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작은 폭풍이 시작된다

[이랜드 홍콩통신](4) 이랜드 오는 16일 홍콩증시 공식상장

오도엽 작가는 4월 30일,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과 함께 이랜드 홍콩법인 홍콩증시 반대 홍콩원정투쟁을 떠났다. 오도엽 작가는 오는 5월 7일 귀국하기까지 홍콩에서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을 '민중언론 참세상'에 매일 전해올 예정이다. -<편집자 주>

온 몸이 무겁다. 창 밖에는 비가 내린다.

홍콩 언론에 이랜드의 홍콩 증시상장 일정이 나왔다. 오늘(5월 2일)부터 7일까지 일반 공모에 들어가고, 16일에 공식 상장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사를 본 원정투쟁단은 긴장을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증시 상장을 막겠다’고 했지만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는 지점에서 주저할 수밖에 없다. 마음부터 바빠진다. 국내에서 원정투쟁단 활동을 가슴 조아리며 기다릴 조합원들의 얼굴이 떠돈다는 김석원 뉴코아 조합원은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홍콩노총 간부들과 원정투쟁단 일정을 논의했다. 일반 공모 시작에 맞춰 오늘 오후 4시에 긴급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

홍콩 가장 큰 영향력이 있다는 애플 데일리에는 어제 노동절 집회에서 연설을 한 김석원 씨의 사진과 함께 기사가 실렸다. 홍콩노총으로 기자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진다고 한다.

홍콩노총 사무실에는 지난 WTO 농민집회 때 1면 전체를 장식한 신문을 비닐로 감싸서 벽면에 전시를 해두었다. 한 상근자의 책상 옆에는 WTO 원정투쟁단으로 온 공공연맹 간부와 찍은 사진을 걸어두었다.



갑작스레 잡힌 기자회견으로 오후 선전 작업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기자회견문을 작성하고, 기자들에게 건넬 자료를 만드느라 김석원 조합원과 사회진보연대의 한지원 씨가 바빠졌다. 박동식 서비스연맹 대협국장은 홍콩노총 상근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선전물을 설치한다.

중간 중간 일간지와 주간지 기자들이 인터뷰를 요청하는 전화가 온다.

홍콩노총 간부들은 원정투쟁단이 가져온 이랜드 노동자 투쟁 영상을 보았다. <민중언론 참세상>이 제작한 것으로 영어 자막 처리가 된 영상이다. 노동자들을 연행하는 장면이 나올 때는 마치 자신이 끌려가는 느낌이 드는지 홍콩노총 간부들은 소리를 지르며 분노한다.

오후 4시, 기자회견장에 기자들이 모여 들었다. 애플 데일리 등 홍콩 유력 일간지 기자들이 참석하였다. 원정투쟁단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알 수 있었다. 김석원 조합원이 기자회견문을 읽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기자들은 이랜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 이유와 홍콩원정투쟁을 오게 된 배경, 그리고 이랜드 그룹의 홍콩증시 상장의 문제점과 이랜드 그룹의 재정 상태에 대해 장장 90분간 질문을 했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 상장을 저지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폭력적인 방법을 쓸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한지원 씨는 기자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하며 기자들에게 되묻는 여유를 보였다.

김석원 조합원은 지난 삼백일 간의 이랜드 투쟁 진행과정과 홍콩증시 상장을 저지해야하는 의미를 분명히 밝혔고, 사회진보연대의 한지원 씨는 이랜드 그룹이 한국에서 보여준 부도덕성과 구사대의 폭력 등을 사진 자료들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였다.

김석원 조합원은 영어로 답변을 하다보니 종종 말문이 막히기도 했지만 종이에 한자를 적기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을 하였다.


기자회견을 마치자 한 일간지 기자는 원정투쟁단에 다가와 “꼭 이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또한 국제금융도시인 홍콩에서 IFC(국제금융센터)를 상대로 한 투쟁은 이랜드 노동자가 처음이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원정투쟁단은 ‘이랜드 패션 차이나 홀딩스’가 홍콩증시 상장을 위해 작성한 책자를 찢으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기자회견에는 탕 홍콩노총 총간사도 함께 자리를 했다. 홍콩노총은 이랜드 노동자의 원정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연대하겠다는 뜻을 노동절 집회에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홍콩노총은 이후 일정을 함께 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저녁 시간을 훌쩍 넘어 까지 이어졌다. 홍콩노총 총간사를 비롯한 전체 간부들이 회의를 참석하였다.

원정투쟁단 본대는 5월 3일 홍콩에 입국할 예정이다. 선발대는 홍콩 현지답사 및 농성 준비물 제작, 시민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본대가 입국을 하는 3일 저녁에는 홍콩노총을 비롯한 홍콩 NGO 단체들과 간담회를 저녁에 가질 예정이다.

비록 세 명뿐인 원정투쟁단이지만 이들의 발걸음은 이미 홍콩에서 작은 폭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