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누구에게 귀를 기울일까

[이랜드 홍콩통신](6) 홍콩에 있다는 이랜드 사무실 모두 허위

홍콩원정투쟁 닷새째다. 모처럼 홍콩의 하늘이 맑다. 빌딩 숲 속에서 조각난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선발대에 이어 본대가 합류하여 원정투쟁단의 얼굴을 더욱 기운차 보인다.

김애수 홈에버 노동자는 “아침 햇살이 맑아 찌부둥한 마음을 가시게 하네요. 하늘이 맑은 걸 보니 홍콩에서 좋은 일이 생기겠네요.” 좋은 일이란 하나다. 정든 일터에서 동료들과 마음 편히 일하는 것이다.

주일이다. 김애순 씨는 기독교 신자다. 김애순 씨는 이남신 이랜드일반노조 수석 부위원장과 서강봉 민주노총 서울본부 부본부장, 기독교 대책위 이성욱 목사와 함께 교회를 찾았다.

  김애순 씨는 이남신 이랜드일반노조 수석 부위원장과 서강봉 민주노총 서울본부 부본부장, 기독교 대책위 이성욱 목사와 함께 교회를 찾았다.

“어릴 적부터 교회를 다녔어요. 이랜드 인수하기 전인 2000년에 까르푸에 입사했지요. 유통업에 다니다보니 일요일에 쉬지를 못하니 주일을 지키기가 힘들었어요. 교인들이 저 대신 기도를 많이 해줘요. 홍콩에 오면 주일날 꼭 예배를 드리고 싶었어요. 빨리 승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면 욕심일까요.”

굽은 허리의 김애수 씨는 영어로 진행되는 주일 예배 내내 두 손을 꼭 마주잡고 있다. 김애수의 기도를 예수님은 들었을까. 이 시간 이랜드 그룹의 박성수 회장도 기도를 했을 것이다. 예수님은 누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까.

어제 본대가 도착하여 원정투쟁단의 모습이 제대로 갖춰진 듯 하다. 지난 노동절 집회 때는 1인 3역을 하느라 진땀을 뺏다. 박동식 서비스연맹 대협국장은 한 손에는 10Kg이 족히 나가는 유인물 뭉치를 들고 한 손으로는 현수막을 든 채 2시간 가까이 거리행진을 했다.

  모든 집회 용품을 두 손을 이용해 들고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을 해야 했다.

원정투쟁단은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차량을 빌리지 못했다. 모든 집회 용품을 두 손을 이용해 들고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을 해야 했다. 물론 본대가 왔다고 해서 편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어깨에 짊어진 유인물 뭉치가 가벼워졌다고 박동식 국장은 너스레를 떤다.

  오후 세시, 국제금융센터 건너에 있는 페리호 선착장 앞에서 선전전과 집회를 갖었다.

오후 세 시, 국제금융센터 건너에 있는 페리호 선착장 앞에서 선전전과 집회를 가졌다. 일요일이라 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곳이다. 현수막을 펼치고 선전물을 벽에 붙이자마자 방송기자들이 몰려왔다. 원정투쟁단이 홍콩에 오게된 이유를 밝히고, 홍콩노총이 이랜드 투쟁 지지 연설을 하였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홍콩 노동자와 원정투쟁단이 자신의 언어로 한 박자가 되어 불렀다. 집회를 마치고 행진에 들어가려고 하자 방송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등 유력 일간지에 기사가 나간 뒤라 방송기자들의 질문은 한차원 깊어지고 더욱 날카로웠다. 또한 한국과 홍콩의 노동시장과 고용 방식의 차이가 많아 인터뷰 시간은 길어졌고, 답변을 한 김석원 뉴코아 조합원은 진땀을 빼야했다. “회사가 망하기를 바라냐”는 질문도 나왔다.

  집회를 마치고 행진에 들어가려고 하자 방송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김석원 조합원의 눈에 잠시 핏발이 섰지만 곧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일터로 돌아가 일을 하겠다며 300일을 거리에서 싸우는 조합원에게 그 질문은 심장을 오리는 칼처럼 아프게 느껴졌을 것이다.

“영어가 능숙하지 못해 충분히 설명을 해서 이해를 시키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렇게 기자들의 관심이 높을 줄 알았으면 더욱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라며 서운해 했다.

하지만 홍콩노총 관계자들은 “홍콩에서 노동자의 문제에 영향력 있는 일간지와 방송사에서 취재 열기가 일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며 “이미 충분한 반응과 성과가 나타나는 거다”며 긍정적 평가를 했다.


아직 홍콩에는 이랜드 매장이 없어, 일반 시민들은 이랜드라는 이름조차 낯설어하고 있다. 유인물도 받아가는 사람보다는 받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한 시민은 “꼭 뜻을 이뤄 돌아가라”며 격려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집회장에는 정복경찰만이 아니라 곳곳에 사복경찰도 집회를 지켜보았다. 경찰은 집회 발언을 전부 받아적고, 유인물 내용을 전화를 통해 어딘가로 전달하기도 했다.

집회와 거리행진은 평화적으로 끝났다. 홍콩노총의 간부들이 휴일인데도 많이 나와 집회에 함께 했다. 홍콩 시민단체는 이랜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한국의 노동자들이 왜 홍콩에 와서 이랜드의 증시 상장을 반대하는지 설명하였다.

  홍콩 시민단체는 이랜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한국의 노동자들이 왜 홍콩에 와서 이랜드의 증시 상장을 반대하는지 설명하였다.

  자그마한 키에 굽은 허리, 김애수 조합원은 유인물을 들고 홀로 시내 곳곳을 누빈다.

자그마한 키에 굽은 허리, 김애수 조합원은 유인물을 들고 홀로 시내 곳곳을 누빈다. 한 장이라도 더 건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표정 한 번 바뀌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찾아한다. 김애수 씨가 전하는 유인물은 종이가 아니라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다. 촬영을 하며 쫓아다니다보면 렌즈에 자꾸 서리가 낀다.

홍콩의 방송과 신문에 이랜드 노동자의 홍콩투쟁이 어떻게 실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랜드라는, 홍콩에서 낯선 기업은 일반공모에 진통을 거듭할 거라고 예상이 된다. 노동자를 대화의 파트너로 보지 못하는 기업으로 세계적 망신을 살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와 대화를 통하여 발전의 길로 들어갈 것인가, 공은 이랜드 그룹에게 넘어갔다.

내일(5일)은 국제금융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평화적이지만 적극적인 투쟁을 벌이겠다”고 원정투쟁단은 밝혔다. 다양한 형태의 선전전과 함께 이랜드 홍콩상장 주관사에게 반윤리 기업 이랜드의 일반공모 중지를 요구할 예정이다.

또한 원정투쟁단은 “홍콩에 있다는 세 곳의 이랜드 사무실이 모두 허위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페이퍼 컴퍼니들이나 하는 부도덕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응 작업도 펼쳐갈 것이라고 밝혔다.