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장애인으로 노점상을 운영하던 최옥란은 빈민으로서의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최옥란이 정부로부터 받았던 최저생계비는 28만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권을 유지하기 위해 청계천의 노점을 포기한 대가였다. 노점 대신 수급권을 포기하면 임대아파트 입주권, 의료보장 등 다른 권리를 잃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자 이혼녀로 최옥란이 1개월 동안 혼자 살아가기에 꼭 필요한 금액은 최소 63만원이었다.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구입해야 할 의약품비만 한 달에 13만원이 넘었고, 대중교통수단이 차단된 중증장애인이 통원치료를 위해 필요한 교통비가 월 12만원이었다. 그러나 최저생계비 이외 장애인수당으로 책정되는 금액은 월 4만 5000원.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나날이 살인적인 빚을 만들어가는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빈곤인구 증 이정도의 최저생계비도 받지 못하는 인구가 350만명이다. 정부추산 빈곤계층 500만명 중 수급권자는 134만명. 그리고 일할 능력이 없고, 일상적으로 의료비가 들어가는 노인과 환자, 학생이 없다는 전제하에 구성된 4인가족 중심으로 정부가 책정한 최저생계비는 102만원이나 실질적으로 수급권 가구가 받고 있는 금액은 월 평균 26만원 정도이다.
왜 이런 계산이 나오는 것일까.
우선 최저생계비에는 주거비용이 현실적으로 적용되어 있지 않다. 핵가족화가 진행된 이후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가족 수는 1.8명이다. 그리고 수급권자의 70∼80%가 1∼2인 가구이다. 그러나 최저생계비 자체가 4인가구(중소도시 거주, 젊은 가장, 가구원 모두 건강, 중고생 없음, 노인 없음, 장애인 없음) 중심으로 산정되어 있고 가구의 성원 숫자가 줄어들수록 균등하게 값을 깍기 때문에 소득이 전혀 없는 1인가구의 경우 최저생계비가 31만 3천원에 불과하게 된다. 게다가 최저생계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계속 깍이게 된다.
먼저 추정소득의 문제.
102만원에서 현금으로 지원되지 않는 의료비, 교육비를 제외하면 남는 금액은 85만원이다. 그러나 이 85만원 안에도 추정소득이 적용된다. 일단 15세 미만, 65세 이상이 아니고 6개월 이상의 만성희귀질환자가 아닌한 만성관절염을 앓고 있어도, 일을 구할 수가 없어도 한달 최소 9일은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하루 일당을 2만원으로 본다면 곱하기 9일을 해 나오는 값인 18만원의 소득이 없는 경우에도 일괄 있는 것으로 간주돼 85만원에서 깍이게 되는 것이다.
둘째, 간주부양비의 문제
출가한 딸이 있고 혼자 사는 노인인 경우. 우선 일인 가구이기 때문에 최저생계비는 36만원 정도이다. 그러나 출가한 딸이 있다는 이유로 부양비가 매달 일정정도 나올 것이라고 계산된다. 출가한 딸의 재산을 계산해 만약 10만원정도의 간주부양비가 책정된다면 의료비가 제외된 뒤 금액에서 다시 10만원이 깍이는 것이다. 출가한 딸로부터 실제 돈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경우라도 받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렇게 되면 1∼2인 가구의 경우는 한달 월세도 빠지기 힘든 금액이 남는다. 현재 일본을 제외한 어느 OECD국가도 부양의무자 기준이 없고, 일본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이 우리보다 훨씬 협소하다.
셋째 소득인정액
소득인정액이란 소득에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더한 금액이다. 이때 재산 중 소득으로 환산되지 않는 기본공제액이 농어촌, 중소도시, 대도시 순으로 2900만원, 3000만원, 3300만원이다. 예를 들어 대도시 수급권자의 재산이 3500만원이면 3300만원을 제외한 200만원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것이다. 이때 기본공제를 제한 나머지 재산이 부동산일 경우, 4.17%, 금융재산일 경우 6.26%, 자동차일 경우 100%를 곱해 소득으로 간주하여 최저생계비에서 삭감한다. 그러나 이 경우 소득으로 인정되는 금리가 너무 높고, 빈곤층의 자동차 소유는 완전 금지나 다름없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가진 사람이 10년 미만된 50만원의 승용차를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의 월소득은 50만원이 돼 최저생계비를 받을 수 없다.
넷째, 부양의무자 기준의 문제점
생활보호제도를 국가의 책임과 의무로 바꾸었다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여전히 개인과 가족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현재의 부양의무자기준은 출가한 아들과 딸(사위), 조부모, 생계를 같이하는 2촌 이내의 혈족(형제, 자매)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를 보면 가출하여 행방불명된 남편, 다른 가정을 꾸리고 있는 남편, 별거상태에 있는 남편, 이혼한 남편, 어렸을 때 가난하여 남의 집에 맡기고 사실상 가족관계가 단절된 자녀, 이혼하여 더부살이로 살고 있는 형제 자매, 이혼녀의 친정부모 등 부양의무자의 범위가 너무 넓다.
결국 노인, 이혼녀, 장애인, 미혼의 자녀들은 부양의무관계로 인해 가족이 해체되어 따로 살아야만 수급자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중병(치매)이 있는 노인, (중증)장애인을 보호하는 부양의무자는 부양의 어려움 때문에 방치하거나 유기하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 조건부 수급조항
만일 수급권자가 자활사업에 참여하지 않거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으면 그 사람은 최저생계비를 받을 수 없게된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실직자의 경우 대부분 자발적인 실업이 드물고 자발적 실업자라 하더라도 대부분 적응장애를 가진 재활치료대상자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자활사업 참여를 강제하게 되면 노동생산성보다 일을 시키는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자활한 경우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2004년 올해는 최저생계비를 새로 계측해야 할 해이다. 그러나 현재 계측방식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거의 모든 문제는 예산에 맞추어 수급자수를 조정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전체 예산의 2%도 못 미치는 기초생활보장 예산 중 3년마다 행하는 계측 자체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평균소득의 50∼60% 선으로 잡는 상대빈곤선을 도입한다면 계측자체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한도 내의 예산을 적정하게 활용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현대사회에 문제가 되는 것은 절대적 박탈감보다 상대적 박탈감과 무력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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