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장애인연합 초대 상임대표직을 역임했고 광주여성장애인연대 이사로 활동하는 등 광주 지역 장애인운동에 힘써온 곽정숙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출마했다. 여성 장애인 후보인 곽정숙 후보와 진보신당의 박영희 후보에게 상대방보다 앞서는 본인만의 경쟁력, 장애인 정책 현안과 공약, 선배 장애인 의원에 대한 의정활동 평가, 장애인운동의 연대 방향 등에 대한 질문을 똑같이 던졌다.
곽정숙 후보는 박영희 후보에 대해 “여성장애인의 한 사람으로 장애인차별에 맞서는 활동을 하며 살아온 동지며,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오신 박 후보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겸손을 표하며 “더 경쟁력 있는 점을 찾기보다 장애인 차별 철폐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서로 합심하고 연대하고 소통해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후보가 제시한 장애인 정책 현안과 해결 방안은 △장애인 사회 전 분야 활동 보장 시스템 구축 △장애인 활동보조시간 현실화 △장애인 최저임금제 보장과 장애인의무고용제 5% 달성 △야학의 법적 인정과 지원책 마련 △2013년 전국 시내버스 50% 저상버스 교체 실현 등이다.
곽 후보는 “민주노동당은 창당 시기부터 장애인, 여성, 소수자와 함께 해온 사회적 약자의 정당”이라며 “민주노동당의 진정성은 장애인 할당 10%와 여성할당을 엄격하게 지킨 것에서 드러났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애인운동의 연대 방향에 대해서는 “장애가 사회·경제·문화적 억압이 되는 구조적 모순을 바꾸고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평등세상을 지향하며, 장애인운동의 장애인계의 모든 현안에 공동 투쟁하고 일반 시민과의 연대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대선 시기 정동영 지지 전력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곽 후보에게는 박 후보와의 공통 질문에 이어 따로 질문을 했다. 곽 후보는 “비당원 신분이었지만 당시 정치적 노선 판단에 신중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실수를 인정하며 “민주노동당 동지들의 간곡한 요청과 장애인운동 활동가 동지들의 권유로 입당해, 지금은 진보정당과 함께 세상을 바꿔가기로 결심한 자랑스러운 민주노동당 당원”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지난 30일 서면으로 진행된 곽정숙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원내 입성하면 현장과의 소통 정례화할 것”
▲ 곽정숙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 [출처: 진보정치(정택용 기자)] |
저는 30여 년 동안 장애인운동을 해왔다. (박 후보와는) 여성장애인의 한 사람으로 장애인차별에 맞서는 활동을 하며 살아온 동지다.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오신 진보신당 박영희 후보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더 경쟁력 있는 점을 찾기보다 장애인 차별 철폐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서로 합심하고 연대하고 소통해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저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전국을 돌며 장애인 당사자들과 즐거운 만남을 갖고 있다. 지금 후보 시절처럼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정례화된 현장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해 현장의 소리를 경청하며 500만 장애인 모두가 참여하는 정치, 의정활동을 할 것이다.
가장 시급히 실현되어야 할 장애인 정책 현안 5가지와 선정한 이유에 대해 밝혀달라
장애인의 현실에서 시급하지 않은 것은 따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가지를 말하자면 첫 째는 사회 활동 모든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여성장애인의 생애주기별 지원서비스 체계 마련이다.
둘째, 장애인의 자립생활 실현을 위해 우선적으로 활동보조시간을 현실화해야 한다. 중증장애인에게는 하루를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고, 자신의 생활을 활동보조인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계획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 또한 활동보조인 지원 역시 장애유형특성별, 급수확대가 필요하다.
셋째는 장애인의 소득문제다. 장애인의 평균임금이 22만원이다. 장애인의 최저임금제 보장이 시급하며 또한 15년 동안 한 번도 재조정이 되지 않는 장애인의무고용제 2%를 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해 현실적인 노동의 권리를 찾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또한 중증장애인의 노동의 권리를 찾기 위해 근로지원인제도를 도입해 노동하고자 하는 장애인은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무기여 사회수당 방식의 장애인연금제를 도입해 기존 장애관련 수당을 통합하고 장애인들의 기본 소득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로 장애인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 특히 성인장애인의 교육권을 보장하겠다. 야학의 법적 인정이 필요하며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장애아동이 차별받지 않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겠다.
다섯째는 이동권의 확보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 대표발의로 2004년 통과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저상버스 의무도입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각 지자체는 저상버스를 설치중이나 2006년 기준 전국시내버스의 1.98%로 수요에 비해 매우 부족하고 지역 간 도입 대수의 편차가 큰 형편이다. 저상버스 도입 시 국고보조금 재정지원을 확대해 2013년까지 전국시내버스의 50%까지 저상버스로 교체하도록 하겠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에 비해 장애인들의 지지를 받을 이유가 충분하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 전농, 전여농 등 노동자, 농민의 대표단체가 ‘배타적 지지’를 선언하고 함께 하고 있는 진정한 노동자, 농민의 당이다. 또한 창당 이후부터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은 장애인, 여성, 소수자와 함께 해온 사회적 약자의 정당이었다.
겉보기에는 비슷한 장애인 정책이라도 어떤 시각에서 정책을 실현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민주노동당은 원칙적으로 장애인 정책을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기에 보수정당과 확연히 다르다.
민주노동당은 가장 먼저 장애인 10%, 여성 30% 할당을 당규로 정했다. 장애인 국회의원 한 사람은 어느 정당이나 있을 수 있지만 제도적으로 장애인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모든 정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모든 당이 민주노동당의 모범을 따르기를 바란다.
민주노동당의 가장 큰 힘은 각 지역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당원들이다. 저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각 지역에서 자기 몫의 열배 백배 일하는 장애인 당원 동지들을 만났다. 전국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장애인 당원 동지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다른 정당과의 차별성이라고 생각한다.
“곽정숙 개인이 아니라 장애계 전체가 국회의원”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은 비례대표 1번으로 장향숙 의원을, 한나라당은 8번에 정화원 의원을 추천했고, 이들은 4년 간 의정활동을 펼쳤다. 앞서 원내에 입성한 두 장애인 의원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평가한다면
지난 4년 동안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애쓰신 장향숙, 정화원 의원 두 분에게 먼저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다. 쉽지 않는 길에서 정말 고생 많으셨다. 그러나 장애인계의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많았다. 장애인 운동 현장과 소통에 미흡함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가청렴위원회가 보건복지부에 ‘(사회복지시설)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한 것과 관련해 정화원 의원이 ‘개인의 재산에 대한 자율성을 침해하는 법’이라고 주장하며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반대했던 것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정당정치의 한계가 있겠지만 장애인계를 대표해 국회의원이 되었다면 당리당략보다 장애인의 입장에 우선해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간 장애인 운동과 정당과의 연대 방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해달라. 또 장애인운동 내부의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향후 장애인운동의 연대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장애인 운동은 장애인계의 모든 현안에 모두가 함께 투쟁하고 연대해야 할 것이며 일반시민과의 연대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장애인 운동 내부의 다양한 견해를 생각하면 이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운동의 목적은 장애가 사회·경제·문화적 억압이 되어 장애인이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게 하는 구조적 모순을 바꿔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평등세상을 이루는 것이다.
이 길은 매우 험난해 앞장서서 길을 만드는 사람부터 가장 뒤에 길을 다지는 사람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겨우 가시덤불을 지나면 다시 눈보라와 맞서야 하는 길이다. 함께 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길이다.
장애인 운동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정당과의 연대도 탄탄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저는 민주노동당과 함께 장애인운동의 통합적 연대에 노력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보수정치권을 ‘개미떼’에 빗대며, 정치권이 내놓는 장애인 공약을 “한 표를 더 얻기 위한 공허한 약속”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원내에 입성하게 될 경우 후보 본인은 ‘개미떼’가 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만약 민주노동당이 보수정치권과 같은 ‘개미떼’였다면 저는 비례대표 1번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장애인 할당 10%와 여성할당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곽정숙이라는 사람 혼자서가 아니라 저를 정치계로 보낸 장애계가 책임 있게 국회의원이 되어 우리의 권리를 찾으려 할 때에 공허한 약속이 아닌 이루어내는 약속이 될 것이다.
“예전엔 정치 잘 몰랐지만 지금은 민주노동당 열성 당원”
지난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지지선언을 했던 것에 대해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뜻에서 한 일이었고, 권영길 후보 지지선언 요청이 있었다면 수락했을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예상되는데, 한나라당 집권 저지를 위해서는 민주노동당보다 통합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 아닌가
정당인이 아닌 시민의 한사람으로 정치적 노선 판단에 신중하지 못한 실수가 있었으며, “...권영길 후보 지지 선언 요청이 있었다면 수락했을 것”이라는 표현은 민주노동당이 장애인은 물론 시민사회운동권과의 보다 적극적인 연대가 요구된다는 뜻이었다.
제가 민주노동당과 함께 하게 된 것은 민주노동당 동지들의 간곡한 요청과 장애인운동에 앞장서 왔던 동지들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이다.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인 제가 오히려 낮은 자세로 민주노동당에 부드러운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저는 불과 얼마 전까지는 정치와 거리가 먼 장애인 활동가였지만 지금은 진보정당과 함께 세상을 바꿔가기로 결심한 자랑스러운 민주노동당 당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