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노동자, 민주노총의 갈 길을 묻다

"이주노동자들만의 노력은 한계에 다다랐다"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조 지도부 강제출국 규탄, 단속추방저지, 출입국관리법 개악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한 지 35일. 8일 오전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농성장을 방문했다.

농성 중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의 눈이 빛났다. 너무도 만나고 싶었던 민주노총의 위원장이었기 때문이다.

토르나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주노조가 민주노총으로 직가입은 아니지만 조합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현재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소속으로 민주노총 가입 노조다. 고등법원에서 이주노조가 합법적이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노동부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로 법외노조이기도 하다.

지난 12월 지도부 3인이 ‘표적단속’으로 강제출국 당한 상황에서 농성까지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민주노총의 지지가 절실해 보였다.

작년 8월 법무부는 산업연수생을 포함한 이주노동자는 전체 장기체류외국인 중 56%인 40만 4천 51명이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22만 5천 273명이라고 발표했다. 등록된 이주노동자들 가운데 단순기능인력은 93.3퍼센트.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소위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에 종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 외국인 지원단체 30억 지원...노동운동 결합 막아"

그러나 이들 대다수는 신분상의 제약으로 인해 임금체불, 산재, 폭력 등이 발생하더라도 제대로 구제되기 어려운 조건에 있다. 노동자들에게서도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피부색이 같아도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하는 것이 이들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의 조직률은 극히 미미하다. 대부분의 중국 동포를 포함한 이주노동자들은 스스로 조직되기 보다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나 교회 등의 종교 단체에 의존해 한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고자 나선 곳이 바로 이주노조다. 이주노조는 2003년 11월부터 시작된 명동 이주노동자 농성의 성과를 이어 만들어진 이주노동자들만의 노조다.

최정규 이주노조 연대사업 차장은 “정부가 30억을 투자해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운동에 결합하는 것을 막고 있다”며 최근 강화되고 있는 정부의 지원사업으로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이 자기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모이기 보다는 지원단체만을 바라보게 만드는 상황을 지적했다.

가시밭길 이주노조...“신분보장이 사활적”

이주노동자들 스스로가 노동권을 찾겠다고 발 벗고 나섰지만 그 길은 순탄치 않았다. 초대 위원장이었던 아노아르는 위원장에 당선된 후 세 달을 채우지 못하고 ‘표적 단속’되었다. 아노아르 위원장의 뒤를 잇는 까지만 위원장도 11월 표적 단속되었다. 위원장뿐만 아니라 라주 부위원장, 마숨 사무국장도 같은 날 단속되었다. 초대 위원장이 단속된 후 1년여를 위원장이 보호소에 있는 상태로 조합활동을 해 왔던 이주노조는 또 다시 까지만 위원장 출국이후 위원장이 공석 상태에 있다.

이정원 이주노조 선전차장은 “법무부는 이주노조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가칭 외국인 노조라고 부르면서 한국 정책에 반대하고, FTA반대, 반전 집회에 참가한다며 노동조합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노조가 (합법노조로) 인정받는 것과, 노조 활동가들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신분보장을 받는 것이 사활적”이라고 설명했다.

토르나 직무대행, 민주노총에 이주 전담자 요청해

민주노총에는 현재 이주노동자 담당자는 있지만, 전담하는 인력은 배치되어 있지 않다.

토르나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민주노총에 이주노동자만을 전담하는 담당자가 없다”며 “적극적으로 고민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활동하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그 첫 번째가 언어 장벽이다.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소부르 조합원은 “이주노동자와 활동을 하면 말을 알아듣는 데만 1년 걸린다. 24시간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민주노총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길에서 연행될 수밖에 없다”고 절박함을 전했다.

토르나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민주노총에 이주관련 전담자를 배치를 비롯해 민주노총 내 이주노동자특별위원회 설치를 요청했다. 아울러, 1노조 1계좌 후원등의 방식으로 이주노조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또, 고등법원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에 대한 노동부 대법원 상고 취하 및 노동허가제 제정에도 더욱 힘써 달라는 부탁도 덧붙였다.

여기에 대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주관련 전담자 배정에 대해서는 “현재 티오(배정인원)이 없어 겸임하고 있다. 특위도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특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안을 해 보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여운을 남겼다.

이주운동의 기형적 토대, "고리는 민주노총이 갖고 있다"

이주인권연대 최현모 농성단 공동대표도 이런 절박한 호소에 함께 했다. 최현모 공동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아쉬움과 애정이 섞인 것을 많이 봤다”며 “한국 사회내 이주운동의 기형성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주노동운동의 “성장의 발판이 없다”는 것이다.

“시민운동으로 이주민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이주민운동이 확대되고 있지만, 또 이들 대다수가 노동자라는 점에서 이주노동운동이 성장해야 하는데, 아직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최현모 공동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취급을 받는다. 노동계도 이들을 같은 노동자라기보다 외국인으로 바라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최현모 공동대표는 “이주노동자들만의 노력은 한계에 다다랐다. 기형적 토대를 바꿔버리는 고리는 민주노총이 쥐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더 큰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