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시청 비정규직 다룬 공연까지 막아

광주시는 지원금 환수, 518기념문화센터는 대관 취소 “공연 강행”

광주시 공연 이틀 앞두고 돌연 지원금 환수에, 공연장 취소까지

광주시청 청소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가 이를 소재로 삼은 공연까지 막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참세상 자료사진

마당극 전문연희단체인 놀이패 ‘신명’의 공연은 오늘(23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공연을 이틀 앞둔 21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공연장 사용허가 취소 통지를 한 것. 518기념문화센터는 “신청당시 공연내용과 실제공연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공연장 사용허가 취소는 광주시에서 신명에게 지원한 ‘무대공연작품제작지원보조금’ 1500만 원을 환수하라는 연락이 온 직후 이뤄진 것이었다.

이에 대해 ‘신명’은 “사용허가 취소의 진짜 이유는 작품 내용이었다”라며 “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괘씸죄가 적용되어 공연장의 사용허가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명’은 “이 웃지 못 할 일이 대한민국, 그것도 문화수도를 하겠다는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벌어진 일이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허탈해 했다.

광주시청 비정규직 문제 다뤘다고...“5공, 6공 때도 없던 일”

  놀이패 신명은 오늘 오후 7시 공연을 그대로 진행한다. [출처: 놀이패 신명]

‘신명’에 따르면 공연내용은 처음 광주시와 518기념문화센터에 제시했던 ‘도깨비굿’ 그대로다. 서민들의 한을 푼다는 의미에서 도깨비굿의 모티브를 가지고 온 이번 공연은 본래 주택문제를 다루려고 했으나, 마당굿의 특징인 현장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 광주에서 가장 어렵게 싸움 중인 광주시청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의 얘기를 그녀들의 입장에서 다루겠다는 것뿐이었다.

김주미 ‘신명’ 기획차장은 “대관 불허 판정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그 사람들은 차라리 FTA 반대 같은 일반적인 것을 하라고, 비정규직도 많은데 왜 꼭 광주시청 청소 비정규직 노동자로 해야 하는가 라고 했다”라며 “이는 명확히 공연내용에 대한 검열이다”라고 전했다. 심지어 518기념문화센터 측에서는 대본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명’은 어떻게라도 공연을 하기 위해 대본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공연장 측은 대관을 불허한 것이다.

결국 그 많은 비정규직 중 ‘광주시청 청소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광주시는 지원금을 환수하고, 518기념문화센터는 대관을 취소한 것이다.

‘신명’은 성명서에서도 “서슬 퍼렇던 5공, 6공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고 공연예술을 탄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오늘 오후 7시 518기념문화제단에서 공연 그대로...노동자들도 집단관람

‘신명’은 광주시와 518기념문화센터의 방해에도 공연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김주미 기획차장은 “공연장 측에 대관을 불허한다면 주차장에서라도 공연을 하겠다고 했으나 이도 허가하지 않았다”라며 “우리는 이 사태를 공연을 통해 알려낼 것이며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고 공연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연은 오늘 오후 7시에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신명’은 “광주를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끼며 활동해 온 광대들의 소중한 꿈을 짓밟는 야만적 행동은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라며 “사용허가 취소가 철회되지 않는다면 전국의 모든 문화예술인과 함께 연대해 예술탄압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광주시에 경고했다.

이에 지역노동사회단체들의 집단관람도 있을 예정이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성명을 통해 “우리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소외받는 비정규직 문제를 극으로 승화시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호소하는 것은 예술의 자유이기 이전에 처절한 저항의 몸짓”이라며 “5월 광주정신을 드높여야 할, 518기념문화센터가 공연내용이 광주시청과 연관되어 있다고 대관과 지원을 취소하다니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고 지적하고, “놀이패 신명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예정대로 23일 오후 7시 공연에 많은 노동자들이 집단 관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 교섭기간 설정했음에도 광주시 태도변화 없어

한편, 전국체전을 앞두고 광주시와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지난 10월 31일까지를 ‘평화 교섭기간’으로 설정하고 광주시청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광주시가 이전과 변화된 안을 가지고 나오지 않아 31일까지의 교섭은 결렬되었으며, 이후 논의는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김현석 민주노총 광주본부 사무처장은 “광주시에서 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직복직 요구 전체를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이라 이에 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수용불가 입장을 냈고, 이에 투쟁계획을 세우고 있다”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교섭결렬의 책임은 전적으로 아무런 안을 내놓지 않는 광주시가 져야 할 것”이라고 광주시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