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교육기관특별법이 폐기 되어야 하는 이유

'교육시장 개방 반대' 4.30 범국민대회 개최, 특별법 본회의 처리만 남겨

국회 교육위원회의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처리에 교육, 노동사회단체들이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들은 4월 30일 여의도 공원에서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폐기와 대학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를 개최, ‘특별법 폐지’를 요구하며 국회 교육위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430 범국민대회 정면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처리할 명분이 없다

국회에서 통과된 ‘경제자유구역및제주국제자유도시에서의외국교육기관설치및운영에관한특별법’(외국교육기관특별법)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귀족학교 등장이라는 비난여론에서부터, 교육시장 개방 이후 국내 교육시장에 미칠 영향 등 법안처리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우선, 법안 처리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외자유치를 위해 거주하는 외국인 자녀들을 위한 학교가 필요하다'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에서 외국인학교 내국인입학을 허용하고 있다’며 경제통상도시의 조건으로 외국인 학교의 필요와 내국인 입학 허용, 교육시장 개방의 근거를 들었다. 그러나 지난 4월 교육 상임위 소속 여당의원들이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의 교육개방 실태를 시찰한 결과 정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 싱가포르의 경우 ‘자국민의 역사와 정체성 확립’을 이유로 외국인학교에 내국인 입학을 허용하지 않았고 중국 상하이도 마찬가지로 내국인의 입학을 허용하는 외국인교육기관은 없었던 것이다.

또한 4월 22일 국회 공청회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공청회에 참석한 외국인학교 교장선생님들과 인천 송도에 외국인학교를 설립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노드 앵글리아 재단의 이건범 이사가 이날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했다. 이들은‘외국인 학교에 한국인들이 많을 경우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며 궁극적으로 ‘외국인학교 내 내국인 입학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노드 앵글리아 재단은 한국인 학생 비율이 일정 비율 이상 된다면 기존에 맺은 계약을 파기하고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정부의 주장의 근거 없음이 드러났고, 또한 이런 정부의 주장이 검증될 가능성도 없다. 그럼에도 국회와 정부는 추진하며 명분없는 특별법 제정을 강행하고 있다. 또한 관련 교육, 노동사회단체들은 이 2003년부터 정부의 법안 추진을 반대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교육기관특별법, 교육시장 개방의 첫 단추

관련 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서는 이유는 이 특별법이 단순히 ‘경제특구내 거주하는 외국인과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학교의 입학여부만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법은 특구지역을 시작으로 공교육의 체계를 기초부터 뒤흔들어 형식적으로 껍데기 교육만을 남길 가능성이 높고, 사교육 남발과 고가의 교육비로 인한 교육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고, WTO DDA 2차 양허안 제출과 맞물려 단계적인 교육시장 개방의 첫 단추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법이 4일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공포 6개월 경과 후 시행토록한 규정에 의해 올 11월부터 효력을 갖게 된다. 빠르면 11월 부터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국제자유도시에는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국제학교가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한국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법의 통과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수십조에 이르는 사교육 시장을 열어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수정 합의된 법안을 보면, 교육부의 사전 승인을 받은 비영리 외국교육기관이 경제자유구역내에는 초,중,고, 대학교를, 제주국제자유도시에는 대학교를 설립, 운영할 수 있다. 그리고 국부유출 논란을 일으켰던 외국교육기관이 이익 잉여금을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도록 한 이익잉여송금도 전면 금지했고, 학력 인정 여부 역시 대통령령으로 규정된 교육과정을 이수할 경우에만 학력 인정 원안을 유지 했다.

논쟁을 일으켰던 내국인 입학 비율의 경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필요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외국교육기관에 물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외국교육기관의 사전 동의를 받을 경우 이사회 등 학교 운영에도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 및 지자체가 학교 부지와 시설 등을 모두 지원하고 외국교육기관은 학교와 학사 운영만 전담하는 이른바 ‘공립형 외국학교’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외국학교 설립, 변경, 폐쇄 승인을 얻지 않거나 승인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쓴 것이 드러난 외국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간 쟁점이었던 이익잉여송금은 금지로, 내국인 입학 비율은 대통령령으로 넘겨지면서 기존의 정부안은 수정안으로 28일 여야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교육 노동사회단체, 전면 폐기를 주장하는 이유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국내 사교육비 지출액은 7조9천600억 원으로 가계의 교육비 지출액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00년 28.4%에서 2001년 31.4%, 2002년 32.0%, 2003년 33.7% 등에 이어 지난해 34.1%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해외사교육비 지출액까지 합치면 가계가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금액은 16조원으로 추산된다.

가계 경제도 수월치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사교육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자 ‘공교육 활성화의 대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이에 역행하는, 경쟁 유발을 통한 사교육 육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이 부여받게 될 자율적 권한(학생선발, 교원임용, 교육과정 운영 등)은 외국교육기관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우리 나라 공교육 체제에 당연히 큰 영향력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특히 대학 입시가 전체 초,중등 교육을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교육 구조 속에서 대학 입학과 직결되는 교육과정 운영의 문제는 커다란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습니다. ] - 전교조, 범국민교육연대 자료집


이들 단체는 '국내의 교육 풍토를 고려할 때 외국교육기관에 내국인 입학이 허가되는 순간 입학을 위한 과열 경쟁이 유발 되고 이는 또한 천문학적인 사교육비와 연결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서울 8학군에 능가하는 귀족 교육특구 형성과 학교 서열화, 교육 양극화가 정점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교육시스템 왜곡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나아가 특별법 처리를 여세로 몰아 더 적극적으로 추진 할 정부의 신자유주의의 교육정책이 더 큰 문제를 양산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는 외국교육기관을 필두로 교육시장 개방이 세계적 대세라고 주장하며 외국교육기관의 적극적인 유치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이 경우 브라질의 사례를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WTO DDA 양허안 제출을 앞두고 브라질의 교육부와 교원노조 대표자들은 '전략적 수단으로 교육은 서비스 협상에서 제외시킨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가 제외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세계적 추세가 개방인 것이 아니라 세계각국에서는 판단에 따라 '개방 불가'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교육 노동사회단체들이 '정부의 주장은 착오적 발상'이며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개방정책이 교육을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에 근거한다.


부모 잘 만난 귀족학교의 아이들


현재 송도의 학교를 디자인하고 있는 미국 하바드 대학 수설 자문그룹은 송도 학교는 외국인 학교가 아닌 국제 명문학교(International Private School)라고 밝히고 있다.

국내 학력을 인정 받으면서도 교과과정도 특별법에 근거해 독자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교사도 국내 임용제도와 별개로 채용할 수 있다. 미국의 교과과정 같이 12학년제 도입과 교사 한명이 담당하는 학생수도 10-12명으로 소수화 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이 학교를 통해 재학생 전원이 세계 명문대학에 입학 시킬 수 있게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 반에 30-40명씩, 수능 논술 등 수차례로 변하는 교육제도에 눌려 입시 공부에만 끌려 갈 수밖에 없는 국내 교육현실을 생각한다면 이런 교육환경은 장래가 보장된 선택받은 환경일 수 밖에 없다.

또한 현재 인천 송도지역의 경우 일 년에 2만 5백 달러(약 2천 500만원) 의 등록금을 책정해 놓고 있다. 송도의 외국인 학교는 교육환경과 1년 등록금만 보더라도 사회적으로 돈 있고, 부모의 재력이 검증된 아이들만이 다닐 수 있는 귀족학교임이 명백하다. 특별법은 이런 귀족학교 양성을 제도적으로 합법화 한다는 것, 법을 통해 오히려 교육이 사회 양극화에 적극적으로 일조하게 만든다는 사회적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자발적 자유화 조치를 악용하지 말라


현재 정부는 5월 말까지 WTO DDA협상의 양허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부는 자발적 자유화 조치를 이유로 양허안 제출을 적극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발적 자유화 조치는 WTO 협상 완료 이전에 행하는 개방화, 시장화를 시도하는 조치를 말한다. 그리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특구 내 교육개방과 같은 직접적인 개방화 조치 뿐만 아니라 개방의 예비단계로 이루어지는 제반의 시장화 조치들도 이에 포함된다.

GATS의 ‘서비스 부문 협상 가이드라인’에는 “더 높은 수준의 자유화(시장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하되, 어떤 서비스 분야도 사전에 제외하지 않으면, 자발적 자유화에 대해서는 협상에 유리한 지위를 주거나, 각종 인센티브를 인정한다”고 되어 있다. 바로 이 명시적 조항이 정부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협상의 유리한 조건을 차지 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그러나 이 조항은 명시적 문구일 뿐, WTO 협상 과정에서 실질적 효과를 낼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조항이다.

그리고 상식적으로도 협상의 과정에서 '우리 이만큼 개방하겠소' 라며 가진 패를 다 보여주는 상황에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는 것, 이 논리의 실효성이 의문이다. 특히 관련 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처럼 대책없이 '개방이 대세다'라며 적극적으로 양허안을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조건에서라면 이 자발적 자유화 조치는 오히려 WTO 조항에 힘을 빌어 정부가 자기 논리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할수 있다.

공공연대는 26일 토론회를 통해 "2차 양허안 제출을 앞두고, 정부가 자발적 자유화 조치를 악용해 개방의 대세, 교섭의 유리한 조건이라고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아가 이들은 이런 자발적 자유화 조치 이후 '이미 초중등 교육은 개방했으니 또 다른 영역으로 개방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며, 악순환의 고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개방정책은 교육부문에서 지역개발을 기반으로 하는 법률 개정 작업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5월 말로 예정된 2차 양허안 제출 시기를 앞두고 국회와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의 처리가 단순히 교육부문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을 넘어 의료, 에너지 등 전 서비스 영역의 개방화 시작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회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외국교육기관특별법, 그 결정 여부는 향후 다른 영역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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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 범국민대회 , 귀족학교 , 교육시장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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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대인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폐기와 대학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범국민 대회였습니다. 기사 정정해 주세요. 그리고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사람들중에 6천300여명이 교대협이였다는걸 아시는지..1부에 '외국교육기관특별법 폐기, 교사대 통폐합 중단, 목적형 양성임용제도 실현'을 위한 전국예비교사 결의대회를 가진뒤에 2부 순서로 범국민 대회가 열렸는데, 예비교사 결의대회에 대한 기사의 언급은 없어서 좀 섭섭하네요.;;

  • 라은영

    지적 감사합니다. 기조 정정했구요, 4.30 예비교사 결의대회는 '목적형 교사 양성을 요구한다'로 이미 기사회 됐습니다. 관련기사 보기에서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기사는 범국민대회 기사라기 보다는 특별법에 초점을 맞춘 기사입니다.

  • 교대인

    빠른 수정 감사드리구요. 알고보니 430 예비교사 결의대회에 관련된 기사도 있더군요. 그럼 수고하세요.

  • 교대인2

    6천300명이 교대협, 교대사람들이라는게 그리 중요한건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많은 벌금을 먹였을런지... 교대사람들이 그동안 교육문제에 대해 얼마나 치열했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반성할 일이다.

  • 옆집사람

    문장에 오타...
    #외국인 자녀들을 위 학교가 필요하다' => ~~자녀들을 위한 학교가~~
    #"논쟁을 일으켰던 내국인 입학 비율의 경우는 " 로 시작하는 문단에 치명적인 오타 있습니다. 지자체 관련한 것인데 쓰기 민망하여.....

  • 참세상

    지적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