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동안이나 투쟁해온 금속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가 지난 4월 26일 사측과 합의한 것과 관련, 일부 조합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가 열리던 지난 4월 26일 새벽, 하이닉스매그나칩 사태가 '잠정합의'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합의의 주요 내용은 △취업비용과 위로금을 포함한 32억 원 지급 △손해배상, 가압류, 고소고발 취하 등이었다. 이같은 내용에 반발하는 지회 조합원들은 다음날 즉시 "처절한 2년 반의 투쟁을 개 값으로 정리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고, 지회가 "이 성명서는 지회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해명하는 등의 해프닝도 있었다.
금속노조에 대한 비판, 하이닉스매그나칩지회에는 격려 쇄도
반대 입장을 낸 조합원들은 교섭에 들어간 남택규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에 대해 "독단적인 결정이었다"고 비판하는 한편, "이제 와서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우리의 투쟁을 포기할 수 없다"고 절규했다. 오랜 투쟁의 피로감으로 지회 내에서도 합의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각계의 비판 성명과 게시판 논쟁도 잇따랐다.
금속노조 비정규대표자회의는 4월 30일 낸 성명에서 "'이렇게 정리해서는 안된다'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호소한다"며 "지금 잠정합의안을 수용하는 것은 피로와 좌절에 지쳐 체념하고 마는 패배의 길이므로 잠정합의안은 폐기하고 정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에 대해서도 "중재가 아니라 투쟁을 조직하여 마지막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자본가들에게 가장 쉬운 돈으로 해결하는 것은 금속노조 자체의 운명을 돈에 맡기는 역사적 오명이 될 것"이라는 말로 투쟁을 호소했다.
또 한편, 조성웅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지회장과 권순만 지엠대우창원비정규직지회 지회장 등 비정규직 대표자 두 명은 30일부터 금속노조 위원장실 앞에서 하이닉스매그나칩 합의에 대한 항의 농성에 들어가 있다. 이들은 농성에 들어가며 밝힌 입장에서 "금속노조 중앙은 직권조인한 합의서가 '전체 조합원들의 뜻'이라며 책임을 지회 조합원 동지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면서 "고립되고 탈진한 동지들에게 합의서를 받아들이라 하는 것은 잔인한 폭력"이라 비판했다.
이들은 금속노조 집행부에게 △하이닉스매그나칩지회 조합원 총회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지 말 것 △금속노조 중앙은 빠르게 비상중집회의를 소집해 직권조인한 합의서를 폐기하고 하이닉스매그나칩 타격 투쟁 계획을 제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등 장기투쟁사업장들과 노동계 단체들도 잇단 성명서를 발표해 합의 철회와 금속노조의 투쟁을 촉구하는 한편, 하이닉스매그나칩지회 조합원들을 격려하고 나섰다.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고통당하고 있을 때, 가정이 깨져나가고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이 등돌리고 떠나갈 때 수도 없이 절망했겠지요. 바로 그 끔찍한 상황, 그것이 아직 투쟁하고 있는 장기투쟁사업장 조합원 모두가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후 안아올 승리는 하이닉스 동지들만의 것이 아닌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 모두의 투쟁이자 승리인 것입니다" -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3일 성명서 중
"여러분들의 마음 이해합니다. 저도 너무 힘들어서 투쟁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 회사와 용역, 경찰들과 싸우면서 내가 다치고 내 동료가 다치는 것 보고 하루종일 물대포 맞은 것 억울해서 포기 못합니다. 제가 여기서 포기하면 우리 후손들도 저와 똑같은 삶을 살 것이 뻔하기 때문에 포기 못합니다" - 기륭분회 한 조합원이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게시판에 올린 글 중
'직권조인' 논란과 합의안 가결
각계의 거센 반발이 이는 와중, 금속노조는 4월 30일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합의와 관련해 5월 2일 지회 총회를 거친 뒤, 이에 대한 세부 후속작업 혹은 평가작업을 중집과 중앙위를 거친다"고 결정해 사실상 지회 총회에 공을 넘겼고, 3일 지회 총회에서는 찬성 44명, 반대 28명으로 합의안이 가결됐다.
이 과정에서 지회 총회를 초조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목소리들이 빗발치고, 합의서 전문이 금속노조를 비롯한 여러 노동조합 자유게시판에 게재되면서 '잠정합의'가 아닌 '직권조인'이라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지회 총회가 끝난 직후에는 격분한 조합원 5명이 즉시 서울로 상경, 금속노조 사무실로 찾아가 항의하며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이례적으로 '하이닉스매그나칩비정규직지회 가합의에 대한 경과'를 공개하고 "더 이상 두고 보면 더 많은 오해를 살 것이기에 경과를 알리며, 불필요한 분란이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경과에 따르면 "도청과의 최종 합의가 남아있어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며, 합의서 서명은 지회가, 본조는 입회인 자격으로 서명한 것"이라 해명하고 있으며 "그동안 회사가 교섭 과정에서 말을 바꾼 경우가 많아 위로금 액수 자체를 내부적으로 공식화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노조깃발 내리고 위로금으로 정리' 선례 될까" 우려
2년 반이라는 투쟁 기간 동안 이루 말로 다하지 못할 만큼의 고통을 겪어 온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이번 위로금 합의를 가결시킨 데는 그간 누적된 피로와 생활고로 인해 지칠대로 지쳤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금속노조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투쟁 계획의 부재가 원인이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 4월 25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는 교섭요구안에 장기투쟁사업장 문제해결을 위한 조항을 넣자는 수정안이 부결됐다.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 지엠대우창원비정규직지회,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등 비정규직 노동조합들은 이날 대의원대회에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장투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 조직이 시급하다"고 호소했었다.
사정이 이러한데다, 금속노조 임원이 참석한 장기투쟁사업장 교섭 자리에서 '위로금 지급 합의'가 적극적으로 추진된 것에 대해 대다수 장투사업장 노동자들이 허탈해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합의는 조합원 총회를 통해 잠정합의서 수용 가부가 결정되기 이전에 이미 서명 날인됐다.
합의서에 명시된 재취업비용 8억 원 외에 조합원들에게 지급되는 위로금은 24억 원이다. 회사측이 노동자 탄압비용으로 지불한 것으로 알려진 용역경비업체 지급액만도 15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볼 때 어처구니없는 액수이기도 하지만, '위로금 지급'으로 2년 반의 모든 처절한 투쟁이 끝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15만 거대 산별노조 완성의 무게를 갖고 출범한 금속노조 5기 집행부는 벌써 대표적인 장기투쟁사업장 중 오리온전기지회와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를 '정리'했다. 오로지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적게는 1년, 길게는 6년을 투쟁하고 있는 금속노조 내 여러 비정규직과 장투사업장 노동자들은 '결국은 우리도 노조를 해산하고 돈 받고 정리하게 되는가'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완강하게 장시간 싸워 대표적인 장기투쟁으로서의 상징성을 지녔던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의 이번 사태에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투쟁의지에 큰 상처를 입고 절규하게 된 이유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