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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날씨에도 망둥어 잡이에 나선 어민들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43) - 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들과 같이한 새만금 기행

  메말라 버린 김제 거전갯벌에서 만난 어민과 얘기를 듣고 있는 학생들

지난해 12월 23일 오전11시경, 김제시 거전갯벌을 찾았다. 이날은 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 4명, 한 한생의 어머니와 삼촌 등 6명과 함께 전주에서 만난 후 승용차를 타고 갯벌을 찾은 것이다. 거전갯벌 입구에서 설명을 한 후 큰 민가섬을 향해 메말라 버린 갯벌을 승용차를 타고 들어갔다. 운전을 하던 삼촌이라는 분이 내비게이터를 보더니 바다 한 가운데를 가고 있다면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바닷물이 꽤 많이 들어있다.

메말라 버린 갯벌을 달려 봉고차와 트럭이 세워진 곳으로 다가갔다. 4명의 어민이 식사를 못했는지 라면을 가스 랜지에 끊인 후 먹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아는 분들이다. 한 어민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다음과 같이 싣는다.

“(태안에서 흘러내려온) 기름 때문에 수문을 다 닫아 놨다. 닫은 지 벌써 5일이나 됐다. 안에도 바닷물이 왔다 갔다 하지 않아 고기도 잡히지 않는다. 물 흐름이 있어야 고기도 움직이는데. 요즘 망둥어만 잡는다. 하루에 아침 6시 반쯤 나가서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들어온다. 삼각망으로 망둥어 400kg 잡았다. 처음엔 1kg에 1,400원 받았는데 지금은 800원으로 떨어졌다. 시기가 지나서 맛이 떨어져서다. 1월달까지는 가져가기는 한다. 35만원 중에 1십만원 기름값 빼고, 한사람 당 5-6만원 정도 번 것 같다. 휘발유를 사용하는데 200L(1드럼)에 16만원 8천원이나 나간다. 2일 정도 사용한다.

방조제가 막기 전에는 기름값도 싸고 이것 저것 많이 잡혀 수입이 좋았다. 배꼽, 소라, 숭어, 우럭, 꽃게 등 다양하게 잡혔다. 지금은 잡히는 것이 한정돼 버렸다. 가을엔 망둥어, 봄 되면 꽃게잡이가 조금 되는데 단속도 심해서 2달 정도 밖에 잡을 수 없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두 달간 꽃게만 잡아도 3-4천원 벌었다. 지금은 한달에 3-4백원 벌기도 힘들다. 기름값 빼면 개인적으로 1백만 원 벌이도 안된다. 마지못해서 그만 놀 수는 없고, 투자만 몽땅 하게 되니. 고기가 안 나오니까 그물 틀 수만 늘리는 거여. 투자만 하지 돈벌이가 안되는 거여. 어민들 전부다 배들 묶어 놓았어. 생합도 날씨가 추워져서 깊이 들어가니까 안 나오고 그래서 어민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잡아 놓은 망둥어를 트럭에 실고 있는 어민들의 모습

학생들의 몇 가지 질문에 답변이 이어졌다.

“방조제 막은 지는 20개월이 다 됐다. 금어기간이 있는데 산란철에 잡지 못하게 하고 있다. 꽃게는 6월부터 8월까지 잡지 못하게 하는데, 3월중에서 6월 달까지 잡고 8월 중순에서 10월까지 잡는다. 물 막기 전에는 어업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방조제 막은 지 2년도 되지 않았는데도 많이 그만두고 빠져나갔다. 배도 감척시키고 벌이가 없으니까 나가는 것이야. 하지 못했던 건설 노동으로 나간다. 기술이 없으니까. 내년이나 내 명년이면 한가해 질 것이다. 바다에 나와도 쉬는 날이 너무 많다. 어쩌다 한 번씩 나온다. 방조제 막기 전에는 한 달에 20일 넘게 일하는데 지금은 10일 정도 일한다. 큰 아들은 전북대 3학년이고, 작은 아들은 제대하고 복학 준비 중인데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아직도 들어갈 돈이 많은데 큰일났다. 내가 지금 47살인데 이곳을 발전시킨다 해도 내 세대 때는 끝났다. 내 후대 때나 좋아질란가 모르겠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망둥어를 실어가기 위해 운반용 트럭이 물가에 주차를 한다. 우리 모두 그곳으로 다가갔다. 도매상에게 말을 걸었다. 인천시 연안부두까지 간다고 한다. 어시장, 횟집단지로 나간다. 계속 여기와 거래했다. 어민 4명이 4각형 모양으로 만든 그물을 물가로 들고 나온다. 가득 들어 있는 망둥어들이 꿈틀 댄다. 두 명의 어민이 플라스틱 바구니에 가득 담고, 다른 두 명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차량 위로 올린다. 한 바구니당 50kg씩이란다. 꽤 무거울 것 같다. 잠시 내려놓은 바구니 속을 보니, 망둥어 길이가 최소 20cm 이상이 되는 것 같다. 어민들은 힘든 내색 없이 계속 힘차게 가득 담긴 바구니를 차량 위로 올린다. 도매상도 바구니를 받아 들고 수조안으로 쏟아 붙는다.

그런데 바구니 속에서 어민이 민물장어 한 마리를 갯벌에 던져 놓았다. 몸 길이가 30cm가 넘는 것 같다. 학생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면서 소리도 지른다. 지난 가을에 산란을 위해 강을 타고 내려온 후 수문 밖으로 나가지 못한 모양이다. 필리핀 본토와 동부지역의 마리나 제도 사이의 깊은 바다 속에다 산란을 해야 하는데 수문을 나가지 못하고 이렇게 잡힌 모양이이다. 갯벌 바닥에 표시해 둔 숫자를 보니, 차량에 넘겨진 바구니수가 모두 17개다. 대략 계산을 해 보면, 17개 X 50kg X 800원 = 680,000원이다. 하루에 잡은 양이 아니고 며칠간 잡은 것을 모아 놓은 것이란다. 어민 4명이 작업을 했으니, 기름 값을 빼면 10만원이나 될지 모르겠다. 며칠간 작업한 양인데도 말이다.

어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스코프를 세우고 물 건너편의 새들을 관찰했다. 검은머리물떼새 3마리와 청둥오리 무리가 보였다. 학생들에게 새들의 특징과 이들에게 새만금갯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 거린다. 그러는 도중 민물도요 2마리가 가까운 물가로 내려와 앉았다. 먹이 사냥을 하는지 계속 갯벌을 부리로 쪼고 있다. 바닷물 유통이 거의 되지 않아 갯벌에서 당분간 해수유통을 할 때까지 먹이를 찾기 힘들 것 같다. 차량을 타고 천천히 이동하면서 먹이를 찾고 있는 민물도요와 혹부리오리를 사진으로 담았다.

  아주머니가 새조개 속살을 까서 보여주는 모습. 조갯살이 새 부리 모양 그대로다

  심포항 바닷가에서 그물위에 말려지고 있는 망둥어들. 바싹 말린 망둥어는 초장에 찍어 술안주로 먹는다. 생으로 회로 먹거나 탕으로도 먹는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이 김제 심포항이다. 입구의 포장마차들엔 손님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포구 끝의 항구 횟집앞에 다다르자, 조개를 담은 바구니들을 늘어놓은 채 아주머니가 손질을 하고 있다. 조개를 까고 있는데 깐 조개를 보여주면서 속살이 새부리와 같다고 해서 새조개라고 한단다. 요즘 새조개가 많이 나온다더니, 이렇게 보게 된 것이다. 조갯살을 보니 영락없이 새부리 모양이다. 주위에 있는 것도 보니, 백합, 새우, 피조개, 소라, 키조개, 바지락이 있었다. 바로 옆 가계 앞엔 이외에도 죽합, 모시조개 종패, 홍합, 가리비조개, 큰구슬우렁이, 농조개, 숭어, 세발낚지, 말리고 있는 조기 등이 있었다. 동죽은 보이지 않았다. 그 옆 바닷가에는 망둥어의 배를 갈라서 펼친 후 그물망 위에서 말리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점심시간이 다 돼서 아예 식사를 하기로 했다. 방에 들어가니, 가족사진이 보인다. 단란한 가정이다. 백합탕과 우럭탕을 주문했다. 꽤나 많이 나왔다. 학생들이 백합을 그런대로 잘 먹었다. 추가로 백합탕을 한 그릇 더 주문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이 부안 해창 갯벌이다. 잔뜩 흐린 날씨다. 눈이 올듯한 날씨인데 바람만 불었다. 매향비 앞에서 잠시 설명을 한 후 다시 새만금 가력배수갑문으로 향했다. 찬바람이 부는 날씨인데도 재법 많은 사람들이 인공위성 사진이 부착된 안내판 앞에서 무언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앞에서 잠시 학생들에게 몇 가지 설명을 해 주었다.

  새만금 방조제 외측의 가력포구에 들어선 어선들과 한켠에 늘어놓은 문어잡이용 틀

가력포구 안에는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었다. 채취된 물김 자루를 끌어 올리는 크레인이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 있었다. 시멘트 바닥 위에는 소라 잡이용 틀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문어잡이용 틀이 가득 쌓여 있었다. 계화도 갯벌로 이동해 짱둥어 솟대 앞에서 사진촬영을 했다. 제법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많은 어민들이 생업에 바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또 다른 피해를 입지 않을 런지 우려하면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김제 터미널 앞에서 헤어졌다. 이날 같이한 학생들이 새만금사업에 대해 올바로 알고, 주민들의 삶과 이곳에 서식하는 생명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 이 학생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직접 새만금지역을 찾아와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고, 직접 느끼는 시간을 가져 진실을 알아가고 되살리는 일에 동참하기를 기대해 본다.

  계화도 갯벌에 새워진 짱뚱어 솟대 앞에서 선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