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주노조에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나

지도자 강제추방 부지기수였으나, 노조 위원장 연행은 비난면키 어려울 듯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표적연행과 사찰은 이미 여러차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2003년 비두씨와 자말씨, 2004년 샤말씨와 께비, 헉, 굽타씨 등 이주노동자 투쟁의 주도적 활동가들에 대한 강제연행과 추방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안와르 위원장에 대한 강제 연행은 이주노조가 출범한 지 채 한달도 안된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제 사회단체들의 공분이 더욱 큰 상황. 만약 절차에 따라 안와르 위원장이 강제 추방된다면, 정부가 노동자들의 헌법상ㆍ국제법상의 권리인 노조 결성의 자유를 원천봉쇄하려했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노조 창립 모습

현재 안와르 위원장은 청주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돼있다. 김혁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 국장에 따르면 출입국관리소와 법무부는 가능한 빠른 시일내 안와르 위원장을 출국시킨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노총 등은 연행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문제와 안와르 위원장이 준비 중인 행정소송 등의 문제를 쟁점화해 최대한 조기 출국을 막아내고, 석방 문제까지 공론화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회적 비난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정부가 이미 안와르 위원장을 강제 연행한 상황에서 이를 번복할지는 미지수다. 제 사회단체들의 기민한 대응이 주목되는 바이며, 아울러 향후 진보진영 내에서 안와르 위원장 석방 문제를 넘어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전면적 문제제기가 공론화될지도 주목된다.

기자회견 후 제 단체들은 간담회를 진행하고, 이주노조 탄압 분쇄와 단속추방 저지를 위한 공동대응 기구 발족에 합의했다. 향후 일정은 20일 실무회의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이주노조 자리잡기까지 험난할 과정 예고탄인가

2003년 말 정부의 합동단속과 강제추방정책 속에 죽음으로 내몰리던 이주노동자들은 그 해 말, 명동성당에서 이‘고용허가제 폐지, 노동허가제 쟁취’를 내걸고 농성에 돌입, 385일간의 기난긴 투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의제화됐으며,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의 권리요구를 집단화하기 시작했다.
  명동 성당 농성장에서의 집회 모습

이들은 기나긴 투쟁의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달 24일 수도권 이주노동자들의 독자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노조설립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노동부는 이미 이주노조설립과 관련,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 노조설립을 허가할 수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서울 지방노동청은 지난 9일 노조설립신고사항을 보완할 것을 노조 측에 요구했다. △노조 임원 6명 중 성명및 주소가 누락된 3명의 자료를 제출할 것 △ 총회회의록을 제출할 것 △ 조합원이 소속된 사업 또는 사업장별 명칭과 대표자의 성명 제출 등이 요구사항이다.

이에 대해 노조와 민주노총 법률원은 "조합원이 일하는 사업장의 대표자까지 상세히 명기하라는 것은 대부분 조합원이 미등록인 상황에서 표적연행의 빌미가 될 것이 뻔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보완 요청이 미등록 이주노동자 노동권 제한 정책과 긴밀히 연동되어 있다는 것이다.

40만 이주노동자들이 단속추방의 위협없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영위하길 바라는 희망을 담고 출범한 이주노조는 미처 자리를 잡기도 전에 위원장 강제 연행이라는 상황에 봉착했다. 더우기 안와르 위원장을 표적연행한 부분은, 대다수 조합원이 미등록이주노동자인 이주노조에 대한 향후 정부의 대응방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에 노조의 긴장은 클 수밖에 없다.
  노동비자쟁취를 요구하는 이주노동자

"이주노조를 와해하려는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 노예로서의 삶을 거부한 인간선언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16일 안와르 위원장 강제연행 규탄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이주노동자들의 외침이다.

안와르 위원장 강제연행 과정

지난 13일 노조 사무실에서 노조 임원회의를 밤 11시까지 진행한 안와르 위원장은 14일 오전 1시경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을 탄 뒤 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서 하차하던 중 대기하고 있던 출입국관리소 직원 7명에 의해 강제연행됐다.

노조에 따르면, 연행 과정에서 안와르 위원장은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의 폭행으로 다리부위와 얼굴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안와르 14일 새벽 청주 외국인 보호소로 이동된 이후 현재 독방에 구금된 상태다.

노조가 안와르 위원장을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노조 사무실에서부터 미행이 있었고, 뚝섬역에 도착했을 때 코란도 2대와 봉고차 2대를 포함하여 총5대의 법무부 소속 차량에 대기하고 있었고, 뚝섬역 모든 출입구에 출입국관리소 직원 30여명이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