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볼 것이다

피를 볼 것이다(There will be blood)’는 도널드 트럼프가 모든 미국 수입품에 대해 '상호관세를 발표한 '해방의 날'(4월 2)에 JP모건 소속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반응이었다. JP모건은 관세 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60%로 상향 조정했지만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과 세계 경제 성장의 급격한 둔화를 예측하는 전망이 급증하고 있다가장 최근 발표된 것은 IMF의 4세계 경제 전망이다. IMF는 미국의 관세 인상과 향후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0.8%포인트 하락해 올해 2.8%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그러나 IMF는 세계 경제 침체를 예측하지 않았다. IMF는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25%에서 약 40%로 높아졌지만여전히 50% 미만이라고 밝혔다.

IMF 경제학자들은 관세 전쟁의 영향을 고려했을 때도 "지금까지는 글로벌 무역이 상당히 탄력적이었고부분적으로는 기업들이 필요할 때 무역 흐름을 재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현재 추정으로는 세계 경제 침체를 피할 것으로 본다그러나 IMF는 이제 2025년 글로벌 무역 성장률이 생산 성장률보다 더 크게 둔화해 1.7%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미국에 대해서는, IMF 경제학자들이 미국 경제가 트럼프의 관세 조치 이전부터 이미 '약화'하고 있었다고 지적하면서올해 미국 실질 GDP 성장률이 1.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동시에올해 말까지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다시 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중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를 5%로 설정했지만, IMF는 중국이 운이 좋아야 4%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늘 그렇듯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는 최신 보고서에서 훨씬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UNCTA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단 2.3%로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으며이는 UNCTAD가 세계 침체 기준선으로 삼는 2.5%를 밑돈다. UNCTAD는 "이번 둔화가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특히 "개발도상국과 가장 취약한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올바르게 강조한다미국의 거의 200개 무역 파트너 중 단 10개국이 미국 무역 적자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그러나 미국 적자의 각각 1.6%와 0.4%만을 차지하는 최빈개발국들과 소규모 섬나라 개발국들이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많은 저소득 경제국들이 현재 악화하는 대외 여건감당할 수 없는 부채 수준둔화하는 국내 성장이라는 '퍼펙트 스톰'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해 말하자면, 2025년 말까지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것은 JP모건뿐만이 아니다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경제학자들도 올해 미국 경제가 0.3% 위축되고 실업률은 5.3%로 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또한머니마켓(단기금융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베팅이 세 배나 증가했다. 4월 19일 기준으로 폴리마켓(Polymarket)은 향후 1년 내 경기 침체 가능성을 57%칼쉬(Kalshi)는 59%로 평가한다이는 평년(15%) 대비 약 네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기에 분기별 미국 경제 성장률을 다양한 경제 지표로 예측하는 GDP 전망 모델들도 있다그중 가장 널리 주목받는 것은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Atlanta Fed)의 GDPNow 예측이다. GDPNow 모델은 2025년 1분기 미국 실질 GDP 성장률을 -2.4%로 추정하고 있으며특별한 금 거래를 조정하면 -0.4%로 본다애틀랜타 연준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미국 경제가 기껏해야 정체 상태였다고 본다이는 경제학자들의 컨센서스 전망치인 0.4%와 비교된다.

이것들은 모두 전망치일 뿐이다그렇다면 실제 경제 지표는 어떨까먼저소위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살펴봐야 한다. PMI는 여러 국가에서 기업들이 향후 주문가격비용판매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를 조사하는 지표다조사 결과응답자의 50% 이상이 개선을 경험했다고 답하면 확장 국면을 나타내며, 50% 미만이면 수축을 나타낸다. 4월 일본유럽영국미국의 PMI를 보면 제조업 부문은 여전히 침체하여 있으며트럼프의 관세 인상은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더 나쁜 점은 주요 경제국들의 서비스 부문도 이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미국만이 일부 확장세를 보였지만그마저도 둔화하고 있다.

두 번째로미국 연방준비은행 각 지역 지점들은 매달 해당 지역의 경제 심리와 제조업 부문 진행 상황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최근 조사 결과는 뚜렷한 둔화 조짐과 본격적인 침체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4월 뉴욕 연방준비은행(New York Fed) 제조업 조사에서는 사업 전망 지수가 -7.4를 기록했으며이는 지난 세 달 동안 44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2001년 이후 최저치이자 조사 역사상 두 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기업들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이런 수준의 비관론은 조사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고 한다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Philadelphia Fed) 조사에 따르면 "신규 주문이 3월 8.7에서 4월 -34.2로 급락했으며이는 2020년 4월 이후 최저치였다"고 보고했다.

출처: Phil Fed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심리지표에 불과하다아직 경제를 나타내는 실제 지표들은 침체를 보여주지 않는다(물론 경제의 확정치는 항상 지연되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낮고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연간 3% 이하를 유지하고 있으며소비자 지출은 급감하지 않았고기업 이익도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트럼프의 관세 발표 직후 주식시장이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이후 주식시장은 안정을 되찾고 소폭 반등했다무엇보다 팬데믹 침체가 끝났을 때보다 현재 주가가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이런 상황은 일부 사람들로 하여금 경제 전망가들이 괜히 허풍을 떠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게 만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이들을 반박했다. "GDP는 2024년에 2.5% 성장한 이후, 1분기에는 정체하거나 심지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그러나 이는 비정상적인 수입 패턴과 소비에 미친 날씨 효과를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도 트럼프의 관세 조치가 아직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다그리고 미국 제조업체들은 관세 때문에 이미 자본 지출 계획을 줄이고 있다공장용 자본 장비를 제조업체들이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출기관을 대표하는 장비 리스 금융재단(Equipment Leasing Finance Foundation, ELFF)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월에 응답자의 61% 이상이 앞으로 지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포드(Ford)는 일부 미국산 차량의 중국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GM도 미국 공장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철강 회사 클리블랜드 클리프스(Cleveland Cliffs)도 1,200명을 해고하고 있다.

경제의 생산 부문(‘메인 스트리트’)에 대한 투자에 관해서는인공지능(AI)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미국 기업들이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방위산업을 제외한 내구재 주문은 2022년 이후 단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출처: FRED

심지어 AI 분야에서도 최근 연방준비은행의 지역별 조사에 따르면기업들이 이미 지난 몇 달 동안 지출을 줄인 데 이어 앞으로 IT와 소프트웨어 분야 자본 지출을 추가로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

나에게 침체가 올지를 판단하는 가장 좋은 지표는 기업 이익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미국 기업들은 앞으로 몇 주 동안 실적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하지만 2024년 4분기까지의 공식적인 기업 이익 수치를 보면상황은 비교적 괜찮아 보인다미국 기업 이익은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뚜렷하게 증가했으며, 2024년 말에는 거의 4조 달러에 육박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비금융 산업 부문의 이익은 국민소득의 평균 8.1%를 차지했지만, 2024년 마지막 분기에는 11.2%까지 상승했다이는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국민소득 대비 2.3%포인트 증가한 것이다글로벌 차원에서도 기업 이익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그 속도는 다소 둔화하고 있다.

출처: national data, author

기업 이익이 계속 증가하는 한침체 가능성은 작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미국에서 이익 증가의 상당 부분은 금리 하락으로 인한 부채 비용 감소 덕분이었다그리고 기업들은 늘어난 이익 대부분을 새로운 설비와 공장에 투자하지 않았다대신기업 이익 증가분의 76%가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돌아갔고투자에 사용된 비율은 15%에 불과했다(나머지는 세금으로 지출되었다).

이처럼 생산적인 투자에 실패한 것은 눈에 띄며 구조적인 문제다이는 미국 경제의 생산 부문 수익성에서 장기적으로 발생한 변화에 의해 촉발되었다미국 경제 전체의 이익률과 생산 부문의 이익률 사이의 격차는 1980년대 초반 이후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전체 이익률은 1997년 이후 대체로 정체되었지만생산 부문의 수익성은 1990년대에 소폭 상승한 뒤 급격히 하락했다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이익의 상당 부분을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자사주 매입이나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 증가로 돌리고 있다.

출처: BEA, author

그러나 2010년대 동안 기업들이 누렸던 저금리 환경은 끝났다실질 금리(인플레이션을 제외한 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이는 내게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준다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미국과 다른 지역에서 기업 수익을 타격하기 시작하고동시에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금리까지 따라오르면기업 이익에 대한 압박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출처: FRED

세계 부채특히 기업 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금리가 상승하면 금융 붕괴를 촉발할 수도 있다.

출처: IMF

이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가 가속할 수도 있다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는 은행들이 부실 대출과 파산에 대비해 충분한 자본을 유지하도록 하는 규제를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3년 발생한 지역 은행 붕괴 사태의 교훈은 사실상 조용히 무시된 셈이다동시에 트럼프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더라도 연방준비제도가 즉각 금리를 인하할 것을 원하고 있다그는 수익 감소와 높은 이자 비용이 결합하면 자신의 대기업 후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트럼프는 심지어 파월 연준 의장이 행동하지 않을 경우그를 해임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고 암시했다이 발언은 은행권을 충격에 빠뜨렸다은행들은 자신들의 뜻을 따르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을 선호하기 때문이다그들은 예측 불가능한 대통령이 금리를 결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트럼프주의자들의 전략이다이들은 자신들의 지배 계급즉 메인 스트리트 재벌들을 위해 국가와 금융의 전통적 제도를 뒤엎으려 한다나머지 세계는 이들의 의지에 굴복해야 하며그 대상에는 <월스트리트>와 국제기구들도 포함된다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직전에 열린 국제금융협회(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 연설에서 이를 분명히 밝혔다베센트는 IMF가 "중국의 수출 주도형 경제 지배를 외면하고핵심 책임을 방기한 채 기후 변화와 사회 정책 업무에 치중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베센트는 기본적으로 IMF가 기후 변화성평등사회 문제를 강조하면서 각성(woke)’했다고 주장했다그는 "이것은 IMF의 임무가 아니다"라며이러한 문제들이 "금융 안정성과 무역 감시라는 본연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가장 날카로운 비판은 IMF의 중국에 대한 대응에 집중되었다베센트는 "IMF가 가장 필요한 국가즉 주로 흑자국들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IMF는 수십 년 동안 세계를 왜곡하는 정책과 불투명한 환율 관행을 추구해온 중국 같은 국가들을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반면베센트는 IMF가 막대한 대출을 승인한 밀레이(Milei)의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발언만 내놓았다. "아르헨티나는 적절한 사례다나는 이번 달 초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미국이 IMF의 재정 개혁 지원 노력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아르헨티나는 재정 기준 충족을 향해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 있으므로 IMF의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베센트의 공격은 곧 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Georgieva)에게서 인정받았다게오르기에바는 평소처럼 비위를 맞추는 태도로 베센트의 비판을 사실상 수용했으며무역 흑자국들(참고로주요 경제국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을 관세 전쟁의 원인으로 탓했다.

실제로 게오르기에바는 IMF 회의에서 발표한 최신 개인 정책 어젠다에서 기후 변화 대응이나 사회 정책에 대한 모든 언급을 삭제했다대신그녀는 "거시경제 및 금융 안정성 촉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과거 불평등이나 환경 문제를 다루는 '포용적정책에 대한 발언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세계 통화 시장에서 달러를 약화해 미국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말이 많다이는 1971년 닉슨이 금본위제를 종료하고, 1984년 플라자 합의로 달러 가치를 하락시키려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한다또한 이번 조치가 달러 지배와세계 최대 교역 및 준비 통화의 지위를 소유함으로써 미국 자본이 누려온 '특권'의 종말을 알리는 시작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첫 번째로 주목해야 할 점은최근 몇 달 동안 투자자들이 대안을 찾으려 하면서 달러 가치가 약간 약세를 보였을 수는 있지만역사적으로는 여전히 달러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연방준비제도 데이터에 따르면달러의 실질 가치는 1973년 변동 환율제 도입 이후 평균치보다 여전히 거의 두 표준편차 높은 수준에 있다.

여기서부터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고 해서 달러가 세계 지배적 통화의 지위를 잃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닉슨의 조치와 플라자 합의 사례가 결국 이를 증명했다달러는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다른 통화들이 이를 대체할 수 없다달러가 다소 하락한 것은 민간 해외 보유자들(투자 펀드기업은행 등)이 더 이상 매입을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현재 이들은 중앙은행보다 더 많은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수년간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달러 보유를 점진적으로 중단해 왔다그러나 이들은 트럼프의 분노 표출 이후에도 달러 보유량을 대폭 줄이는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달러 약세가 초래할 결과는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효과를 더욱 가중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것이다따라서 미국 경제는 연말까지 급격한 둔화아마도 본격적인 침체로 향하고 있으며동시에 인플레이션은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피를 보게 될 것이다.

[출처] There will be blood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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