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아랍 동맹국에 "이란 위험 공동대응 해야"

아랍 국가들 반응은 ‘글쎄~’...갈등 불씨는 여전히 남아

중동 순방길에 나선 부시 대통령은 13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도 아부다비 궁전 연설에서 이란이 “세계의 테러지원 국가를 주도”하고 있다며 다시 맹비난을 쏟아냈다. 미국은 9일과 10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후, 11일 쿠웨이트, 12일 바레인에 이어, 13일 아랍에미리트연합을 순방하며, 테러세력과 극단주의자의 배후에 있는 이란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할 것을 호소했다.
  부시 미 대통령이세이크 칼라파 빈 자이르 알 나이한 UAE 대통령의 만남 [출처: 백악관]


부시, 아랍 동맹국에 ‘이란과 대치 준비됐다’ 신호

이란과 약 24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걸프만의 아랍에미리트에서 부시 대통령은 “너무 늦기 전에 동맹국이 이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란 정권에 의해 지원을 받고 있고, 구체화되고 있는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불안정성이 촉발되고 있다며, 아랍 동맹국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AP통신은 이런 부시 대통령의 맹비난이 아랍 동맹국에게 미국이 이란과 대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시가 중동 순방을 통해 아랍 동맹국에 '이란 위험'에 대한 공동 대응을 호소하며 다독거리기에 나선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진실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계속되는 호르무즈 해협 진실공방

미국은 지난 6일 페르시아만 입구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군함 3척을 이란 혁명비대 쾌속정 5척이 위협적인 행동을 하며 “폭파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으나 이란의 쾌속정들이 이내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즉각 이 사건을 “심각한 위협”이며 “도발”행위로 규정했다. 일부 외신은 이란 쾌속정이 “자살 공격”을 감행하려 했다는 등의 의혹을 내 놓으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 측에서 이 사건을 조작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란 정부도 10일 이란 국영방송도 이란 해군이 미 군함으로 보이는 선박의 신원와 위치를 수차례 확인한 뒤 철수하는 영상과 음성을 공개하며 맞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9일 이란 정부의 조작의혹에 대해 당시 촬영한 화면과 협박 내용이 담긴 음성을 공개했으나, 10일 미 5함대 소속 존 게이 대위는 “이란이 위협했는지를 알 수 없다”고 밝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이란의 공방에 의혹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그 교신 내용이 이란 측에서 나왔는지도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이며, 미 해군 함대에 무장도 하지 않은 채 기껏해야 2-3명이 탈 수 있는 쾌속정이 위협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이다.

미국은 이번 호르무즈 해협 공방을 통해 이란을 궁지로 몰아가려고 하고 있지만, 오히려 미국이 먼저 이란에 도발을 한 사건도 드러났다. 11일 AP통신은 작년 12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 해군 함정으로 접근하던 이란 쾌속정을 향해 경고사격을 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은 2006년 여름부터 미 해군병력을 페르시아 만과 아라비아 해에 집중시켜 와, 전쟁 준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받아왔다. 2003년부터 미국,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이스라엘은 Theater Iran Near Term(이란전쟁단기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도 이미 폭로 된 바 있다.

부시 '이란 위험' 공동대응 호소에 아랍 국가들은 ‘글쎄~’

부시 대통령이 순방을 통해 이란 대치 전선을 강화하자 이란에서도 미국을 비난하며 즉각 반응하고 나섰다. 13일 모하마드 알리 호세이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부시는 중동지역의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훼손하려고 하고 있으나 실패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란을 공격하기에는 부시 대통령으로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일단 지난 12월 미 국가정보평가 보고서에서 이란이 2003년 핵 개발을 중단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아랍 동맹 다독거리기에 나서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대치를 빌미삼아 이란에 대한 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부시 대통령의 호소에 아랍권 국가들은 크게 호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6일 아랍권 국가의 동맹인 아랍리그 동맹 사무총장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왜 우리가 이란을 고립시켜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지난 12월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란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걸프협력회의(GCC)에 초대받는 등 아랍 국가의 관계가 호전 되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으며, 1979년 외교관계가 단절되었던 이집트와의 재수교 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 미국과 UN은 이란에게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UN의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것이며, 우라늄 농축을 핵무기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란의 고위간부는 12일 엘바라데이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처장을 만나 UN의 개입을 비난하고 IAEA 독자로 이란 핵 문제를 관장하라고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은 14일 사우디아라비아, 15일 이집트를 방문한 후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