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정동영 후보 사퇴하라”

단일화 여지 열어놔...‘협상 주도권’ 수싸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20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 대해 “참여정부와 여당의 실정에 대한 사과와 함께 후보를 사퇴하라”고 공식 요청했다.

문국현 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동영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대해 이같이 밝히며 “스스로 더 이상 희망을 줄 수 없는 무능한 정치세력임을 인정하고, 부패와 무능을 넘는 대한민국 재창조의 기치 아래 거듭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동영 후보가 사퇴 요청에 동의하기 힘들다면 공개토론회를 같이 하자”고 제안하며 “토론회 자리에서 참여정부와 신당의 공과를 가리고, 정 후보 사퇴의 정당성에 대해 논의한다면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도 토론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문국현 후보는 “지난 4년간 열린우리당과 신당은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채 자리다툼과 세불리기에 몰두해왔다”면서, “대선이 한달 남은 시점까지 원칙도 가치도 없는 지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합당을 추진하다가 다시 다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과정을 비난했다.

문국현 후보는 “국민이 참여정부와 여당에 분노하고 외면한 결과로 ‘부패경제 과거세력’을 선택했다”고 이명박 후보의 독주 현상을 개탄하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더 옳으니 살아남아야 한다’며 합치고 보자는 주장은 오만한 것이며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단일화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문국현 후보는 “단일화를 할 수가 없다”고 다소 격앙된 어조로 이야기하며 “실정 세력과 단일화를 원하는 국민이 몇 사람이냐 되겠냐. 정 후보의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날 문국현 후보의 발언은 단일화 ‘협상 결렬’ 선언이라기보다 협상에서의 주도권을 틀어쥐기 위한 수싸움의 성격이 짙다. 총선 독자세력 진출을 목표로 하는 문국현 후보 측이 정동영 후보보다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범여권 단일화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배수진이다.

장유식 대변인은 “단일화 논의 여지는 열어둔 상태”라며 “정치권과 재야 세력의 후보단일화 주장이 사실상 문국현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인데 ‘25일 후보등록 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정범구 선거대책본부장은 “정 후보 측이 재야 세력과 학자들까지 동원해 단일화 압력을 넣는 데 대해 우리가 단일화 방식을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