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정면충돌 사고, 철도노조 “1인 승무가 원인”

심야에 8시간 동안 혼자 일해, “노동조건 방치한 철도공사 책임”

4일 부산역, KTX 정면충돌

4일 아침 6시 28분 경, 부산역 구내 출발 대기선에서 서울로 출발하려던 KTX 110호 열차가 다음 출발을 위해 구내로 들어오던 KTX 112호 열차와 정면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0호 열차에는 500여 명의 승객이 타고 있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으며, 사고 원인은 112호 열차 기관사 김 모 씨의 졸음운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부산경찰서는 업무상과실 혐의로 해당 기관사를 불구속 입건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1인 승무와 휴식 없는 심야노동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철도공사는 지난 1일, 철도노조가 신형 전기기관차에 1인 승무를 반대하자 “지난 74년부터 전동차를 시작으로 최근 개통한 KTX까지도 기관사 1인 승무를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에 따른 안전사고는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자화자찬 한 바 있다.

“실수로 저질러도 안전한 열차제어시스템 없으면 1인 승무 위험”

철도노조에 따르면 112호 열차를 운전한 기관사는 3일 오후 9시 41분에 출근해 8시간을 꼬박 일한 상태였고, 그것도 심야시간대(근로기준법 상 심야근로시간 22:00~06:00)에 무려 7시간을 홀로 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기관사는 집중력이 극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자동제어장치가 있긴 하지만 이도 기관사의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무력화된다. 자동제어장치는 기관사가 15초~20초 간격으로 건드려 주게 되어 있으며 이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으면 열차를 정지시키는 장치이다. 이에 기관사들은 자동 반사 식으로 이를 건드려 주며, 가수면 상태에서도 이 행동은 계속 진행된다. 사고를 낸 기관사도 “잠결에 껐다”라고 진술했다.

“사고 책임은 철도공사에”

이에 대해 정창식 철도노조 운전국장은 “완전한 장치라면 무의식 상태에서 이를 무력화 시킬 수 없어야 한다”라며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에서는 2001년 보고서에서 기관사가 ‘실수를 저질러도 안전한’ 열차제어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1인 승무는 위험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라고 이번 사건의 원인이 “불안전한 시설과 노동조건을 방치한 철도공사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어 정착식 운전국장은 “노동조건과 1인 승무라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데 사고만 나면 무조건 기관사에게 업무과실로 모든 책임을 떠 넘겨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또한 KTX 기관사들은 노동조건 상 일상적인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KTX 기장들의 1인 승무에 따른 과도한 집무 스트레스와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 여러 차례 우려되는 점을 공사에 전달한 바 있다”라며 “지난 3년 간 실시된 KTX기장들의 건강검진결과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질병건수가 04년에는 6명, 05년에는 12명, 06년에는 59명으로 기하급수적 증가를 나타내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