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경총, 산별교섭논의 비공식 대화하기로

이석행 위원장-경총회장 간담회, 특수고용 문제는 입장차 커

민주노총과 경총이 산별교섭 도입과 관련해 비공식 논의틀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11시 경총회관을 방문해 이뤄진 이수영 경총 회장과의 면담에서, 이석행 위원장이 산별교섭과 관련한 토론회 등 경총과 함께 다양하고 상시적인 대화구조를 마련해 가자고 제안하자 경총 측이 "필요성은 인식하나 비형식적인 틀 속에서 논의를 충분히 하자"고 답함에 따라 이같이 합의됐다.

경총, "논의할 것 없다" 특수고용 논의 참여 거부

경총은 산별교섭 도입에 대해 "개별 기업 사용자가 산별교섭에 대한 필요성을 경험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개별기업들이 고비용 저효율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며 민주노총은 "대다수 사업장이 산별전환을 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노사관계 마련을 위해 산별교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 입장이 상충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과 경총은 오는 5월부터 시작될 산별교섭과 관련, 금속노조 사용자단체 구성여부 등 교섭주체와 방법, 형식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기 위해 오늘 합의대로 비공식 채널을 가동하게 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양측은 △제조업 공동화 문제에 인식을 같이 하고 노사가 함께 고민하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향을 모색하자 △장투사업장 문제와 관련 서로가 무리없이 풀 수 있는 부분은 풀어가자는 등의 의견에 공감대를 보였다.

다만 특수고용노동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민주노총이 "노동부가 설치한 특수고용근로자 문제 해결을 위한 TF팀에 참여해 달라"고 제안했으나, 경총이 "6년 동안 논의해왔고 더이상 할 것이 없다", "비정규직법 시행령 문제가 걸려 있어 지금 시기에 논의할 수 없다"고 밝혀 입장차만 확인했다.

경총, "대화와 협상 환영" 면담 분위기 부드러워

한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경총과 만난 자리에서 노동부와 한국노총, 경총이 합의한 노사관계로드맵 문제, 경총이 발간한 '비정규직법률 및 인력관리포인트' 문제, 경총을 포함한 경제5단체가 5일 정부 노동정책이 '친노동'이라며 비판한 사실 등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수영 경총 회장은 "노사관계로드맵을 처리할 때 민주노총이 중간에 나가지 말고 좀더 인내를 갖고 대화를 계속했으면 했는데"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비정규직법 편법 활용 책자에 대해 "기업들이 비정규직 사용에 대해 불법 여부를 질문하길래 답을 한 것인데 잘못 보신 분들이 비판하더라"고 답하기도 했다.

경직될 요소가 많은 민주노총과 경총 간의 대화 자리에서 이수영 경총 회장은 "이석행 위원장이 경총을 방문한 것은 많은 뜻이 있다"고 반기며 "이석행 위원장이 대화와 협상을 잘 하신다고 해서 국민들과 기업인들이 반기고 있다, 민주노총이 보낸 신호로 국민 경제에 좋은 징조가 생기길 희망한다"고 말하며 유연한 분위기를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노총도 "면담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노총과 경총의 간담회에는 민주노총에서 이석행 위원장, 이용식 사무총장 외 4명, 경총에서 이수영 회장과 김영배 부회장 외 5명 등이 참석했으며,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됐다. 면담 말미 이석행 위원장의 '민주노총 답방' 제의에 이수영 회장은 "시기를 봐 응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