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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ay, '뼈'만 찾아낼 뿐 광우병 안전 검사가 아니다

16일 시연회, 법률 검토 미비, 관련 단체 항의로 무산 돼

국립수의과학검역원(검역원)이 미국산 수입 쇠고기 검사과정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절단검사, 해동검사, 식육 이물질 검출 X-ray 검사 시연회가 모두 무산됐다.

이는 16일 오전 검역원을 찾은 강기갑,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방사선 피폭 위험성과 국내법 위반 사항을 지적하며 X-ray 검사의 위험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날 오후 3시 검역원을 찾은 노동사회단체 소속 활동가들이 ‘검역원의 X-ray 검사는 이물질을 검사하기 위한 절차 일 뿐 광우병 안전 테스트가 아님’을 강변하며, 항의하는 과정에서 시연회 자체가 중단됐다.

  임경종 인천지원장이 미국산 쇠고기 검역에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인천 검역원 창고에 있는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의 모습

미국산 쇠고기 못 먹어 안달 난 국민 없다..안전성 먼저 검증해야

강기갑,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16일 오전 10시 30분 농림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인천지원 영종도 축산물 창고를 방문했다. 창고 방문에 앞서 수입 쇠고기에 대한 검역 체계와 준비 과정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의원들은 △수입 쇠고기에 대한 전수 검사가 가능한지 △광우병 검사를 위해 뇌 샘플이 있어야 하는데 왜 없는지 △X-ray 검사의 방사선 피폭량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됐는지 △X-ray 등 기계 부족은 어떻게 구매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강문일 검역원 원장은 “검역검사에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진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번 검사를 위해 검역 첨단 검역 장비인 식육이물검출기(X-ray) 12대를 긴급 구매했다고 밝혔다. 또한 X-ray 피폭량에 대해 “길어야 2~3초로 노출시간이 짧고 가슴 촬영하거나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정도의 수준이기 때문에 무해하다고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에 강기갑 의원이 “병원 X-ray 는 임산부도 촬영하지 않고 피한다”라고 전제하며 “방사선이 단백질의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어떻게 무해하다는 답변으로 안전성에 대해 확답을 할 수 있는가”를 반문했다.

특히 현재 식품위생법 규정에는 '감자, 밤, 양파, 마늘, 복합조미식품, 건조 채소류, 건조 향신료 등 26개 품목에 대해 10kGy 안에서 방사선 조사를 허용하고 제품 용기에 이를 표기한다'고만 되어있을 뿐 식육은 이에 포함되어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축산물가공처리법에서도 방사선과 관련해 식육은 제외 돼 있다.

또한 이번 시연회에서 사용될 X-ray 기기의 경우, 시설을 완벽히 갖춰야 하는 사용처에 대한 과학기술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원자력법 65조의 조항의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이 허가 필증 또한 받지 않은 상태이니 현행법상 불법 검사가 되는 셈이다.

심상정 의원은 “원자력법 위반 등 오늘 지적된 사항들에 대해 책임 있는 검토가 부족했다”라고 지적하며 “오늘 이후 서면으로 어떻게 추진했는지에 대해 보고해 줄 것”을 주문했다.

또한 “정보를 정확히 알리고, 대비책을 세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며, “영국에서는 광우병 파동이 나는 상황에서도 안전하다며 장관이 쇠고기 시식회까지 했지만 결국 국민들이 인간광우병 환자가 돼 죽어가지 않았냐”며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말자고 제언했다. 덧붙여 “정당한 절차 없이 보여주기 식 검역 과정은 중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나아가 의원들은 현재 20박스 분량의 현재 시험된 쇠고기에 대해서는 분류와 관리를 철저히 해 줄 것을 당부했고, 검역원은 결국 X-ray 시연회를 하지 않았다.

  X-ray 검사 기기

  임경종 인천지원장이 관련단체 참가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정원 기자

X-ray검사는 광우병 안전 검사가 아니다

소비자단체와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저지 국민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은 같은 날(16일) 오후 3시 검역원 창고를 찾아 오전의 시연회를 반복했으나 15분 만에 중단 됐다.

임경종 수의과학검역원 인천지원장이 현재의 상황과 분량, 검역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X-ray 검사는 뼈를 찾아내는 검사일 뿐”임을 강조하며 “현재의 검역 체계로 광우병 인자인 프리온 검출이 가능한가”를 질문했다. 그리고 다른 참가자들도 “냉동 포장된 고기를 육안으로 광우병 위험 물질을 발견할 수 있는가”를 질문했다.

임경종 인천지원장이 답을 회피하고, 시연회를 강행하려 하자 이원재 국민운동본부 소속 활동가는 "질문은 왜 받지 않나?“고 항의 하며, ”쇠고기에 광우병이 있는지를 절단해서,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느냐"면서 항의를 하자 다른 질문들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시연회 참가자들은 “우리가 광우병 위험의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제대로 검역되고 있는가를 알아보려 온 것이지, 이물질 여부를 파악하려 온 것 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하며 “X-ray 검사로는 뼈 조각만 찾아 낼 수 있을 뿐 배근신경절과 같은 광우병 위험물질(SRM)을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경종 인천지원장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고 대답한 뒤 이어, 질의의 공방을 계속하다가 결국 시연장을 떠나면서 시연회는 중단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검역원 관계자가 ‘시민단체들이 시연회에서 깽판을 친다’라고 말해 다소 분위기가 격앙되기도 했다.

박상표 국장은 “광우병 위험 물질은 0.001g 만있어도 인간광우병을 유발한다”고 해외 사례를 들며, “X-ray 검사는 뼈 조각을 찾아내는 검사에 불과하며, 광우병 안전성 검사가 되지 못한다. 검역원이 X-ray 검사로 안전성을 운운하는 것은 국민들을 속이기 위한 정치적인 쇼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역 시험중인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이정원 기자

  '광우병 위험 인자를 X-ray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나'에 대한 공방이 오고가고 있다./ 이정원 기자

특히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품목에서 근막을 제외하는 것과 연골, 흉골 및 뼛조각은 특정위험물질(SRM)로 간주되지 않는 것에 동의했다. 영국의 경우 흉추와 요추의 돌기 부분 중 척추의 흉추 부위는 광우병 위험물질로 명시하고 있다. 미국은 흉추, 요추 모두 위험 물질이 아닌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가 마다 적용 범위가 다를 뿐만 아니라, 이런 부위에는 광우병 위험물질인 배근신경절이 묻어 나올 수 있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위험물질에서 배제한 것이다.

박상표 편집국장은 “이전의 경우 검역과정에서 등뼈가 발견되면 전면 수입을 중단할 수 있었지만, 정부가 이 같이 합의해 줌에 따라 등뼈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며 덫에 걸렸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X-ray 검사로 이물질 검사, 뼈 조각을 찾아내는 검사를 하겠다고 하지만 지금과 같이 정부가 합의해 준 상황에서 별 실효성이 없는 검역이 되는 셈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는 한미FTA 협상 재개를 위한 4대 선결 과제 중 하나였다. 현재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미국 등 4개 국에 불과하다. 이 중 유일하게 미국만이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이다.

또한 현재는 미국 육우협회(NCBA)에서 15년간 활동한 전력을 가진 척 램버트 미 농무부 부차관보가 한국을 방문한 이 시기로, 갈비처럼 ‘뼈’를 포함한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을 압박할 것 분명해 지고 있다. 한미FTA 5차 협상 예정지가 Beef-Belt 로 유명한 몬태나 주의 빅스카인 것 또한 대내외적인 압박 요소가 되고 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연골, 흉골 및 뼛조각은 특정위험물질(SRM)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 합의해 준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검사도 아닌 뼈 조각을 찾기 위해 방사선에 고기를 노출 시키는 X-ray 검역까지 시도되고 있다.

이날 시연회 참가자들은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포기했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검역원측은 추후 관련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말

현재 인천공항 내 검역 창고에 보관 중인 미국산 쇠고기 9톤은 모두 707박스 분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