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협상 첫날 표정 '순풍'

EU, 자동차 비관세장벽 새로운 내용 제안

한EU FTA 연내 타결을 성급하게 확언 할 순 없지만, 새로운 내용들이 제안되며 협상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15일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4차 협상 첫날. 김한수 한국협상단 수석대표는 이날 저녁 기자 브리핑을 갖고 "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 페이스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불만의 정도는 EU 측이 심한 거 같다"고 말하며, 연내 타결 가능성에 대해 "굉장히 어려운 과제이나 전혀 불가능하다고 말하진 않겠다"며 첫날의 분위기를 전했다.

전체회의에 참석한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측 수석대표는 EU의 시장이 미국 시장보다 더 크다는 것 강조하며, 한미FTA와 한EU FTA가 비교 가능해야 할 것이라는 기본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EU FTA의 기준선이 되고 있는 한미FTA가 의회에서 잠들어 버리고, 대선정국에 모든 것이 멈춘 한국의 상황 속에서도 협상은 차수를 더하고 있다.

전체 회의 진행.. 서로간의 입장 확인

4차 협상은 상품협상의 수산물 부분의 협상을 오전에 진행했고, 오후에는 공산품을 산업 분류로 나눠 기술적 협의를 진행했다. 서비스 및 투자, 통관 및 원산지 분야 협상도 오늘 진행됐다. 또한 양측 협상단은 전체 회의를 진행하고, 양측의 협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상품협상의 수산물 부문 협상에 대해 김한수 수석대표는 "우리가 만든 양허안 중 한미FTA 비해서 EU를 불리하게 취급한 품목 중, EU가 제시한 26개 품목에 대해 우리 측의 설명과 EU측의 반응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석대표는 "대체로 미국으로 부터 수입이 거의 없고, EU로부터 수입이 있는 품목 중에서, EU가 불리하게 취급된 것 그리고 국내 영세한 양식업자들의 양식어종 등에 대해서 EU 측이 특별한 언급 없었다"고 말했다.

상품양허 부분 협상에서 EU 측은 자기안과 상대안을 비교해 틀린 부분이 나오면 상대방에게 해당 부분 수정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듣는 '주고 받기'식 협상, 이른바 '리퀘스트 앤드 오퍼(Request & Offer)' 방식의 협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체 회의에서는 EU의 입장을 고려, 한미FTA 결과를 기준으로 해서 내용을 검토하는 기술협의를 진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이해를 모았다.

리퀘스트 앤드 오퍼(Request & Offer)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할 경우,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소요돼 연내 타결이 불가능해 질 것이라는 판단과 EU의 의사결정 구조를 고려 해 양측은 '기술협의'로 가닥을 잡게 된 것이다.

EU, 자동차 비관세 장벽 관련 새로운 제안

EU 측은 자동차 비관세 장벽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을 제안해, 한국 협상단이 내용 검토에 들어갔다.

EU 측은 자동차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당초 유럽식 기술표준 102개 항목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던 것을 철회하고, 유엔 국제기준에 부합되는 것만이라도 인정해줄 것을 제안했다. EU측이 제시한 새로운 내용은 한국의 독자적인 제도는 기존대로 인정하되, 국제적 기준에 맞춘 EU상품들이 한국 시장에서 들어올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 제안의 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투자 협상은 EU측의 안을 기반으로 단일 통합협정문을 만들었다. 협상단은 "서비스 공급 분야 별로, 거래 방식별로 규정을 정하는 것으로, 어떤 방식으로 규정할 것인가를 받아 들였다는 것이지 (법률, 회계 등) 양허안을 수용했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전기 기기 부분의 경우 소형 가전 제품, 의료 장비 등 미국보다 EU가 불리하게 돼 있지만, EU 측이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컬러TV 등에 대해 개선할 수 있다면 "우리(한국)도 개선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이 오고갔고, EU측은 내일(16일) 회의에서 다른 부분과 엮어서 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3차 협상에서 한국 협상단은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의 비자 문제를 구두로 제시한 바 있었다. EU 측이 이와 관련해 독일로 부터 서면 답변이 있었다며, 일부 제도가 개선됐고 개선될 예정이라고 구두로 답했으나 문서로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

통관 절차 부분은 남아 있는 이슈가 많지 않다. EU 측이 융통성을 보이기 힘들다는 답이 있었으나 김한수 수석대표는 "이슈 자체들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일까지 좀 더 협상을 진행하면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지, 우리가 받아도 문제가 없는지 따져 가며 협상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관절차에서 현재 합의된 것은 원산지 발급 제를 자율증명과 기관증명을 둘다 인정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있다. 한국의 경우 상대국의 상황에 따라 두 개를 다 쓰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자율증명'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EU 측의 경우 등록된 업자들의 경우 자율증명(발급제)이지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 기관증명을 하고 있다.

통관 협상에서 남은 이견의 예로는 김한수 수석대표는 "EU측은 원산지 증명을 20여 개국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어느 것이든 하나를 쓰면 발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의 경우 영어로 반드시 오든지, 20여개 국가의 언어로 온다면 반드시 한국어 번역본이 붙어야 한다는 것 등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협상 둘째 날인 16일에는 상품양허, 서비스/설립, 통신, 원산지의 분과별 협상이 진행되고 오후에는 EU가 새롭게 제시한 지리적 표시 보호를 포함해 지재권 협상도 시작된다.

한편, 한EU FTA 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오후 2시 경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신라호텔 앞에서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