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독립영화 ‘미친시간’의 제작자 이마리오 감독을 만났다. 최근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과 관련해 독립영화 쪽에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뜸 이마리오 감독은 생뚱맞다는 듯, 스크린쿼터제와 문화다양성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영화의 의무상영일수와 관계없이 할리우드 영화가 독점되고 있는 영화시장에서 이른바 ‘다양성’은 애당초 ‘금시초문’이라는 것.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사람은 그 과거를 다시 경험하도록 단죄 받는다”
원체 뜬금없어 하기에 갑작스럽게 화제를 전환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마리오 감독의 '미친시간'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미친시간은...어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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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친시간' 중에서 |
이마리오 감독은 “과거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으로 인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사과도 하기 전에 한국정부는 또다시 이라크에 한국군을 파병했다”며 “또다시 잘못된 역사를 그리고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다.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에 파병된 미군 병사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하여 2개월에 한 번 정도 2-3분의 시간을 주어 부대 안의 목표물을 제외한 어떠한 것에도 자유로이 총격을 하도록 허용하는 시간’을 의미하는 ‘미친시간’, 사뭇 생각해 볼 일이다. 누구에 의해 주어진 혹은 허용된 한국영화에게 허용된 의무상영일수에 대하여.
다음은 이마리오 감독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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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친시간'의 이마리오 감독 |
한국독립영화협회에 소속된 다큐 제작자와 개인 제작자들이 작년말 모였다. 각기 다른 관심 분야를 두고 영상을 제작하고 있는 감독들이다. 그래서 그런 다양한 주제들을 모아서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작년말 제안을 했고 지금 그 작품이 추진 중이다. 세간에 풍미했던 황우석 사태를 관심을 두고 지켜봤던 제작자도 있고 쌀개방 문제에 관심을 두고 영상을 제작하는 이도 있었다. 또 홍콩 투쟁을 했던 여성 농민, 새만금 등 주제는 다양하다.
이렇듯 다양한 주제로 모였으니, 한국사회라는 큰 모양이 그림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한 20명 정도가 모였다. 최종 100분에서 2시간 분량의 영상을 제작할 계획이고, 1인당 5분정도씩 작업할 것이다. 옴니버스 형식은 아니다.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되게 만들 것이다.
최근 독립영화 제작환경은 예년에 비해 나아졌나?
국가에서 독립영화 제작 지원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외국에서 부러워한다는 얘기들이 있다. 영상진흥위원회 왈(웃음). 사실 한국만큼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데가 없기도 하다. 외국에서는 국가가 지원 안하고 민간에서 제작 지원하는데, 한국의 경우는 정부에서 해주지 않으면 해 줄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도 지원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영화는 제작비 마련이 어렵다. 매년 줄고 있긴 하지만 그나마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다. 지원 정책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 정책적 계획이 전무하다. 독립영화 만들면 뭐하냐 배급, 상영은 그냥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영화산업이 아니라 문화로써의 영화, 그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어떤 정책적 고민도 찾아볼 수 없다.
스크린쿼터 축소, 독립영화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
현실적으로는 별 영향을 못 미친다. 독립영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많다라는 얘기 못한다. 부분적으로는 미친다. 김동원 감독의 ‘송환’처럼 독립영화 중 상업적 공간에서 개봉했던 영화가 몇 작품이 상영될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어렵게 되는 정도가 영향이라면 영향이겠다.
그러나 길게 보자면 현재 독립영화 지원제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스크린쿼터 축소되면 그 지원액도 줄지 않겠나!
문화관광부는 독립영화 상영관을 100개로 늘리겠다는 제안도 했다는데 어떻게 보나?
여기저기서 반발이 있으니까 독립영화를 지원하겠다는 명분만으로 쟁점을 흐리려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또한 상영관 100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생각으로 만드느냐. 만들면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 영화관 만들어도 사람들이 보러오지 않는다. 아트플러스네트워크라는 영진위에서 지원하는 영화관도 운영이 안돼서 허덕이고 있는 판에 100개 한다고 얼마나 버티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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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개봉시스템은 대형배급사들이, 예를 들면 CGV, 쇼박스 등이 한 영화를 전국 CGV와 같은 멀티플렉스에서 5,6관씩 상영, 전국의 영화관에서 몇 관씩 같은 영화가 상영되는 꼴이다. 그에 반해 독립영화는 독립영화는 배급의 루트가 없다. 몇 몇 영화가 전국에 6개관이 있는 아트플러스네트워크라는 상업적 망을 통해 상영되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선택된 몇 편 말고는 공개된 영역에서 배급이 이루어지는 곳이 없다. 아니면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경우다. 지난 아시아영화제에 출품된 작품 중 ‘안녕사요나라’와 ‘다섯은너무많아’의 경우 영화관에서 상영 겨우 두 영화 합쳐 관객 3000명이었다.
독립영화는 사실상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여튼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공표했고, 영화계는 반발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어떻게 보는가?
스크린쿼터는 필요하다고 동의한다. 그렇더라도 한국영화 내에서 다양성을 위한 정책, 계획들이 전무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상 독립영화진영은 스크린쿼터가 확대되어도 축소되어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어찌되었던 자본을 가진 배급사가 상영관을 독점하고 상영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계획들을 만들어내고 집행을 해야 할 문화관광부나 영화진흥위원회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스크린쿼터 같은 제도로 모든 문제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스크린쿼터 문제는 할리우드 영화가 영화시장을 독과점 구조, (한국영화에 수입되는 거의 90%가 할리우드 영화인 것만 봐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것에서부터 한국영화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다양성 문제와 스크린쿼터는 별개의 문제다.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제작비를 많이 투자한 한국형 대형블럭버스터 영화만이 스크린에서 살아남고 충무로 내부에서 제작된 다양한 영화들이 사장될 것이다.
스크린쿼터를 둘러싼 쟁점들이 많다. 참세상 페이지의 독자들의 글에서도 나타나는데, 하나는 문화가 상품이 될 수 없느냐는 것이다. 문화, 상품이 될 수 없는가?
상품이 되면 안될 것이다. 아무리 자본주의가 인간까지도 상품으로 만들고 있지만, 지금의 구조는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의 문화가 무작위적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언어와 비슷한 것 아닌가. 의사소통의 도구 외에도 사고 방식이 드러나는 것이 바로 언어다. 똑같은 표현이라도 언어가 다르면 다른 식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그러나 현재는 힘이 세고 많이 통용되는 문화로 획일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미국의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항간에서는 국수주의, 민족주의 하는 데 이 문제는 그냥 우리것이 좋다 이런 의미가 아니다. 소수의 문화와 의견이 사라지고 힘의 논리와 시장논리에 의한 문화로 획일화되고 통용되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