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광주시청 비정규직에도 ‘재갈’

광주시의 가처분 신청 받아들여...어기면 50만 원씩

조합원들, 광주시청 주변 100m 출입도 못해

최근 노사분규에서 사측의 영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잇따라 인정하면서 가처분 신청이 새로운 노동탄압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8일 거리로 쫓겨난 이후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광주시청 청소용역 노동자들도 이제 광주시청 앞에 가지도 못하게 되었다. 광주지방법원이 광주시가 제기한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

광주시는 지난 6월 27일 “142만 광주시민이 출입하는 시청사에서 소복 착용 시위로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줄 뿐 아니라 고성능 확성기로 공무원들이 업무를 추진하는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라는 이유로 시청사 앞 및 공관 앞 200m 이내 장소에 해고된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출입과 시위행위를 금지하는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광주지방법원에 냈다.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7일, 이를 받아들여 조합원들이 광주시청사 주변 100m 이내에 장소 출입 및 시위 행위 금지, 확성기 80데시벨 이상 금지, 플랭카드 설치 금지, 피켓 시위 금지 등을 결정했다. 조합원들이 이를 어길 경우 박광태 광주시장에게 50만 원씩 낼 것도 결정했다.

  광주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6월, 광주에서 열린 세계여성포럼 기간에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소복투쟁을 진행한 바 있다. [출처: 공공노조]

먹을 물 뜨러간 것도 업무방해?

공공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시청분회 조합원들은 광주시가 용역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집단 해고되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광주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지난 3월 8일 알몸으로 거리로 쫓겨났다. 그녀들은 시청직원들에게 끌려나오기 직전 윗옷을 벗으며 강력히 저항한 바 있다.

그 이후 조합원들은 광주시청 앞에서 출근투쟁을 비롯 일인 시위 등의 항의행동을 해 왔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는 성명에서 “광주시는 절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공무원들의 불법 녹취에 항의한 것, 시장 출근 시 입구에 서서 피켓팅을 한 것, 청사 안에 식수 받으러 간 것 등 어떠한 법적 하자도 없고 업무방해를 한 적도 없는데 수 십 차례 고소고발을 남발했다”라고 그간 상황을 설명했다.

광주시가 지적한 ‘소복 착용 시위’는 지난 6월 말 광주에서 열린 세계여성포럼 기간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광주시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묵묵히 일해 온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억울한 사연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자기들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여 억지를 부리고 생떼를 쓰는” 행위라며 귀를 닫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공노조는 성명을 내고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용역업체를 바꾸더라도 기존에 일하던 노동자를 고용 승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그러나 광주시와 법원은 또 다시 비정규노동자의 생존권을 짓밟는 결정을 내렸다”라고 법원의 결정을 규탄했다.

이어 “광주시는 올해 새로운 용역업체와 시청사 청소관리 계약을 맺으면서 용역기간을 2년에서 1개월 모자란 23개월로 맺어, 비정규법에서 보장한 2년 이상 고용 시 정규직화 의무를 피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광주시는 비정규법이 가지고 있는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 시민 권리 축소 스스로 증명”

전욱 공공노조 광주전남지부 지부장은 광주시청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광주시청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라며 “지역 시민들이 시청 앞에서 잘못된 점의 시정을 요구하는 당연한 권리를 가로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냈으면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광주시청은 뭐가 자랑스러운지 반성은 못할망정 보도자료까지 직접 만들어 뿌렸다”라고 지적하고, “시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확장해야 할 본분을 망각한 광주시는 독재정권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광주시청이 스스로 시민들의 권리를 축소시키고 있음을 증명시켜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더욱 좋아지고 있다”라며 “이런 지역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