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면 돌파’..일심회 관련자 제명키로

자주파, “안건은 올리되 부결 수용해야”..결국 봉합인가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가 27일 ‘일심회’ 사건 관련자를 제명 조치하고, ‘북핵 자위론’ 발언을 당 강령 위반행위로 규정하는 등 당내 ‘종북주의’ 문제에 대한 정면 돌파 방침을 밝혔다. 선거 시기 위장전입, 집단 주소이전 등 정파 패권주의 문제에 대해서도 반성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통해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심상정 비대위 대표가 당내 신당파를 견제하고 당원 이탈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혁신안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당 혁신안은 내달 3일 임시당대회 승인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자주파에서 ‘최종 부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당 혁신이 실현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대위 대표. [출처: 진보정치(정택용 기자)]

‘미군철수 완료 시점에 북핵 폐기’ 공약도 폐기키로

비대위는 지난 26일 워크샵을 통해 ‘제2창당을 위한 평가와 혁신안 승인의 건’을 비롯한 △18대 총선 방침 및 비례대표후보 선출안 △2007년 결산 및 감사보고 승인의 건 △당 재정위기 대책 및 상반기 예산 승인의 건을 내달 3일 임시당대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손낙구 비대위 대변인은 27일 “민주노동당의 친북정당 이미지를 누적시키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일심회’ 사건 관련자들의 행위와 ‘북핵 자위론’ 발언 등 편향적 친북행위에 대해 당헌당규와 강령을 위반한 행위로 명확하게 규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 이정훈 전 중앙위원 등 ‘일심회’ 사건 관련 당원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의 내부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고 외부세력에 의해 지도받아 당내 활동을 전개해 당 강령과 당헌당규를 위반한 해당행위를 한 것으로 제명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전했다.

2006년 북핵 사태 당시 이용대 정책위의장의 ‘북핵 자위론’ 발언에 대해서는 “전쟁과 핵을 반대하는 평화정당의 정신을 담은 당 강령을 위배한 행위로 규정했다”면서 “‘미군철수 완료시점에 북핵 무기 폐기 완료’ 대선공약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당 강령을 위반한 내용으로 즉각 폐기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고 말했다.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에게서 드러났던 문제인 선거 시기 위장전입, 집단 주소이전에 대해서는 “당의 단결을 가로막는 패권주의적 행태이자 국민들에게 정파다툼에 몰두하는 이미지를 갖게 했고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갈등 지속으로 비례후보추천위 출범 난항

정파 독식구조 해소를 위한 총선 비례대표 후보 전략공천은 1번~8번과 19~20번에서 총 10명의 전략추천 명부를 작성한 뒤 이를 당원 찬반투표에 부쳐 확정하는 방식으로 정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위 순번 후보를 전략명부를 통해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김성희 비대위 부대변인은 “전략공천 명부를 1번~8번으로 정한 것은 지난 2004년 원내진출 당시 비례대표 후보 8번까지 당선됐던 것을 반영한 것이며, 19~20번은 이번 총선에서 최대 성과를 내서 20번까지 당선시켜보자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전했다.

전략추천 명부를 작성할 비례후보추천위원회 명단은 이날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비대위의 혁신안이 자주파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될 수도 있는 당내 긴장 상황이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내달 3일 임시당대회가 당내 갈등의 분기점이자 기로인 상황에서 당대회 전 외부 인사를 모시는 게 예의가 아니라는 의견이 있어 공개를 미루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명단을 공개하고 속전속결로 진행한다는 의견도 있어 내부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또 다른 뇌관인 재정 문제도 실체가 드러났다. 비대위 산하 재정실태조사위원회의 중간보고에 의하면 현재 중앙당의 재정 적자는 약 48억 원이고, 대선 관련 부채는 약 19억 원이다.

재정실태조사위는 “중앙당 적자 규모가 2006년 말 4억 원 규모에서 2007년 말 48억 원 규모로 급격히 악화됐다”며 “상근자 퇴직 시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 예상액 등이 부채에 누락되어 있다”고 밝혔다. 향후 조사 진척 상황에 따라 부채액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

김성희 부대변인은 “체계적인 회계관리 방식을 도입하지 않고 가계부 쓰듯 해왔던 것이나 처음부터 적자 예산을 편성했던 것 등 무원칙하고 불투명한 회계 운영 문제가 있었다”면서 “우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한 뒤 이후 재정실태조사위 실사 작업 등을 통해 (총무실의 특정업체 퍼주기 의혹 등) 구체적인 내용에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나라도 부결되면 끝이라는 식은 곤란”

심상정 비대위가 제시한 당 혁신안이 임시당대회를 통과할 지 여부는 대의원의 3분의 2에 달하는 자주파에 달려 있다. 자주파는 전략명부에 대한 찬반투표로 비례대표 후보를 정하는 방식이 피선거권 침해로 당헌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일심회 사건 처리에 대해서도 국가보안법에 따라 제명 조치를 논하는 것은 진보적 기준에 맞지 않다고 반박하며, 북핵 자위론 발언의 경우 미국의 핵공격 위협이 북핵 사태의 원인이었다는 맥락으로 타당성이 있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자주파로서도 ‘당을 살려야 한다’는 견해가 심상정 비대위와 일치하기 때문에 완강한 반대 입장을 펼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대적으로 전략명부 방침에 대해서는 타협의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일심회 사건의 경우에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자주파의 한 관계자는 “자주파 안에서 화평(和平)을 중시하는 인사들도 일심회 사건 처리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넘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비대위 명의로 안건이 상정돼 부결될 경우 ‘비대위를 인정하지 않는 거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비대위 차원의 공식 안건이 아닌 대의원의 현장 발의로 같은 내용을 안건화하면 비대위 위상을 보호하면서도 이를 부결시켜 진보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어떤 술수를 써도 (당 내외에서) 심상정 대표의 의견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는 강경한 쪽도 있다”며 “당내 문제에 대해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다 꺼내놓되 가결, 부결에 대해서는 열어놓아야 한다. ‘하나라도 부결되면 끝이다’는 식이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