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로드맵, 어떻게 논의되어 왔나

노동기본권 박탈, 야합 그리고 강행

노사관계로드맵, 집단적 노사관계 파괴

지난 11월 30일 통과된 비정규 관련 법안이 노동자 개인의 노동기본권을 파괴하는 것이었다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사관계선진화방안(노사관계로드맵)은 집단적 노사관계를 파괴함으로서 전체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파괴하는 것이다.

노사관계로드맵은 노동부가 지난 2003년 9월 4일 발표한 것으로 지난 9월 11일 한국노총과 경총, 노동부가 전임자임금지급 금지 유예와 복수노조 허용 3년 유예를 전격 합의하면서 9월 14일 입법예고 되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박탈하고 있는 필수공익사업장 확대에 대해 항의하며 보건의료노조 간부들은 집단 삭발을 하기도 했다./참세상 자료사진

이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필수공익사업장 확대 △대체근로 전면 허용 △정리해고 시 노동자 대표와의 협의기간 단축 △부당해고 처벌 규정 삭제 △복수노조 금지 3년 연장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핵심 내용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이는 노동자에게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기본적 권리인 파업의 권리를 원천 봉쇄하고, 사용자에게는 정리해고, 부당해고 등을 남발하고 파업을 무력화할 수 있는 수단을 안겨주는 등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의 개정이다. 이런 이유로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노동사회단체들이 노사관계로드맵의 국회통과를 결사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요구안 묵살되고, 한국노총은 경총과 야합하고

민주노총은 그간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가해 △공무원, 교수, 교사의 노동3권 보장 △비정규 노동자 노동3권 보장 △산별 교섭 보장과 산별협약의 제도화 △복수 노조 하 자율교섭 보장 △직권중재 조항 폐지와 긴급조정제도 요건 강화 △손배가압류 및 업무방해죄 적용 금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 폐지 △고용안정 보장 등 8대 요구를 제시하며 논의를 진행해 왔으나 이는 묵살되었다.

  한국노총의 911야합을 규탄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한국노총에서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참세상 자료사진

지난 9월 10일,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는 노사관계로드맵 전체 논의과제 40여 개 중 23개에 대해 합의를 이루기도 했다. 이에 남은 17개 조항에 대해 노사정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으나,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미국 의회 면담 투쟁을 벌이기 위해 자리를 비운 9월 11일, 한국노총과 경총, 노동부는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3년 유예와 복수노조 금지 3년 유예를 전격 맞교환 하면서 합의를 이루게 된 것이다.

노동부는 이에 9월 14일, 이를 전격 입법 예고했다.

이 때부터 민주노총은 9월 11일 합의를 야합으로 규정하고 한국노총과의 더 이상의 공조를 하지 않음을 결정하고 투쟁에 돌입한다.

한국노총은 합의한 노사관계로드맵을 통과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에 한국노총은 지난 5일 한나라당과의 정책간담회에서 노사관계로드맵의 연내 처리를 합의하기에 이른다.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 터져 나와

그러나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이번 노사관계로드맵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6일, 공동성명을 내고 “필수공익사업장 파업권 원천봉쇄하는 노사관계선진화 입법 강행처리 절대 안 된다”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모은 것이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와 국회가 진정으로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원한다면 필수공익사업장 파업권 보장 등 최소한의 개악 없는 입법화가 추진되어야 한다”라며 “17대 국회가 역사적으로 1500만 노동자의 단결권을 유예하고 필수공익사업장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노동악법을 만든 국회라는 오점을 남기지 않고 국제기준에 따라 직권중재 악법을 철폐하고 진정한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을 입법화한 자랑스런 국회로 기록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8일 7시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장 직권상정까지 고려하며 강행처리를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