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특수고용직 보호방안은 '노동자성 인정'"

노동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보호대책안'에 민주노총 반발

노동부가 25일 발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과 관련해 민주노총이 26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층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25일 열린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산재보험 적용, 불공정거래행위 방지 등을 골자로 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을 심의, 확정하고 "보험설계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의 길이 열렸다"며 대대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보호대책'과 관련, 민주노총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산재보험 적용안', 뜯어보니 무용지물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산재보험을 적용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종사자가 가입하고 있는 다른 보험과 중복 가입되지 않도록", "2분의 1은 종사자가 부담하도록" 한다는 등 단서조항을 달고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이에 대해 "정부가 제시하는 적용대상으로 일신 전속성, 경제적 종속성, 비대체성 등의 종속성 요건을 갖춘다면 이미 사회보험법상 근로자 범주로 보아야 할 대상"이라며 "당연히 산재보험법 상의 근로자로 취급해 해당 법률을 적용해야 함에도 '반사업주'로 취급하여 보험료 절반 부담이나 당연가입 예외 인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성진 보험모집인노조 위원장은 "다른 보험과 중복 가입되지 않도록" 적용한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보험설계사들이 업무량을 맞추기 위해 가족과 친지는 물론 개인까지 수십 개의 보험을 들고 월 수백만 원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에서 민간보험 가입자를 산재보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기만이다"라고 성토했다.

이현숙 재능교육교사노조 위원장도 "정부의 산재보험 적용 예외조항은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며 "학습지 회사들이 관리예치금을 예탁하면 수수료 1%를 지급해온 관례 등으로 볼 때, 산재보험의 적용을 원하면 수수료 포인트를 낮추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비용에 손해가 없는 편법을 활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예견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에 따르면 민주노총이 분류하고 있는 '특수고용직군'이 13개 직군에 달하고 그 숫자도 200만 명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반해, 정부안은 정부가 적용을 명시한 보험모집인,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송기사 등 4개 유형을 제외하고 이 외의 많은 특수고용 유형들에는 그 적용을 미뤘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적용? '소사장', '개인사업자' 굳히기

정부가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적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경제법, 즉 공정거래법, 약관법, 보험업법 등의 방안도 해당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경제법 적용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자가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임이 명확해지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어 불공정거래행위가 감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박탈을 법적으로 승인하고 제도화하는 것"일 따름이다.

권두섭 변호사는 "정부의 경제법적 접근방식은 권리주체의 자주적 단결을 핵심적인 권리실현수단으로 하는 노동법적 접근과는 차원이 다를 뿐만 아니라 서로 모순되며, 거꾸로 노동3권의 행사가 경제법상 '자유롭고 공정한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가 되어 규제 대상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거나 박탈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간 노사정대표자회의 특수고용 관련 실무회의에 참석해 온 박대규 건설운송노조 위원장은 '근로자개념 확대, 노동3권 보장 등 노동관계법을 통한 보호방안은 2차 대책으로 마련할 예정'이라는 노동부 입장에 대해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경제법을 적용해 놓고 다시 이후에 노동관계법을 적용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고성진 보험모집인노조 위원장, 김형근 민간서비스연맹 위원장, 박대규 건설운송노조 위원장, 권두섭 변호사, 이현숙 재능교사노조 위원장

'노동자성' 인정 않고 특수고용직 오히려 확대

정부가 내놓은 '보호방안'이 실은 2000년 이후 꾸준히 '후퇴'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노동부는 지난 2000년 '근로자에 준하는 자'라는 개념을 신설해 노동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하는 법개정 방안을 밝힌 바 있고, '단체조직권, 교섭권, 협약체결권을 부여'한다는 2년 전의 노사정위원회 '유사근로자특별법안'에서 또 후퇴한 것이다. 심지어 모성보호, 연가 보장, 남녀고용평등법 적용 등을 제시한 작년의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검토의견보다 못해 "경영계 주장과 거의 유사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두섭 변호사는 이번 정부안에 대해 "정부는 독일식 '유사근로자' 개념을 도입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노동3권을 보장하고 사회보험을 적용하는 독일 방식과 내용 자체가 다르며 훨씬 못미치는 대책"이라 비판했다.

고성진 보험모집인노조 위원장은 "장마철에 집이 떠내려가 살 집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이 아닌 가재도구를 내어주겠다고 하는 꼴"이라며 경제법 적용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현숙 재능교사노조 위원장도 "공정거래법이니 약관법이니를 적용한지 7년이 지나도록 시정이 안되고 무용지물이라는 점이 확인됐는데 정부는 새삼스럽게 경제법 적용을 '대책'이라고 내놓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대거 소속돼 있는 민간서비스연맹의 김형근 위원장은 "정규직에 준해 적용되던 학자금이나 저리대출 등의 제도도 점차 없애고 있는 형국이고, 가전제품AS기사 등의 직군도 소사장제로 전환해 특수고용직군으로 밀어내고 있다"면서 "정부가 제도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겠다고 하는것 자체가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인데도 기존 처우조차 하향화하겠다는 것은 다른 직군들을 더 많이 특수고용직군으로 편입시켜 노동자성을 박탈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대규 건설운송노조 위원장도 "민주노총의 하반기 총파업에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앞장서겠다고 발표하니까 정부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제시한 립서비스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의 근로자, 사용자 정의 규정을 개정하여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방향의 입법안을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발의할 예정이다. 화물연대도 11월 12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덤프연대, 레미콘노조 등과 함께 총파업 돌입을 목표하고 있는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하반기를 기한 노동기본권 보장 투쟁도 가시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