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시바우 美대사 유시민 장관 면담.. 한미FTA 돌파구

도입 시기 늦춘 포지티브 리스트 수용 가능 입장 비춰

19일 오전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한미FTA 협상 쟁점인 ‘약제비 정책’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리는 한미FTA 협상 2차 본협상 중 14일 협상 결렬의 원인 제공을 했던 보건복지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관련해 한미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사실상 한미FTA 본협상에 이은 수많은 협상 창구 중 하나인 셈이다.

이 자리에서 버시바우 대사는 포지티브 제도 도입 시기를 늦춰달라는 요구를 전제로 가격 대비 약효가 높은 약품에만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정부의 새로운 약값 정책, 포지티브 리스트를 수용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유시민 장관은 제도 시행과정에서 외국 제약사를 차별하는 요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입법 절차 등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며, 24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입법예고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미국 측의 행보는 일단 ‘입법 예고 기간을 60일로 늘려 달라’는 요구를 바탕으로 3차 협상이 열리는 9월 까지 논의를 연장시켜 보완 방안을 마련하는 등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의 흐름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의 모험인가, 정부 부처간 불협화음인가

과연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입법 예고 결정이 한국 정부의 모험일까.

이미 알려진 바 처럼 한미FTA 2차 협상 14일 협상 결렬의 최대 쟁점은 한국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었다. 웬디 커틀러 미 협상단 수석대표는 '포지티브 리스트 때문에 협상을 진전할 수 없었다'며 'mandate(위임)'를 언급했다. 이는 한국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 정책, 포지티브 리스트가 미국 협상단이 위임받고 온 권한 범위에서 벗어난다는 설명이었다. 미국 협상단은 이 같은 법적 절차까지도 FTA 논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mandate와 관련해 아직도 풀리지 않는, 정부의 4대 선결과제 중 ‘새로운 약가 개선 방안 도입 금지’와 관련한 사전 합의 때문이라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사전에 합의해 놓고 왜 미리 정책을 발표하냐는 주장인 셈이다.

또한 김종훈 수석대표는 "정부는 포지티브 시스템의 큰 방향 유지 한다"고 밝히며, "미국 협상단에 오해가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양측 간의 입장을 좁힐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오해'라 언급된 부분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제도적 보완의 여지를 남기며, 사실상 미국 협상단의 입장을 반영한 절충안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수 차례 경고 됐던 것처럼 미국이 포지티브 리스트 카드를 활용해, 혁신적 신약의 범위 확대, 신약의 특허 보호권 강화, 특허와 시판 허가 연계, 보험등재와 가격결정에 대한 이의 제기, 강제실시권 해제, 비위반 제소 등이 제도적 '보완'의 내용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시 정부의 약제비 정책 도입의 의미가 퇴색될 뿐만 아니라, 미국 협상단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실익을 챙길 수 있게 된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쟁점은 협상의 '파행'이 아닌 '기회'인 셈이다.

또한 알려진 대로 버시바우 대사가 ‘기간 연장’을 포함해 정책 수용의 입장을 비췄다면 김종훈 수석대표가 언급한 ‘오해’의 부분과 제도적 ‘보완’의 방안들이 협의될 시간적 기회와 가능성은 충분 해 보인다.

그러나 정부를 향한, 보건복지부의 행보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발표 그리고 4대 선결과제 해결 과정 등 이번 쟁점을 통해 정부 부처간 이견과 갈등 조율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음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