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야 할까요?”

이주노조·이주노동자공동체, 여수화재참사사건관련 공동기자회견


“왜 이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야 할까요?”

2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사건에 대한 이주노동자공동체 및 이주노조 공동 기자회견’에서 마숨 이주노조 사무국장은 이같은 질문을 기자들에게 던졌다.

이날 공동기자회견은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조합(이주노조)을 비롯해 네팔공동체, 방글라데시공동체, 필리핀공동체, 인도네시아공동체, 버마행동, 스리랑카독립협회, 중국동포노인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이주노조·이주노동자공동체, “우리는 범죄자 아닌 노동자”

사회를 맡은 마숨 사무국장은 공동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지난 2월 11일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불이 나 9명이 죽고 18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며 “이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땅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특히 미등록이주노동자가 함께 아파하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우리는 필요한만큼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아니다”고 전제하며 “한국에 오는 과정에 많은 브로커 비용이 들기도 한다. 최저임금을 가지고 돈을 모으다 보면 3년이라는 시간은 매우 짧아 한국이 필요한만큼 쓰고나면 우리는 빚도 다 못갚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거나 미등록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은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고 노동자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법죄자 취급을 당하고 있으며 나쁜 대접을 받고 여수 외국인보호소와 같은 감옥에 들어가야 된다”며 “여수사건은 어느새 범죄자가 되어버린 억울한 이주노동자에게 생긴 안타까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수십년전 한국인노동자들이 산재나 사망당했을 때 독일정부가 그들의 자녀들을 대학까지 책임지고 교육시켰다”는 점을 예로 들며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자로 모는 한국정부의 태도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정부는 여수참사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용서 구할 것”


마숨 사무국장은 “이번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사건으로 돌아가신 분들은 한국정부의 잘못된 이주노동자의 정책의 피해자”라고 지적하며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것”을 촉구했다.

공동체 발언에 나선 뚜라 미얀마행동 대표은 “어떻게 보면 이번 사고는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호소안에서 생활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더이상 비인간적인 단속은 없었야 할 것이며 보호소도 폐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이후 이주노동자공동체와 이주노조는 한국정부에 △화재참사관련 정보공개 및 진상규명 △관련책임자 처벌 △여수사건으로 고통받은 피해자 전원석방 △비인간적인 단속 추방 중단과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반인권적인 보호소 폐지 등을 요구했다.

이날 각 이주노동자단체들은 여수 화재참사 사건이 올바르게 해결되고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국노동,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할 것과 국제적인 연대와 여론형성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한편 여수외국인보호소화재공동대책위는 25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화재참사희생자 추모 및 정부규탄집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