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명박 칠 수 없으니 협조하라' 했다"

검찰 BBK 수사결과 뒤집는 김경준 증언 잇따라

'BBK 의혹 사건' 관련해 검찰이 발표한 내용을 반박하는 김경준 씨 측의 증언이 잇따라 전해지며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김경준 씨의 법률대리인이었던 오재원 변호사는 6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BBK와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단서로 거론된 '한글 이면계약서'에 대해 "김경준 씨는 한글이면계약서를 직접 작성했고, 도장은 이명박 회장에게 직접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변호사는 6일 오전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경준 씨는 검찰이 기소한 특정경제가중처벌상 횡령과 증권거래법위반, 사문서위조 혐의 모두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검찰은 어제(5일)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한글 이면계약서' 진위 여부와 관련해 △작성일자에 대한 김경준 씨의 진술 번복 △잉크젯프린터로 이면계약서 인쇄 △허술한 계약서 양식 등을 근거로 '위조'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50억 원 대의 주식을 매매하는 중요한 계약서에 이 후보의 서명이 없고 관인도 없는 등 형식면에서 매우 허술하다"며 "2000년 9월 이후 김경준이 회사업무용으로 보관하여 사용한 도장과 같고, 이면계약서는 잉크젯으로 인쇄됐는데 BBK 사무실에서는 레이저프린터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경준 측 변호인 "BBK 사무실에는 잉크젯프린터도 존재"

이에 대해 오 변호사는 김경준 씨의 진술을 인용해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오 변호사는 우선 검찰이 이면계약서 '위조' 근거로 "잉크젯프린터로 인쇄됐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BBK 사무실에는 프린터가 3대 있었고, 그 중 하나가 컬러잉크젯 프린터였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사무실에 레이저프린터 밖에 없었다고 판단한 근거는 참고인 조사일텐데, 잉크젯프린터 카트리지를 구입한 사실이 있다"며 "조사를 하면 구매 영수증 등 관련 기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 변호사는 이면계약서에 찍힌 이명박 후보의 도장에 대해서도 "김경준 씨가 이명박 회장에게 직접 날인 받았다"고 전했다.

"이면계약서 실 작성일 2001년 3월로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이 '김 씨가 당초 진술과 다르게 이면계약서에 기재된 작성일자보다 1년여 뒤인 2001년 3월경 작성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며 '위조' 근거를 제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2001년 3월경이라고 진술한 게 맞다"면서도 "실제 작성일자가 이면계약서에 게재된 것과 다르다는 것이 해당 문건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주식매매계약서'라는 제목의 한글 이면계약서에는 작성일자가 2000년 2월 21일로 명시되어 있고, 첫 장에는 이 후보와 김 씨의 도장이 찍혀있다.

오 변호사는 "도장 진위 여부가 계약서에 써있는 2000년 2월 21일을 기준으로 거론되었기 때문에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며 "김경준 씨가 진술한 실제 작성시기가 2001년 3월경이기 때문에, 사용된 도장이 2000년 9월 이후 사용된 회사도장과 일치하는 게 오히려 맞는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이면계약서에 찍힌 김 씨의 도장이 기재된 작성일자(2000년 2월 21일) 이후인, 2000년 9월 이후 김경준이 회사업무용으로 보관하여 사용한 도장"이라는 검찰의 근거 제시는 이면계약서 위조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게 오 변호사의 주장의 요지다.

신당, "금감원 조사에서 이명박 살리려고, 작성일자 2000년으로 기재"

오 변호사는 이면계약서 실제 작성일과 계약서에 기재된 작성일자가 다른 이유에 대해서도 "BBK가 금감원 조사를 받아 문제가 생기자 김경준 씨가 이 후보를 대신해 책임지기로 하고 작성되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경준 씨를 면담한 임내현 부정선거감시본부장, 정성호 원내법률부대표 등 신당 의원들도 오 변호사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김 씨의 발언 내용을 전했다.

이면계약서 작성시기와 관련해 정성호 의원은 "이 후보가 떠들고 다녀서 문제가 생겼고, 금감원에서 조사를 나왔다"며 "이 후보가 나(김경준)에게 다 뒤집어쓰면 회사를 살릴 수 있다고 했고, 내 지분도 있어 확인하기 위해 2000년으로 작성일자를 적었고, 이 후보가 직접 도장을 찍었다"는 김 씨의 증언을 전했다.

신당 의원들과 오 변호사가 전한 김 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2001년 3월 BBK에 대한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자 이 후보가 BBK와 관련됐다는 증거를 덮기 위해 뒤늦게 이면계약서가 작성됐다는 얘기다.

김경준 측 변호인 "변호인 입회 없고, 녹음 녹화 안 된 경우 있다"

또 신당 측과 오 변호사는 한 시사주간지 보도로 제기되고 있는 '형량 거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 전 과정에 변호사가 입회했고, 녹음과 녹화가 이뤄졌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오 변호사는 "24시간 조사 과정 내내 변호인이 입회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사 과정 중에 녹음 녹화를 한 것도 있고, 안 한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률 신당 의원도 "변호인 교체 과정에서 11월 19일부터 21일 오후까지 최소한 이틀 동안 변호인 입회가 없었다"며 "모든 과정이 녹화되었다고 했는데 검사실은 녹화시설이 없고, 상당부분 검사실에서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김경준, "검찰, '이명박 칠 수 없으니 다 네가 했다고 해라'" 재차 주장

특히 김경준 씨를 면담한 정성호 의원에 따르면 김 씨는 '형량 거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우리가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데 이명박을 칠 수가 없다. 검찰도 살고, 너도 살 수 있는 방법은 다 네가 했다고 하라'고 회유했다"고 재차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김경준 씨는 미국의 제도에 익숙한 사람이다보니, 검찰의 회유에 '그럼 계약을 해야 하지 않냐'며 플리바게닝(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협상하는 제도)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검찰이 '3년 정도 가능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는 게 김 씨의 증언"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검찰이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될 것 같은데, 협조하지 않으면 12년 내지 16년을 보복으로 줄 수 있으니 협조하라'고 회유했다"는 게 김 씨의 증언도 덧붙였다.

검찰은 '형량 거래' 파문이 일자 '김경준 씨가 오히려 먼저 형량 거래를 요구했고, 일축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편, 정 의원은 "김경준 씨가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며 "면담한 우리를 향해 '당신들이 계속 도와줄 수 있느냐, 필요한 정보만 듣고 빠지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며 매일 와서 본인 조사과정에 입회해달라고 부탁했다"고 김 씨의 현재 심리 상태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