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예절, 당신의 얼굴입니까?

전면적 인터넷실명제법안 공청회 마치고 발의 준비


전면적 인터넷실명제법 제정 위한 공청회 열려

인권사회단체들과 진보적 인터넷언론사들이 우려한대로 531지방선거 기간 동안 실시된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법안이 준비되고 있어 인터넷실명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배 한나라당 의원이 준비하고 있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실명확인의무및책임제한등에관한법률안’(실명제법안)은 신문사, 방송사, 정당, 정부산하기관, 포털사이트 등의 인터넷 게시판을 전면 실명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선거시기 인터넷실명제가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한 한시적 실명제였다면, 지난 5일 법안 공청회를 통해 공개된 이번 실명제법은 기간과 대상을 대폭 확대한 사실상의 전면적 인터넷 실명제라는 점에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에서 열린 이날 공청회에는 왕상한 서강대 교수가 기조발제를 맡았고, 장영수(고려대), 이종영(중앙대), 홍완식(건국대), 황성기(동국대) 교수 등을 비롯해 총 10명의 법률학자 및 정부, 인터넷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는 그동안 인터넷실명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속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혀온 인권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실명제법안은 신문사, 방송사, 정당, 공공기관, 포털사이트 등 실명제 적용대상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확대함은 물론, 선거실명제와 마찬가지로 실명조치를 취하지 않는 언론사 등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네티즌들은 사실상 댓글을 하나 남기려고 해도 반드시 실명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이상배 의원은 “익명에 의한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만으로 가면 뒤에 숨어 이루어지는 비방과 욕설까지도 보호할 수는 없다”며 “이제 인터넷상의 책임 있는 공론의 형성을 위해서는 인터넷 이용자의 자기책임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실명제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실명제법안 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왕상한 교수, “인터넷에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주발제를 맡은 왕상한 서강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 인터넷의 사이버 폭력이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 인터넷에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악취가 나는 글을 올리는 사람들과 그것을 방치하는 운영자들, 그리고 사회에 이렇게 악취가 진동을 하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왕상한 교수는 "인터넷 역기능이 발생할 경우 인터넷은 그 어떤 매체보다 전파력이 크고 따라서 그 피해 또한 막대하다"며 "포털이 광고, 판매 등 영리활동을 위한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제반 불법행위를 방지하고 신속한 피해구제책을 마련하는 등 응분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대형 포털업체들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현재의 인터넷을 '악취가 진동하는 곳'으로 묘사한 왕상한 교수는 이상배 의원의 실명제법안 제3조에서 적용대상 인터넷신문을 '등록회원수, 일일평균접속자 수, 동시접속자 수, 매출액 등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언론사'로 제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개인블로그와 같이 신문사의 역할이 아니라 동호회나 홍보물과 같은 역할을 하는 크게 파급력이 없는 분야와 신문을 구분해야하는 것이지, 똑같은 신문을 부수에 따라 적용대상 여부를 정하자는 취지가 아니"라며 "신문사라면 모두가 규제대상이고, 이 같은 취지를 반영해 입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왕상한 교수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아이디(별명) 사용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성기 교수, “국가에 의한 강제적 실명제, 위헌적 요소 있어”

이상배 의원과 왕상한 교수의 발언에 대해 이날 참석한 대부분의 법학과 교수들은 찬성 내지 동의 의사를 밝혔다. 공청회에 참석한 교수 중에는 유일하게 황성기 동국대 교수만이 이번 법안과 실명제에 대해 강한 우려의 뜻을 전했다.

황성기 교수는 △표현의 자유 침해 △인터넷사업자의 영업의 자유 침해 △개인의 자기정보관리통제권 침해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실명인증 방법의 문제 등 실명제를 둘러싼 쟁점을 짚은 뒤 “국가에 의한 강제적인 인터넷실명제는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고 이상배 의원의 실명제법안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에 추진되는 실명제법안에 대해 “강제적 방식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나 사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인 표현의 자유의 침해 여부가 가장 핵심적인 헌법적 쟁점이 된다”며 “국가가 강제력을 동원하여 실명으로만 의사를 표현하도록 하거나 혹은 본인임이 확인된 사람에 대해서만 의사표현의 기회를 부여하는 경우에는, 그 ‘위축효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 법규정 어기고 민간신용정보회사 실명인증 허용 ‘고백’

이날 공청회에는 지난 지방선거 기간 동안 선거실명제 집행을 총괄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윤석근 사이버조사팀장도 참석했다. 윤석근 팀장은 선거실명제 시행을 통해 “2002년 대선에서 1만 1천여 건이었던 선거법 위반 건수가 700여건 정도로 감소되었다”고 밝혔다.

윤석근 팀장은 “선거법 위반 감소가 단정적으로 선거실명제 시행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효과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힌 뒤 “그러나 정치관련 게시물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윤석근 팀장은 선관위가 선거실명제를 시행하며, 관련 법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털어 놓았다. 윤석근 팀장은 실명확인방법과 관련해 “이번 선거실명제를 시행하며, 민간신용정보회사를 통한 실명인증시스템도 인정했다”며 “언론사들의 반발로 부득이하게 민간업체에서 제공한 실명인증방법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윤석근 팀장의 이날 발언은 그간 인권사회단체들과 인터넷 언론사들의 “선관위가 선거법 규정을 어기고, 민간신용정보회사의 실명인증을 허용했다”는 주장을 확인하는 것으로, 선관위의 위법행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실명인증 방법을 ‘행정자치부장관이 제공하는 방법’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이를 선관위가 어기고 자의적으로 민간신용정보회사의 정보망을 이용한 실명인증을 허용한 것이다.

포털피해자모임, “실명제 시행 중인 사이트에서 피해당했다”

한편, 줄기차게 강력한 실명제의 도입을 주장한 법학과 교수들 및 정부 관계자들의 입장과 다르게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네티즌단체와 인터넷기업들은 인터넷실명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변희재 포털피해자모임 대표는 “포털사이트에서 명예훼손과 사이버폭력을 당한 포털피해자모임의 당사자들은 이미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피해를 당한 사례가 많다”며 앞선 발제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어 민간기업에 의한 실명인증을 허용하는 것과 관련해 “해당 개인정보를 매매할 수도 있고, 또 정보 유출을 막을 방법도 없는 민간기업에 실명인증을 맡겨서는 안된다”며 “인터넷실명제를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기업사이트에서 주민번호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인정하는 기관에서 안전한 방법을 통해 실시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주민번호 이용한 실명인증, 실효성 의문”

김종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외협력팀장 역시 “실명제는 사이버폭력을 해결하는 한 방법으로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싸이월드의 예를 들며 “완전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피해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며 “임수경 씨 사건 역시 실명제를 시행하는 사이트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김종현 팀장도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실명인증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실명제가 사이버폭력 가해자의 책임을 강제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만일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었을 때 그 피해는 더욱 확대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리니지 사례 등과 같이 이미 주민등록번호가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어 있어 이를 이용한 실명제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기업협회, “실명제 의무화한다고 사이버폭력 방지되는 것 아니다”

김동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실명제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획일적으로 모든 사이트에 대해서 의무화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사이버폭력이 심각한 점을 인정하지만, 실명제를 획일적으로 의무화한다고 그것이 방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제적으로 실명제를 의무화하고 있는 이번 법안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이상배 의원의 법안에 대해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가 실명제를 안 하고 있고, 인터넷에서의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을 관련법이 없어서 그동안 처벌하지 못 했나”라고 반문하며 명예훼손, 사이버폭력 등을 실명제 도입의 근거로 밝히고 있는 앞선 발제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