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4차 협상 마무리

[정리] 5차 협상 11/19 부터 브뤼셀에서 .. 6차 협상 미확정

15일부터 19일간 서울에서 진행 된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4차 협상이 마무리 됐다. 19일 양국 수석대표는 기자 브리핑을 갖고 협상 진행 경과를 보고했다.

김한수 한국 협상단 수석대표는 "협상 기간 동안 분과별로 늦은 시간까지 협상을 진행했다"라고 분위기를 전하며 "당장은 내세울 성과가 많지 않으나 앞으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서로의 인식차이들을 확인했고, 어떤 방법으로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된 협상"이라고 총평했다.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측 수석대표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 서비스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있어야 연내 타결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으며 한국 측에 과감한 양보를 촉구했다. 사실상 금번 협상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요지이다.

미국 보다 더 큰 경제규모를 가진 유럽연합(EU)과 진행되고 있는 한EU FTA. 중요성에 비해, 대선에 따른 언론의 독식, 사회운동 지형 속에서 오히려 내용과 쟁점들이 드러나지도 못하고 사장된 가운데 협상의 차수만 더하고 있다. '연내 타결'이라는 무모한 목표 아래, 한미FTA 타결에 이은 성과주의와 맞물려 한EU FTA 협상이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 된다.

'기술협의'라는 탐색전을 벌인 상품 협상, 딜브레이커로 등장한 자동차 비관세 부분, 그 외 드러나지 않는 부분들들과 더불어 이번에 진행되지 않은 협상 분과 까지 총괄해서 진행될 5차 협상은 '차기 협상'의 의미를 넘어 사실상 한EU FTA 협상의 본질을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5차 협상은 11월 19(월)일부터 23(금)일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EU FTA 4차 협상이 진행된 신라호텔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농민의 모습.
상품 협상 기술 협의 진행.. 새로운 양허안 내용이 쟁점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상품양허와 관련해 한미 FTA 최종양허안과 비교하여 불리하게 대우한 사유, 민감성 및 향후 양허안 개선가능성 등을 설명하는 기술적 협의를 진행했다. 기준은 한미FTA 협상 결과이다.

우리 측은 산자부, 농림부, 해수부, 복지부 등 관계부터의 품목별 담당 과장급이 협상에 참석, 세부 산업별 민감성을 설명하고 EU측에 대해서도 자동차, 철강 등 관심품목의 양허개선을 요구 했다.

가르시아 베르세로 수석대표는 '추가적인 기술 협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제 개별 상품에 대한 본격적인 양허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협상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EU측이 과감한 양허안을 내 놓았듯이 한국도 이를 반영해 새로운 양허 안을 내놓아야 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는 압력인 셈이다.

이번 4차 협상을 시작하며, 김한수 수석대표는 '상품 관세 양허안(개방안)' 협상이 풀려야 다른 협상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협상을 마무리 하며 "(상대방이 움직이기 어렵다면) 우리 측에서 실마리를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협상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한국 협상단이 수정 양허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김한수 수석대표는 "5차 협상이 그런 식(새 양허안이 제출되는 방식)으로 전개되지 않는다면 연내 타결은 물론 수년에 걸쳐 협상을 허더라도 타결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상 개시 당시, 협상 예정 기간에 대해 EU 측은 2년, 한국 협상단은 '연내 타결'의 목표를 제시했다. 관련해 가르시아 베르세로 수석대표는 'EU가 관심이 있는 부분과 한국 측의 민감한 부분에 대해 EU측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며 'EU측도 개선된 양허안을 내놓을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협상의 돌파구가 필요한 측은 사실상 한국 협상단일 수밖에 없다. 결국 5차 협상이 연내 타결의 가늠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 협상단이 제시할 수정 양허안의 내용과 수준 그리고 엮이게 될 다른 협상 내용들이 관건인 상황이다.

자동차 비관세 부분.. 딜브레이커로 등장

4차 협상에서도 자동차 비관세 부분이 재정이 됐다. 김한수 수석대표는 "비관세 장벽인 자동차 표준 문제와 관련해서는 상호 인식차가 큰 것을 재확인했다"며, "타결 방법이 아직 제대로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묘안이 나와야 전체 협상 타결에 묘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한다"고 밝혔다.

가르시아 베르세로 수석대표는 'EU 측에서는 예외 없이 자동차 부문의 모든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FTA 타결 위해서는 자동차 비관세 장벽이 해결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하며 '자동차의 관세, 비관세 모두 FTA 타결의 중요한 요소다'라며 자동차 비관세 장벽 철폐 없이는 한EU FTA가 불가능하다는 강수를 뒀다.

EU 측은 자동차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당초 유럽식 기술표준 102개 항목을 수용 하라는 애초의 입장을 철회하고,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 ECE) 기준에 부합되는 것만이라도 인정해줄 것을 이번 협상에서 새롭게 제안했다. EU측은 한국의 독자적인 제도는 기존대로 인정하되, UN ECE 기준에 맞춘 EU의 상품들이 한국 시장에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 제안의 골자로 알려졌다.

김한수 수석대표는 "한국의 경우 국제기준, 한국의 독자기준, 미국식 기준 등이 혼용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UN ECE기준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임을 재차 확인하며,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EU측은 비관세 분야의 통상 이슈를 이번 FTA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요하게 자동차 UN ECE(유엔유럽경제위원회) 규정 도입여부, 전기전자의 공급자 자기적합성 선언(SDoC) 도입문제 관철을 요구하고 있다. EU측의 입장이 강경한 상황에서 한국 협상단 또한 '자동차' 부분에서는 뒤로 물러 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 비관세 협상 내용이 사실상의 '딜브레이커'로 등장한 셈이다.

연내 타결 관건이 아니다.. 한EU FTA, 한미FTA에 이은 성과주의로 점철되나

김한수 수석대표는 "원산지-통관, 서비스-투자, 지재권 분야의 협정문 협상에서는 일부 쟁점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투자분과에서는 우리 측이 EU측 협정문 체계를 수용했고, 원산지-통관분야에서는 양측이 원산지 증명방식에 합의했다.

지재권 분야에서는 △지리적 표시 △의약품 자료독점 △공연보상청구권 △지재권 집행범위가 핵심쟁점이라는 점에 양측의 공감대를 이뤘으며, 여타 잔여쟁점은 상호 유연성을 발휘하여 가능한 조기에 합의를 도출키로 합의 했다고 밝혔다.

관련해, 가르시아 베르세로 수석대표는 지적재산권 협상 결과와 관련해 '관심도 많고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했다.

김한수 수석대표는 "지리적 표시제는 EU가 제시한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한 정도이고, 공연보상청구권 등은 여전히 남아있는 쟁점"이라고 설명하며, "다만 쟁점들이 어떤 것인지 명백해 졌다는 것을 진전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과연 협상의 '진전' 정도를 '차이점을 확인한 정도'의 수준으로 보고 있는지는 좀더 협상을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EU 측은 지난 3차 협상에서 자신들이 요구한 추급권(미술품 원작이 재매매될 때 매도인 등에게 매도차익 중 일정액의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원작자의 권리, 한국의 저작권법에는 없는 제도)과 디자인 보호기간 연장 안이 철회된 점을 협상 성과로 발표했다. 당시 지적재산권대책위는 협상 결과는 놓고 "EU측이 추급권 도입 요구와 디자인 보호기간 연장 요구를 아무런 대가없이 철회하였을 리 만무한데, 정부는 EU가 그 대가로 무엇을 챙겼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라고 연계된 협상 결과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매번 브리핑에서는 "연내 타결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김한수 수석대표의 답변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이나 전혀 불가능하다고 말하진 않겠다"라며 노력 여하에 따라 연내 타결도 가능하다는 쪽에 무게가 실었다. 19일 가르시아 베르세로 수석대표는 '연내 타결이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다'라며 불가능하지 않지만 형식적으로는 어렵다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가르시아 베르세로 수석대표는 "관세, 비관세, 서비스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있어야 연내 타결이 가능하다", 김한수 수석대표는 "우리 측도 반덤핑 부분, 쌀-고추-마늘-양파와 같은 민감 농산물과 몇 개의 수산물, 개성공단이 해결되지 않으면 EU와의 FTA는 없다"며 응수했다.

아울러 내달 열릴 5차 협상과 관련해 김한수 수석대표는 "모든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다는 목표로 임할 생각"이라며 "특히 상품관세와 자동차의 비관세장벽 부분에 큰 진전이 있어야만 전체적인 협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또한 "EU 측에서는 2008년 1월 초에 6차 협상을 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아직은 불투명하다"며 5차 협상의 중요성에 무게를 뒀다.

  한EU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19일 오전 신라호텔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한EU FTA 협상은 무효다!

한EU FTA 협상을 반대하는 노동사회단체들은 19일 신라호텔 앞에서 "불평등-불공정을 양산하는 한EU FTA 협상은 무효"임을 주장했다.

이들은 "양허안과 비관세 장벽에 대한 공방 이전에 (이번)협상에서 쌍방이 동일한 출발선에 서서 협상을 하고 있는지, 즉 협상 쌍방이 이야기하는 공정한 경쟁의 시스템 아래 진행되고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유럽연합은 공동농업정책을 통해서 막대한 농업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또한 과잉농산물의 처리를 위해 수출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농산물에 대해 관세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고 불공정한 것이라는 논거이다.

이들은 "민주주의와 사회 공공성을 훼손하면서도 소수의 재벌만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한EU FTA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