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정규직 대책,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 길거리로”

공공기관들, 앞장서서 계약해지에 노사합의 이행도 안 해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겠다라고 대책을 마련했지만 예산편성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기관들 비정규 관련 법안 피하기 위해 외주위탁, 계약해지 앞장서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며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을 내고, 비정규직 관련 법안까지 통과시킨 가운데 이런 정부의 대책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통과된 비정규 관련 법안이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해고 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철도공사가 KTX승무원들을 강제 외주 위탁한 것에 이어 새마을호 승무원들에게 외주위탁을 전제로 한 전적동의서 작성을 요구하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계약해지 했으며, 작년 12월 법원 행정처는 계약직 민간경비원 40여 명을 계약 해지 했다. 심지어 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부원은 비정규직 45명 중에 14명을 계약해지 했으며, 이들이 일하던 콜센터 업무를 외주위탁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던 정부기관들이 앞장서서 비정규 관련 법안을 피해가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계약해지 하거나 업무 자체를 외주위탁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만적인 정부 비정규 대책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기획예산처 앞에서 열었다.

비정규직 보호하겠다는 대책, 정규직화 노사합의도 무력화

또한 노사합의로 만들어진 ‘정규직화’ 합의마저 정부의 대책 앞에 무력화 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의 경우 2005년 노동조합의 66일간의 파업을 진행해 노동부 장관까지 나서 정규직화를 합의했으나, 기획예산처가 다른 부처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며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들며 이미 합의한 ‘정규직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무기계약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연맹(공공운수연맹)에 따르면 노조가 “노사 합의사항 이행이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보도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라는 의견에 노동부는 “공공부문 비정규 종합 대책은 정부가 추진하는 사항으로서 노사합의서와는 우열을 논하지 어려운 것으로 사료된다”라고 답했다. 이에 공공운수연맹은 “노동부마저도 노사합의에 따른 정규직 전환 보다 무기계약 전환에 더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는 작년 단체협상을 통해 2006년 8월 31일을 기준으로 2년 이상 비정규직 239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 하겠다는 노사합의를 만들어 냈으나, 교육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교육부가 5월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따른 무기계약 대상자를 확정할 계획이며, 이에 병원 측에게 노사합의사항을 2월 말까지 처리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대책이 비정규직 노동자 희망 뺏어”

이에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9일, 정부의 기만적인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을 규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대회를 기획예산처 앞에서 열고 △차별 철폐 없는 무기계약 반대, 정규직화 쟁취 △정규직화 노사합의 이행 △비정규노동자 외주화 및 집단해고 반대 등을 요구했다.

이 날 노동자대회에서는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고통스러워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나왔다. 정수운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은 “지금 전국 10만 명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집단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일 주일 전에 노조에 가입했다. 12년 동안 학교 행정실에서 일을 했지만 그녀는 한 순간에 해고가 되었다. 12년 동안 한 번도 계약서를 써 본적 없지만, 비정규 법안이 통과되자 그녀는 계약서를 쓰고 계약직 노동자가 되었으며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정수운 조합원은 "계약해지에 희망은 없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정수운 조합원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는 그동안 열심히 일 해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앞장서서 거리로 내몰고, 소수의 무기계약 노동자들을 만들려고 한다”라며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예산도 편성하지 않은 채 앞장서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 하고 있다. 계약해지 당하니 희망이 안 보인다”라고 말하고, “내 아이가 이제 초등학생이 되는데 이 아이에게 올바른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라고 끝까지 싸워서 학교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임성규 공공운수연맹 상임위원장은 “87년 노동자들을 위해 일했다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지만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라며 “공공운수연맹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며 그 힘으로 무너져 가는 자본주의를 누르고 노동자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