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계법이 아니라 자본보호법”

국제적 수준 미달 ‘노조법 시행령’ 입법예고에 노동계 강력 반발

“참여정부를 가장한 노무현 정권의 폭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이 오늘(11일) 입법예고 되자 노동계는 “노동권 박탈 음모 당장 중단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밝히고 있는 필수유지업무제도는 그 범위, 선정기준 등에 있어 노동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것 외에 어떠한 긍정적 의도도 발견할 수 없다”라고 우려하고, “합법의 굴레 안에서 파업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유지업무를 유지해야 하며, 해당사업장에 파업 중 대체근로가 허용될 뿐만 아니라 파업 경과에 따라 긴급조정 및 강제중재가 뒤따르게 된다”라며 “3,4중의 제약은 사실상 필수공익사업장에서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노동부의 입법예고안을 강력히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시행령 입법예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참세상 자료사진

이번 입법예고안으로 다수의 소속 지부의 파업권이 박탈될 위기에 놓인 공공노조도 성명을 내고 “필수유지업무제도 불복종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공공노조는 “정부는 직권중재제도를 국제규범에 부합하도록 폐지했다고 강조했지만,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쟁의행위 시에도 파업이 금지되는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도입하고 대체근로를 허용했다”라며 “여기에 긴급조정을 폐지하지 않고 그대로 존치시켜 파업을 파괴할 사후 제한장치를 그대로 남겼다”라고 입법예고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철도노조, “필수유지업무라는 말장난도 아닌 시행령으로 파업권 부정”

필수공익사업장에 포함되어 있는 철도노조도 긴급성명을 내고 “노동부의 입법예고는 참여정부를 가장한 노무현 정권의 폭거이며, 헌법을 부정하는 일이며, 노동관계법이 자본보호법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이번 입법예고안에서 철도 및 도시철도, 항공운수의 경우에는 운전, 관제, 전기, 신호, 통신, 차량정비(중장비 제외), 선로점검 및 보수 등이 포함되었다. 이는 철도 현업에서 운수분야를 제외한 전 직종을 필수유지업무로 규정한 것이라고 철도노조는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비교적 서비스의 대체성이 높고, 최소서비스 성격임을 감안 차량, 항공기의 운행과 안전업무 중심으로 제한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교통기관에 종사하는 노동자 가운데 안전업무와 연관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라며 “서비스 대체성이 높고 최소서비스 성격이라면서 파업권을 제한할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철도노조는 “차라리 파업을 하면 그냥 불법으로 규정하라”라며 “노동 3권을 인정하는 것처럼 기만하면서 속으로는 필수유지업무라는 말장난도 아닌 시행령으로 파업권을 부정하는 노무현 정권을 보며 그 교활함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ILO 권고도 무시한 노조법 시행령 입법예고

한편, 노동계는 이번 입법예고안이 국제적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노동권이 문제가 될 때마다 직권중재 폐지를 선진화의 척도로 내세운 바 있다. 노동부는 지난 달 12일, OECD가 ‘특별감시절차’를 종료하는 과정에서 “OECD가 제기한 쟁점들의 대부분을 해결했다”라며 그 중 하나로 ‘필수공익사업장의 직권중재제도 폐지’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법령을 통해 광범위하게 정의된 필수유지업무가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와 최소서비스를 구분하고 있는 ILO의 국제노동기준과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라며 “노동부는 모법을 통해 필수공익사업장을 최대범위로 설정한 데 이어, 시행령을 통해 정의된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를 대단히 광범위하게 설정해 사실상 헌행 법체계에서 필수서비스와 최소서비스의 구분은 소멸되고 있으며, 이는 노동기본권에 대한 중복적 규제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ILO는 작년 3월 권고에 이어 지난 달 14일 한국정부에 다시 권고를 하고 “파업권이 엄격한 의미에서 필수서비스에만 제한되도록 노조법 71조 2항 필수공익사업목록을 수정하라”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공노조는 “정부는 ILO 권고를 모두 무시했다”라며 “오히려 필수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 은행, 우정, 운송 등의 주요업무를 모두 포함시켜 ‘국제규범에 맞도록 법제도를 개정했다’는 주장이 무색해졌다”라고 지적하고, “한국정부는 국제적인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철도노조도 “직권중재 제도가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파업투쟁과 ILO 규약 등에 어긋나 지탄을 받게 되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노조법 개정안을 내게 된 것”이라며 “차라리 대통령 취임선서 때 ‘헌법 중 노동기본권은 철저히 부정할 것이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은 반드시 탄압하겠다’고 선서하는 것이 정직하지 않겠는가”라고 분노했다.

이런 노동계의 분노는 현재 이랜드 점거농성에서의 노동부의 태도와 금속노조 한미FTA 총파업에 대한 탄압 등과 만나 노정관계를 더욱더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시행령 제정을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을 촉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