취지에 따르면 당연히 정규직이 됐어야 할 우리들이 ‘시행 유예’ 덫에 사로잡힌 한나라당과 정부의 무책임, 무대책 때문에 오히려 해고를 당했거나 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고 했다.

이들은 정치인들과 이명박 정부의 죄를 조목조목 꼽았다.

“부작용이 뻔 한 법을 만든 죄, 법 시행이 임박하도록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죄, 법이 잘못된 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은 죄, 비정규직의 고통을 정치논리에 가두고 자신들의 당리당략에 이용한 죄”

그리고 “잘못 만들어진 비정규법에 희생된 모든 기간제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화 할 것과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사용사유 제한을 근간으로 비정규법을 다시 만들 것”을 요구했다.

  1일 민주노총에서는 '비정규직 보호 위선 중단! 정규직화 즉각 실시! 한나라당-정부의 적반하장 해고책임론 규탄! 기간제 비정규직 당사자 기자회견'이 열렸다.

신명자 씨는 가슴 속에 칼이 들어왔다고 했다.

“칼이 내 몸 속에 들어왔어요. 이 칼이 깊이 파고들어 내 숨통을 끊을 지 이 칼을 꺼내 잘못된 것과 싸울지 잘 모르겠어요. 두려워요. 우리는 모두 이방인들 같아요. 하지만 반드시 복직 될 거예요. 또 다시 해고되는 일 없이 열심히 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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