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구로에 서다

'구로동맹파업20주년정신계승 도보순례' 열려

  구로에는 아파트형 공장이 세워지고 분양이 한창이다

"동맹파업정신계승! 불법파견철폐!"

85년 뜨거운 6월의 함성이 들리는 구로에서 구로동맹파업의 주역들과 2005년 구로의 기억을 계승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이 모였다. 23일 오전 10시부터 시작 된 '최저임금 실현, 불법파견철폐 구로동맹파업 20주년 정신계승 투쟁사업장 승리를 위한 도보순례'는 구로동맹파업이 진행되었던 현장들을 돌며 구로동맹파업 주역들의 현장 증언을 듣고, 현재 구로지역의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행사로 진행되었다.


도보순례는 노조해체를 위해 정리해고를 서슴치 않고 있는 기린텔레콤에서 시작하여 서울관악지방노동사무소, 대우어패럴과 효성사 자리, 수출의 다리, 남성전기와 부흥사 자리, 천지산업을 거쳐 4년째 긴 싸움을 하고 있는 하이텍알씨디코리아에서 마무리 되었다. 도보순례단에는 이제 20살이 된 새내기부터 구로동맹파업을 이끌었던 20년전 노동자와 현재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 그리고 지역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했다.

구로에서의 노동자들의 투쟁은 진행 중

  남성전기와 부흥사가 있던 자리에는 아파트 형 공장이 드러섰다. 그 앞에서 증언하는 부흥사에서 일했더 문금례 씨

도보순례에서 만난 구로는 많이 변했지만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노동자들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사업장도 변하지 않았다. 구로에는 2년 째 출근투쟁을 하고 있는 기린텔레콤, 4년 동안의 투쟁과 적응장애 산재인정을 받기위해 지금도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투쟁하고 있는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집단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천지산업 등이 아직도 구로의 투쟁을 기억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최정우 기린텔레콤 지회장은 "얼마전에도 작업장에서 떠들었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이 해고되었다"다며 20년과 한치도 달라진 것이 없는 구로의 상황을 전했다. 기린텔레콤을 향해 던진 계란들은 구로동맹파업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노동자들의 의지였으며, 끊임없는 투쟁에도 변함없는 사업장과 자본에 대한 분노였다.

현재 구로는 제조업 중심의 공장들은 폐업을 하거나 공장을 이전하는 등 구로에서 많이 떠났다. 현재 구로 사업장들의 주된 요구 중 하나가 '산업공동화 반대'이다. 이런 빈자리에는 아파트형 공장들이 디지털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남성전기 자리에도, 대우 어패럴 자리에도, 가리봉 전자 자리에도...
송경동 구로동맹파업2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겉은 뻔지르르하게 변하고 있지만 현재 구로의 80%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구로에 많은 노동자들이 계약직으로,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 구로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곳에 우리는 그 때의 투쟁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방문한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요구를 담은 리본을 나무에 달았다

구로에서 마침내 만들어야 할 해방춤

하이텍알씨디코리아 공장에서 진행된 마무리 집회에서는 살구나무에 가득 매달린 살구를 따서 나누며 진행되었다. 김혜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지회장은 "참 아름다운 공장이다. 봄이면 목련이 피고, 여름이면 장미가 피는... 살구꽃 향기가 가득한 공장이지만 이 속에서 사는 노동자들은 행복하지 못하다"며 13명의 조합원의 힘든 싸움을 전했다. 문재운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소장은 "우리는 구로동맹파업에서 대우어패럴 노동자들의 싸움을 기억한다. 그때 대우어패럴 사장이 김우중이다. 노동자들은 20년의 기억을 투쟁의 기억으로 계승하고 기념하지만 김우중은 희대의 도둑놈이 되어 돌아왔다. 역사는 이렇게 모든 것을 정의롭게 증명한다"며 구로동맹파업의 정신을 이어받아 현재 진행 중인 싸움에 힘차게 단결할 것을 강조했다.

구로 2공단과 3공단 사이에는 수출의 다리가 있다. 수출의 다리는 구로공단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 이 다리를 건너 해외로 팔려나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도보순례에 함께 한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해방의 춤을 췄다. 20년 전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팔려나갔던 수출의 다리, 노동자들이 서로 만나기 위해 몰래 건너야 했던 수출의 다리, 아직도 힘겨운 노동자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구로의 수출의 다리, 그 곳에서의 해방춤은 노동자들의 뜨거운 숨소리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수출의 다리 밑을 지나가는 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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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맹파업 , 구로공단 , 정신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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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나화난

    투쟁사업장 "증리"를 위한 도보순례.증리라니요?
    이것이 참새 옥의티라네요,앞으로도 찾아알릴것입니다. ㅋㅋㅋ

  • 이꽃맘

    .

  • 이사

    구동파 20주년 기념행사가 25일날 있었는데....
    참세상에서 취재를 안한건가요? 아니면 못한건가요?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이 소멸직전에 있는 시기에 20년전 구동파의 의미를 돌이켜 몸은 매우 의미있는 자리라고 판단되는데...
    보도기사조차도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