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사업장 월급 기준 최저임금 인상율 0.99%

월급 기준으로 현행 641,840원에서 고작 6,060원 더 올라

2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올 9월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을 시급 3,100원, 8시간 기준 일급 24,800원(주 40시간 기준 월 647,900원, 주 44시간 기준 월 700,600원)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논란이 되어왔던 '주 40시간제 시행에 따른 임금저하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아 실제 인상율은 1%도 안될 전망이다.

“저임금근로자 보호,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위해 9.2% 인상”

올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자위원들이 전원 사퇴서를 제출하고, 퇴장하는 등 막판까지 난항을 겪었다. 노동자위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진행된 표결에서 투표에 참석한 16명의 위원들 중 15명이 사용자위원 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기권표로 소극적 저항을 한 1명 이외에 공익위원 모두가 사용자위원 편을 들어준 셈이다.

최종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29일 결정된 최저임금액을 발표하며 “전년에 비해 9.2% 인상됐다”고 밝혔다. 노동부도 이날 오후 “저임금근로자 보호,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임금격차 해소,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9.2% 인상율의 최저임금을 결정했다”고 자평했다.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각 언론들도 ‘전년 대비 9.2% 인상’을 강조하며, 앞 다투어 소식을 전했다. 노동부와 사용자위원들이 ‘9.2% 인상안’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현행 최저임금 시급 2,840원에서 260원이 올랐으니 9.2% 인상안”이라는 것이다. 시급만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노동부와 사용자들의 주장은 근거가 있다.

주 40시간 시행 시 월급기준 인상율 0.99%

그러나 이번 결정에 대해 양대 노총을 비롯해 노동사회단체들은 ‘실질적 삭감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여성연맹을 비롯해 노동계는 그간 “주 40시간 시행과 그에 따른 연월차와 생리 수당 등이 삭감되면, 13.5%가 인상되어도 임금총액은 오히려 줄어 든다”고 주장해왔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주 40시간제 시행으로 월급 기준 최저임금이 더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현재 시급 2,840원, 주 44시간 기준으로 월 641,840원을 최저임금으로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올 7월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40시간제가 시행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으로 9월부터 받게 되는 시급 기준 급여는 9.2% 인상되나, 주 40시간제 시행으로 월 급여는 현행 최저임금에서 0.99%(6,060원) 인상된 647,900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이번 심의 과정에서 “8.1% 이하로 인상될 경우 사상 초유의 최저임금 삭감사태를 맞게 된다”고 강조해 왔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월 기본급여로만 보면, 0.99%가 인상된 647,900원이지만, 기존에 받던 연월차·생리수당 등이 사라지면 오히려 임금총액은 삭감되게 된다. 민주노총 여성연맹에 따르면 기존에 지급 받아왔던 연월차, 생리수당 등 각종 수당 약 6만 4천원이 사라지면서 결국 임금총액은 60만 원 이하 수준으로 하락하게 된다.

“사실상 삭감안을 어떻게 받겠냐”

노동자위원들이 이번 최저임금 심의과정에서 퇴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월 기본 급여로만 따져볼 때 0.99% 인상안, 임금총액 기준으로는 오히려 삭감되는 사용자위원들의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더군다나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사퇴서를 제출하며 스스로 밝혔듯이 노동계는 공익위원들과 막후 협상을 통해 ‘물러설 수 없는 수준까지 물러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최저임금이 결정된 직후 주 40시간제와 관련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었으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며 “이후 제도적 인 보완을 통해 극복해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노동계가 13%대까지 물러났는데, 왜 받아들이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제출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번 결정에 대해 민주노총은 향후 법정 소송을 비롯해 최저임금 무효투쟁에 돌입할 것 이라고 밝혔다. 고종환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공익위원들이 최종 조정안으로 내놓은 11.2% 인상안도 사실상 삭감안인데, 노동계가 무엇을 합의할 수 있었겠냐”며 “이번 결정에 대해 노동계는 예년처럼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겠다. 향후 계획이 결정되는 대로 실천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