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토르

[이수호의 잠행詩간](49)

너의 푸른 자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일만 사천피트 상공 마이너스 육십도 씨
구백 킬로미터 아우어 속도로
햇살 받아 빛나는 구름 위를 난다
너를 파고드는 달콤한 아픔
대륙의 자궁 몽골로 날아들며
봄 같은 여름, 끊임없이 펼쳐지던 푸르고 낮은 구릉
키 작은 들풀마다 이슬처럼 달려있는 꽃들
눈물 맺힌 꽃망울들

왠지 슬퍼요, 우리가 여기까지 왔네요
구십 퍼센트가 중고 현대차라는 울란바토르
해발 일천삼백오십 미터를 감고 흐르는 토라 강
그 강가에서 풀을 베고 잠든
지친 진기스칸의 후예들
자궁을 품고 사는 너의 아픔이
내게도 고스란히 여울져오던 아침 산책 길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봄, 여름, 가을 다해서 육 개월, 겨울 육 개월
잠시 꽃 지나가면 황사 날리고, 눈 내리고
하염없이, 하염없이 눈이 내리고
탯줄 같은 따뜻한 강, 몰래 품고 살아야 하는
눈 덮인 시간들
양들도 염소, 말들도 종일 눈 맞으며
꽃들의 잉태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들

그러나 너는 저만치 먼저 걸으면서, 뛰면서
출렁거리고 있다
풀, 꽃들이 흔들리고 있다
네 슬픔마저 너울너울 춤추고 있다
얼릉 와요
뭐 해요?
내미는 네 손이 아득하다

*이런 더위엔 티베트나 네팔, 몽골 같은 곳으로 가고 싶다. 몽골은 아시아 대륙의 자궁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혁명 이후 몽골은 수도 이름을 울란바토르(붉은 영웅)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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