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폐기된 ‘직권중재’ 또 들고 나와

철도노조 쟁의행위 가결, 파업일정 잡히기도 전 직권중재 회부

정부도 폐기했다고 자랑한 ‘직권중재’, 중노위가 부활시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53.29%의 조합원이 찬성(투표율 94.18%)해 가결시켰다.

철도노조의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화물연대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철도노조는 지난 20일, 화물연대와 함께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고 오는 11월 중순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그러나 파업일정이 구체적으로 잡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31일, 조정만료 선언과 동시에 ‘직권중재’를 결정해 철도노조의 쟁의행위는 난관에 빠졌다.

특히 지난 해 정부도 노사관계선진화방안을 제시하면서 선진화의 핵심으로 ‘직권중재 폐지’를 내세우는 등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가운데 중노위가 파업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철도노조의 쟁의행위를 ‘직권중재’로 제동을 걸어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직권중재는 내년 1월 1일부로 폐기될 예정이다.

직권중재는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어 있는 공공부문 사업장에 중노위가 강제조정을 실시하는 것으로, 직권중재에 회부되면 15일 동안 파업이 금지되며, 중노위의 중재안을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 이에 직권중재는 그간 노사중재가 아닌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파업을 ‘불법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또한 직권중재는 이에 기댄 사측의 교섭 해태를 유발하고, 직권중재로 노조의 파업이 불법화 되면 이후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노조를 탄압하는 행태를 불러오는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지난 6월 OECD가 10년 동안 한국정부에 해왔던 노동법 및 노사관계 개혁에 관한 ‘특별감시절차’를 종료하면서 노동부는 “그간 OECD가 제기한 쟁점들의 대부분을 해결했다”라며 대표적인 예로 ‘필수공익사업장의 직권중재제도 폐지’를 내세우기도 했다.

“정부 스스로 폐기한 악법 중 악법, 중노위가 무덤에서 끄집어내”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중노위는 파업 일정조차 확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시켜 원천적으로 철도노조에 대한 단체행동권을 봉쇄했다”라며 “또 다시 직권중재의 칼날로 불법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중노위의 결정을 강력히 비난했다.

철도노조의 상급단체인 공공운수연맹도 성명을 내고 “직권중재는 이미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철저히 파괴하는 것으로 정부 스스로 폐기한 악법 중 악법”이라며 “중노위가 이미 역사의 무덤으로 사라진 직권중재를 무덤에서 끄집어내 철도노동자의 노동3권을 짓밟았다”라고 비판했다.

이원보 위원장 취임 이후 거꾸로 가는 중노위

한편, 친 노동계 인사인 이원보 씨가 중노위 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발생한 일이라 노동계의 분노는 더 높다.

공공운수연맹은 “현 중노위 수장인 이원보 위원장 역시 수차례 칼럼과 인터뷰 등을 통해 직권중재가 폐지되어야 할 악법이며 이 직권중재를 빌미로 노동자를 탄압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라며 “그럼에도 중노위가 이미 시체가 되어버린 직권중재를 살려낸 것은 오로지 철도노조와 화물연대의 공동투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노위는 친 노동계 인사인 이원보 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코스콤 비정규직 관련 사용자성 인정하지 않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성희롱 가해자 해고 사건에 대해 지노위의 판결을 뒤집고 원직복직 판결을 내리는 등 여전히 노동계와 정 반대되는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