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감사 등 장애인운동계에서 굵직한 역할을 해온 박영희 후보는 진보신당 공동대표에 이어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나서며 진보신당의 ‘얼굴’이 되고 있다. 여성 장애인 후보인 박영희 후보와 민주노동당의 곽정숙 후보에게 상대방보다 앞서는 본인만의 강점, 장애인 정책 현안과 공약, 선배 장애인 의원에 대한 의정활동 평가, 장애인운동의 연대 방향 등에 대한 질문을 똑같이 던졌다.
박영희 후보는 곽정숙 후보와 비교했을 때 본인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지난 10년 간 보수정치와 타협하지 않고 진정한 진보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장애인운동을 했던 것이 다른 장애인 후보와 구별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에둘러 답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진정한 진보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고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후보가 손꼽은 장애인 정책 현안과 해결 방안은 △장애인 노동시장 차별 개선 및 의무고용제도 실효성 확보 △장애인 빈곤 해결 대책 마련 △지적·자폐성 장애인 및 장애여성 권리 보장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시설 및 편의시설 확대 △탈시설화 정책 추진·시설 인권침해 방지시스템 도입 등이다.
“신자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보수정당에서 장애인 후보는 장식품에 불과하다”고 말한 박 후보는 “장애인 관련 현안은 각 당에서 파악하는 것이 비슷할 수 있고, 대안 역시 많은 차별성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문제는 진정성과 의지”라며 “다르게 할 자신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애인운동의 연대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진보신당이 지향하는 진보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의 해방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만들어나가고자 한다”며 “단지 장애인 당사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지향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장애인의 해방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치열한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지난 30일 서면으로 진행된 박영희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장애인 문제 동정과 배려로 해결 안 돼..사회구조 바꿔야”
▲ 박영희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 [출처: 진보신당] |
본인은 10년 동안 장애여성운동, 진보적 장애운동에 투신하면서 그동안 사회에서 드러나지 못했던 장애여성의 권리, 장애인의 이동권, 생존권의 보장, 빈곤문제의 해결, 자립생활 지원 등을 요구해왔다.
또한 사회적인 소수자인 장애인의 권리를 요구하면서 장애인이 사회적으로 주체가 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점도 깨달았다. 그리고 장애인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서는 현재 1%만을 위한 정치, 부자들만을 위한 경제 구조를 바꾸는 사회운동과 함께 가야만 가능하다.
그동안 보수정치와 타협하지 않고 진정한 진보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장애인의 목소리를 드러내왔던 경험은 18대 총선에 나온 다른 장애인 후보와 구별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시급히 실현되어야 할 장애인 정책 현안 5가지와 선정한 이유에 대해 밝혀달라
진보신당에서 주요하게 제시한 핵심 장애인 비전은 △장애인 노동시장 차별 개선 및 의무고용제도 실효성 확보 △장애인 빈곤 해결 대책 마련 △지적·자폐성 장애인 및 장애여성 권리 보장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시설 및 편의시설 확대 △탈시설화 정책 추진·시설 인권침해 방지시스템 도입 등이다.
진보신당은 그간 장애인의 투쟁을 통해서 제정한 법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하고, 그간 장애인 문제 안에서도 드러나지 못했던 문제에 주목하고, 시장경쟁논리에 맞서고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는 정책을 올바로 추진해나갈 것이다.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에 비해 장애인들의 지지를 받을 이유가 충분하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장애인의 문제는 단지 생물학적인 장애인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장애인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의 차별은 비장애인들의 동정과 배려로 해결할 수 없고 해결해서도 안 된다. 경쟁과 효율만을 중요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애인은 주변부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현 정부는 친기업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고 복지의 민영화, 시장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장애인과 대다수 서민의 삶을 위협하는 이러한 정책에 맞서기 위해서는 진보정당만이 대안이다.
또한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진정한 진보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고 진정한 민생정치를 실현하지 못했고, 다양한 목소리가 인정받지 못했다. 혁신되지 않는 진보, 성찰하지 않는 진보는 진보라고 할 수 없다.
“소수자 가치 지켜낼 정당은 진보정당뿐”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은 비례대표 1번으로 장향숙 의원을, 한나라당은 8번에 정화원 의원을 추천했고, 이들은 4년 간 의정활동을 펼쳤다. 앞서 원내에 입성한 두 장애인 의원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평가한다면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온도의 차이는 있지만 신자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보수정당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기조에서 비례대표로 장애인을 내세우는 것은 생색내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 때 재계는 반대했고 정부는 재계의 눈치를 보느라 법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효율성과 자본의 논리와 소수자의 가치가 충돌할 때, 1%의 부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대다수의 서민과 소수자를 위한 정책을 해나갈 수 있는 정당은 진보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한미FTA를 밀어붙이고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현실에 손 놓고 있는 정당에 장애인은 희망을 가질 수 없다. 그러한 정당에서 장애인은 장식품에 불과하다.
그간 장애인 운동과 정당과의 연대 방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해달라. 또 장애인운동 내부의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향후 장애인운동의 연대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장애인운동은 그동안 화학적인 연대를 하지 못했다. 힘이 약한 사람이 힘이 강한 집단에 가서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진정한 연대라고 할 수 없다. 나는 진보신당의 공동대표로, 비례대표 1번으로 활동하면서 진보신당이 지향하는 진보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의 해방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것을 만들어나가는데 참여하고자 했다. 그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함께 변하고 화학적인 연대를 이루어내는 것이 진정한 연대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운동 내에서도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단지 장애인 당사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지향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장애인의 해방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치열한 토론을 통해서 연대해나가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보수정치권을 ‘개미떼’에 빗대며, 정치권이 내놓는 장애인 공약을 “한 표를 더 얻기 위한 공허한 약속”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원내에 입성하게 될 경우 후보 본인은 ‘개미떼’가 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장애인과 관련된 현안은 각 당에서 파악하는 것이 비슷할 수 있고, 당장 내놓을 수 있는 대안에 있어 많은 차별성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문제를 바라보는 진정성과 의지다. 바로 그 지점에서 국회의원 후보가 되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다르게 할 자신이 있다. 물론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소수정당이기 때문에 실행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르지만 실력으로 맞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