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당선인, 민주노총 '외면', GM대우 '칭찬'

GM대우 방문해 "노사화합 모범기업"... 비정규직노조 발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오늘(29일) 오후 GM대우 인천 부평공장을 방문했다. 이 당선인의 GM대우 방문은 산업현장으로선 당선 이후 처음이며, 'GM대우는 노사화합과 외자유치의 모범기업'이라는 당선인 측 인식에 따른 것이다.

안상수 인천시장, 이윤성 국회 산자위원장, 임태희 비서실장, 주호영 대변인 등을 대동하고 오후 2시경 부평공장에 도착한 이명박 당선인은 방명록에 "노사화합이 회사를 경쟁력있게 만들 것입니다"라고 적은 후,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 이남묵 대우차노조 위원장 등의 환대를 받았다.

그리말디 사장은 홍보관에 들어선 이 당선인에게 GM대우 점퍼를 건네주며 "우리 GM대우의 명예직원으로 위촉하여 GM대우 전 직원을 대표해 이 옷을 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 정부가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한 것, 7%의 성장, GDP 2배 성장 등이 이뤄지길 바라며 GM대우가 일익을 담당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명박, "모든 기업이 24시간 맞교대하면 얼마나 좋겠나"
"GM대우가 앞으로도 파업 안했으면"


이명박 당선인은 "GM대우가 노사가 화합하는 모범적 회사로 발전하게 된 것을 눈여겨 보고 있다"면서 "앞으로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노동자와 회사가 화합해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의 노동자, 노동조합의 모든 사람들이 회사와 협력해서 좋은 자동차를 만들고 수출을 많이 해 회사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 생산라인을 둘러본 이 당선인은 즉석에서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일자리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 소원이었다"며 젊은 시절 이야기를 꺼낸 이 당선인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이 24시간 2교대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GM대우가) 5년째 파업을 안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이남묵 대우차노조 위원장과 악수를 나눴다. 한 노동자가 "서민을 위한 정책을 소개해 달라"고 말하자 "일자리가 있으므로 '서민'이 아니"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비정규직 반발, "이명박의 노사화합 = 노동자 탄압"

이명박 당선인이 '노사화합 모범기업'으로 GM대우를 한껏 치켜세웠지만, 이는 GM대우 부평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이다. 노동계로선 이 당선인이 GM대우 방문 바로 전날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를 일방적으로 파기해 놓고, GM대우에서 '노사협력'과 '파업자제'를 당부한 행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금속노조 GM대우자동차비정규직지회는 원하청 회사측의 노조탄압과 외주화, 정리해고 등에 반발해 수 개월 동안 갖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박현상 지회 조직부장은 공장 바로 옆 CCTV탑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4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GM대우비정규직지회는 이 당선인의 부평공장 방문에 즈음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GM대우는 2001년 정리해고 노동자의 복직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노사화합기업의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만들어냈지만, 공장 울타리 안 현실은 알려진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폭력적 노무관리로 일관하고 있다"며 "바로 어제도 조합원들이 선전활동을 하다 노무팀과 용역깡패에게 집단폭행당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민주노총에 '법과 원칙' 말하기 전에 사측 범죄행위 처벌하라"

아울러 "이러한 전근대적인 노사관을 가진 기업을 '노사화합 모범기업'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명박 당선인의 '노사화합'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를 탄압하는 것'임을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 당선인이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를 "법과 원칙을 세운다"며 취소한 것에 대해 "당선인이 내세운 소신이 노동계 탄압을 위한 술수가 아님을 증명하려면, 지금 전국에서 법과 원칙을 무시하며 비정규직노조들을 탄압하고 있는 사측에게도 이를 관철시키라"고 주문했다.

끝으로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노사관계', '경제성장을 통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자신의 소신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GM대우를 방문하여 격려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은 부디 부평공장에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