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건설, 감히 마침표를 찍지 마라

[인터뷰] "가슴엔 올여름 장마 비보다 많은 눈물이"

포항에서 보온 일을 하는 건설노동자 이동근 씨. 82일의 파업은 끝났다. 9월 21일 이동근 씨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 구속되어 있는 동료를 면회 가려고 집을 나섰다.

[출처: 참세상자료사진]

“현장에 복귀하면 면회 가기도 쉽지 않을 것 같고…. 복귀전에 얼굴 한번 보려고 갑니다.” 이동근 씨의 마음은 참담하다. 예전보다 개악된 합의안을 찬성으로 통과 시킨 게 마음 아파서가 아니다. 죽음의 진상규명조차 되지 않았는데, 아직도 감옥에 동료들이 있는데, 먼저 현장에 돌아가야 한다는 게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아직도 치료 중이다

“사람이 죽고, 300명이 넘는 조합원이 다쳤어요. 불구가 된 동료가 있어요. 몸 하나로 벌어먹는 건설노동자가 몸이 망가지면 끝이잖아요. 손가락이 부러져 현장에서 다시 일을 할 수없는 동료도 있다. 아직도 입원 중인 동료가 10여명이 있다. 1년 이상 장기 입원해야하는 동료도 있다. 수십 명이 아직 통원 치료 중이다.”

82일간의 파업. 이동근 씨에게는 여름이 없었다. 합의안을 보면 무엇을 위해 여름을 거리에서 보냈는지, 어이가 없을 정도다. “개악안이 분명하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신세인 건설노동자들이 계속 생계를 뒤로 한 채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손에 쥔 것은 없지만 참 열심히 싸웠다고 생각한다.”

건설노동자의 82일 파업을 합의안만을 가지고 이겼다 졌다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일용직, 단기 계약직이 대부분을 차지한 건설노동자가 80일 넘게 싸운 것은 그만큼 건설노동자의 처지가 극에 달할 정도로 어렵다는 현실을 고발한 것이다.”

82일 파업의 의미

현장에 복귀하지만 불씨는 고스란히 조합원의 가슴에 남아 있다고 한다. “올 여름 장마 비보다 많이 흘린 눈물은 가슴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바뀐 것은 거리가 아닌 현장에서 싸운다는 것이다.”

[출처: 참세상자료사진]

이동근 씨는 합의안 가결이 투쟁의 끝이 아니라고 한다. “진실규명 싸움도 멈출 수 없다. 또한 손배 가압류도 조합원 전체가 맞서 싸워야 한다. 지금 구속자와 조합에 손배를 청구했는데, 2,500여 조합원이 함께 짊어지겠다고 맞서 싸워야 한다.”

조합원의 세 명 중 한명은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비상대책위로 유지되는 지도부 체계도 아직은 위태롭고, 절망에 빠진 조합원들을 다시 묶어세우는 일도 시급하다.

성급한 판단을 주의하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려보다는 빠르게 대오는 복구될 것이다. 포항건설노조가 하루아침에 건설된 모래성이 아니다. 현장에 뿌리박으며 건설된 조합이기에 바람에 가지는 흔들리겠지만, 쓰러지지는 않는다. 노조를 떠나 얻을 것보다 노조가 있기에 이제껏 얻은 게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노동자로 인정받는 것도 노조가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겠는가?”

합의안이 가결되었다고 아무 것도 얻은 게 없다 또는 졌다는 평가는 성급한 일이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준다. 포항에서만 17년, 훌쩍 마흔의 나이를 넘긴 이동근 씨. 대부분의 공사가 삼 개월, 육 개월이라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2백만 원 남짓. 연봉을 계산할 때 곱하기 열두 달은 하지 말라고 한다. 그게 건설노동자의 현실이라고 한다.

현장에 복귀하는 포항건설노동자들의 마음이 모두 이동근 씨와 같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낙관을 가지고 현장에 돌아가는 조합원들이 있기에 포항건설노동자의 투쟁에 섣불리 마침표를 찍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