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새끼가 무슨 여경을 불러달라고 하냐”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보고대회 열려

국내에서는 최초로 성전환자들의 인권실태가 체계적으로 조사된 보고서가 발표됐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 등으로 구성된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기획단은 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성전환자 인권실태 보고대회를 열고, 조사결과 발표와 함께 성전환자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마련 등을 촉구했다.


성전환자 7명 중 3명, ‘성희롱이나 성추행 경험’

문헌자료조사, 성전환자 심층면접과 설문조사 등의 방법을 통해 작성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성전환자들은 일상생활과 취업, 학교생활, 군대 등에서 심각한 인권침해와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78명 중 52.6%(복수응답)가 취업기회 제한과 진학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그 다음으로 교제와 결혼 문제(42.3%)와 생계의 어려움(37.2%) 순이었다.

전체 조사대상 중 65.4%(51명)가 ‘모습이나 행동, 성별주체성으로 인해 주위사람들로부터 욕설이나 비아냥거림을 들은 적이 있다’고 대답해 대다수 성전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의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사대상 중 44.9%가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모습이나 행동, 성별주체성으로 인해 주위사람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10.3%에 달해 성전환자들이 각종 혐오범죄와 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한(MTF, male to female) 오 모 씨는 조사기획단과의 심층면접과정에서 “아는 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한 후 신고를 하고 경찰서에 갔지만, 경찰에서는 강간은 부녀자가 아니면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추행으로 접수가 되었다. 결찰서 조사과정에서 여경을 불러 달라고 했는데, 경찰이 ‘남자새끼가 무슨 여경을 불러달라고 하냐’며 거절했다”고 증언했다.

주민등록 성별 불일치, 취업제한과 차별로 이어져

또 보고서는 성전환자들의 경우 외부로 드러나는 성과 주민등록상 성별의 불일치로 인해 취업이 거절되거나, 취업을 하더라도 기간이 짧고 이직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직업을 가지고 있는 성전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현재의 일자리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어서’라고 대답한 비율이 37.7%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채용과정에서 굳이 호적이나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지 않아서’라는 답변이 13.1%로 뒤를 이었다.

또 성전환자 직업분포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78명 중 34.6%인 27명이 유흥업소 종사자였고, 그 뒤를 이어 무직 12.8%(10명), 공장노동자 7.7%(6명)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정체성에 따라 성전환자의 직업분포에 있어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유흥업소 종사자의 대부분은 MTF로, MTF 조사대상 중 65%가 유흥업소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FTM은 조사대상 중 2.6%(1명)만이 유흥업소 종사자였고, 사무직, 공장노동자, 가게운영 등 전반적으로 직업군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반면, FTM 경우 무직 비율이 15.8%로 MTF의 10%보다 높게 나타났다.

성별변경 법안 마련과 성전환수술 보험 적용 시급히 이뤄져야

이처럼 취업, 진학, 일상생활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전환자들은 성전환자를 지원하는 사회정책 마련을 강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성소수자운동진영을 중심으로 제정 운동이 한창인 ‘성전환자성별변경및개명에관한특례법(가칭)’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성전환자들은 희망하는 성전환자 관련 정책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 67.9%(복수응답)가 ‘성별변경에 대한 법안 마련’을 꼽았고, 다음으로 ‘성전환 수술을 위한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이 48.7%, 차별금지법 제정 20.5% 순이었다. 또 희망하는 사회서비스로는 취업상담이 48.7%(복수응답)로 가장 높았고, 지역의료기관과 연계된 방문간호와 의료지원이 38.5%, 성별정체성 관련 상담 24.4% 순이었다.

인권실태조사를 진행한 성소수자단체들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 특별법 제정 △병역법 및 제도정비 △성전환 과정의 의학적 가이드라인 설정 △성전환 수술의 국민건강보험제도 적용 △차별금지법 제정 등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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